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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장인이지우 Jan 24. 2024

나에게도 공존질환이 있었다

ADHD의 공존질환

  ADHD의 공존질환 확률은 70%라고 한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내가 다니는 병원의 진료시간은 20분이었고, 나는 갈 때마다 20분 동안 열심히 선생님께 상담을 했다. 그러던 중 내가 우울증과 강박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 콘서타를 처방받았을 때, 일기를 썼다. 카톡 내게 쓰기에 쓰기도 하고, 메모장에 정리하기도 했다. 일기들은 생각보다 더 우울하고 무기력했다. 선생님은 일기를 읽어보시고 항우울제를 처방해주실수도 있다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종합심리검사 결과에서 C-PTSD라는 게 있었는데, 그로 인해 나는 만성 우울증이었다. C-PTSD란 복합 PTSD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트라우마라고 한다. 나는 어릴 적, 지속적인 언어폭력에 노출되어 성장했고 성추행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므로 C-PTSD가 있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기분은 생물학적인 문제로도 무기력하거나 쉽게 우울해질 수 다고 한다. (그러니까 C-PTSD, ADHD도 생물학적인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선생님이 보기엔 그로 인해 원래 일상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한다. 내가 일찍 자버리거나 할 일을 미루거나 배드민턴을 갑자기 빠져버리는 것에 그런 문제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항우울제를 처방받기로 했다.


 보통은 우울증과 ADHD를 동시에 진단받으면 우울증을 먼저 치료한다고 한다. 우울증이 나아져야 ADHD 약도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adhd 치료를 먼저 시작했기 때문에 동시에 약을 먹게 되었다.



 나는 내가 진단받은 병명을 정확하게 알아야 했고, 내가 먹는 약들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검색했다. 그리고 기록에 집착했다. 정신과 진료실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선생님께 말할 내용을 정리하고, 메모했다. 그 모습을 보고 선생님은 이미 내가 강박적인 면이 있다는 걸 아셨던 것 같다. 정말 사소한 것에 집착을 하곤 했는데, 재생목록을 정리한다던가, 나의 아이디를 사이트마다 통일시켜야 한다던가, 다이어리 양식을 정해둬야 한다던가. 남들보다 과하게 신경 쓰고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렇게 특이한 것으로 스트레스를 받곤 해서 강박장애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또, 강박장애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이유는 강박 행동이 심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대신 강박사고가 나를 많이 괴롭혔다. 신기하게도 우울증이 나아지면서 무기력증이 사라지니 강박행동이 생기기 시작했다. 상처, 닦지를 뜯고 멈추지 못했다. 우울증이 심했을 때는 무기력해서 할 힘도 없었던 것이었을까? 정신과 선생님도 그럴 수 있을 거 같다며 공감해 주셨다.


 ADHD에 강박이라니. 정말 환장의 조합이 아닌가? "순서", "완벽"에 대한 강박이 있으면서 늘 한 번에 하려고 하고, 계획에 대한 구조화나 세부적인 단계가 늘 엉망이어서 제대로 되지 않는다. 마음 편히 시작하지 못하니, 오히려 충동적으로 먹거나, 딴짓하는 것으로 안심하려고 했다. 늘 불안하고, 중요한 일들은 뒤로 밀렸다. 강박, ADHD, 우울이라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우울증이 있어도 ADHD 증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신과에 가는 것을 너무 겁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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