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직장인이지우 Jan 19. 2024

정신과 약을 먹었더니 생긴 일

약을 꾸준히 먹어야 하는 이유

 ADHD를 진단받은 뒤, 처음 처방 받은 약은 콘서타였다. ADHD의 보편적인 치료제로 각성제이다. 다른 사람들은 콘서타를 먹고 안개가 걷히는 기분이라던데, 나는 처음부터 극적인 효과는 없었다. 잠이 깨고 눈 앞이 맑아지는 느낌? 그 이후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만성 우울증 때문이었다.  항우울제를 같이 먹으면서 콘서타의 효과도 점점 좋아졌다.


 1년 동안 가장 많이 바뀐 것은 바로 수면패턴이었다. 나는 늘 불규칙하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일상이었다. 덕분에 회사에 가는 것은 늘 나와의 싸움이었다. 힘들게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고 겨우 시간을 맞춰서 가는게 어려웠다. 가끔은 과수면을 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새벽 2시가 넘어서 자던 나는 지금 12시가 되면 잔다. 늦게 자는 것 조차 충동성 때문이었다니. 이유를 알게 되니 속이 시원했다.


 1년 동안 항우울제의 효과도 점점 좋아졌다. 나는 이게 효과 MAX인 줄 알았는데 늘리니까 더 좋아졌다. 다른 사람들은 대체 무슨 기분으로 사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을 먹으면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아지고 그런 것은 아니다. 콘서타는 나에게 각성효과를 주고, 무기력감을 없애준다. 항우울제는 나에게 의욕과 에너지를 준다. 우울하다는 생각, 죽고 싶다는 생각도 정말 많이 줄었고 자해도 하지 않는다. 우울증이 아닌 사람들도 가끔은 우울해하지만 모든 의욕을 잃고 세상이 무너지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울증이었을 때 나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런 정도를 줄여주고 에너지를 주는 걸 내가 느껴봤기 때문에 약물 치료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정신과 치료가 걱정이신 분들 마음도 충분히 이해한다. 항우울제 치료를 하면서 계속 먹어도 되냐는 주변 사람의 걱정이 있었다. 나도 빨리 약을 끊고 싶지만 만성이 되면 완치가 힘들다고 해서 평생 먹을 각오로 치료에 임하고 있다. 다행히 나는 부작용이 적은 편이었다. 부작용이나 효과는 정말 사람마다 달라서, 약을 바꿔가면서 자신에게 맞는 약을 찾아야 한다. (나도 부작용이 있는 약은 바꿨다. 1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조정 중이다)


 정말 힘든 여정이지만 나는 약물치료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이 넘는 동안 나는 약을 늘리고 줄여가며 나에게 맞는 상태를 찾아가고 있다. 이렇게 약을 바꿔가며 자신에게 잘 맞는 약을 찾는 과정은 그만큼 힘들기도 하다. 누가 이 힘든 길을 가고 싶을까? 정신과를 다니는 것은 절대 꾀병도, 이상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많은 사람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약을 꾸준히 먹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무척 중요하다.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뇌 발달은 30살까지 된다고 한다. ADHD는 35살까지. 나의 전두엽이 좀 힘내주었으면 좋겠다. 나중에는 약을 먹지 않아도 훈련한 대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있으면 좋겠고, 그전에 훈련을 많이 해서 좋은 습관들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이전 03화 진단을 받으러 정신과에 가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