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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 Apr 09. 2024

다정하면서도 우습지 않은 사람 되기

예전에 상담가분께서 저한테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저 같은 사람에겐 특히, 상대가 섬세하길 바라는 기대는 굉장한 불행의 지름길이라는 거예요.


제 머릿속엔 정말 너무나 많은 사람들-- 과거에 만났던 사람들, 현재 아는 사람들, 심지어 가공의 인물들까지 합세하여 떠들기 바쁩니다. 과거의 어떤 대화, 상대의 표정 같은 것이 끊임없이 재조명되고 덕분에 사람을 너무 쉽게 좋아하거나, 너무 빨리 싫어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한 번 듣고 외워버린 그들의 생일, MBTI, 호불호 같은 것들.


‘이거는 기억 안 나는 척해주는 게 나을까?’

‘어느 정도까지 맞춰주는 게 상대에게 과한 부담이 아닐까?’

‘하지만 저 사람은 나한테 그만큼 해주지 못할 사람인데.’


혼자 허공에 기싸움을 하고 필연적으로 패배합니다.

물론 오늘날에는 사람 간의 선을 이미 파악해서 훨씬 마음이 가볍고, 그런 센스는 이제 사회에서 일찌감치 엄청난 강점으로 발현되는 일이 훨씬 많아 감사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기대치에 눈치를 보며

전부 시시각각 맞춰주는 것이 너무 어려워서

10대에는 무너져 내려버렸고

인생의 절반 이상을 지독한 인간불신과 보냈습니다.

하지만 설령 부모님이라도 이 정도의 예민함을 알아주고 맞춰줄 수는 없는 거예요.


보통 이런 사람들에게 제시되는 솔루션은 하나입니다.


‘남한테 맞춰주지 말고 네 멋대로 살아라’


하지만 선생님, 남한데 맞춰주는 일이

제 가장 큰 기쁨이라면 어떡하나요?





멋대로 살라는 말은 제게는 도움이 하등 되지 않습니다.


남한테 맞춰주는 일이 제 가장 외로운 고통이면서

동시에 가장 큰 기쁨이라면요?

상대의 니즈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알고 있어서,

나의 특기와 접목시켜 내 컨텐츠를 홍보하고 수익화하는 일이 어릴 때부터 너무나도 쉬웠다면,

항시 웃으며 사람들을 환영하고 그들의 말을 경청하면서 성장을 도모하는 일에 누구보다 큰 보람을 느낀다면,

죽기 전날까지 타인을 위해 강한 책임이 요구되는 일을 한다는 생각에 심장이 뛴다면,

제가 그런 길을 걷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 같다면요?


나름대로 찾아낸 해답이 있습니다.

설령 베푼 것에 응하는 답이 하나도 돌아오지 않을지언정, 하나도 신경 쓰이지 않을 만큼

마음의 그릇이 굉장히 크고 넓은 사람이 되는 것.




그 길을 향한 현실적인 목표는 순탄하지 않습니다.

맞춰주는 사람인데도 우습게 보이지 않으려면 사회적인 지위, 능력 및 재력을 확보하는 게 안전합니다.

그리고 비슷한 능력치와 시야를 가져 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은 자리로 끊임없이 치고 올라가는 것도 중요해요.

더불어 생각에 너무 곪아버리지 않도록 꾸준한 아웃도어 활동. 다정함은 전부 에너지에서 오기 때문에 치밀한 체력 관리까지.


저는 멘탈관리에 남들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나쁜 것을 절제하고 좋은 것을 보고 듣고 읽고 직접 만나는 일에 전력을 쏟아야 할 거예요.


그런데 말이에요,

저 이런 것들에 이젠 꽤 자신이 있어요.

언제나처럼 고독하고 힘든 길이 될 테지만

결국엔 가장 나다운 행보니까요.

이겨내고 해내야죠, 여태까지 쭉 그래왔던 것처럼.

제가 아니면 이걸 누가 하나요?


이제 5월 학평으로 칙칙폭폭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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