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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중아 Oct 06. 2021

Day 5 사려니숲길 완주

한장요약: 작은 물병 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 묻은 지도 가방 안에 넣고서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꼽아보니 제주도 이번에 다섯 번째인지 여섯 번째인지 되는 듯하다.

사려니 숲길도 두어 번 와보긴 했지만 늘 붉은오름 쪽 주차장 입구에서 살짝 맛만 보고 돌아갔었는데

이번 한달살를 기념하여 10km 완주에 도전했다.

(물찻오름 코스는 올해까지 휴식년이라 다음 기회에...)

유튜브와 블로그를 불꽃검색한 결과 비자림로 쪽을 입구로 해서 붉은오름 쪽을 출구로 잡았다.

(실제 걸어보니 이 방향이 내리막이 더 많은 듯한 느낌!이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매우 평탄하다.)

안내판의 예상시간은 빨강 80분 + 노랑 90분 = 총 2시간 50분

4시면 출입을 통제하고 5시에 닫는다는데 난 입구와 출구가 달라 버스를 갈아타고 갔더니  2시 20분에야 입구에서 출발하게 되어 조금 쫓기는 마음이었다.

걸음이 빠른 편이긴 하지만 어쨌든 중간까지 부리나케 열심히 걸었더니 (물론 사진 찍긴 찍었지만..)

5.5km를 65분 만에 통과하여 이후부터는  천천히 걸었다 (사진을 더 찍었다는 이야기!).

오늘은 친구가 한라산 갈 때 신으라며 빌려준 등산화를 처음 신어보기로 했다.

포장로와 흙길, 돌길, 야자매트길, 데크 등 다양한 바닥을 경험할 수 있었는데

자갈길도 꽤 있어서 에어가 든 런닝화가 아니라 등산화를 신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Special thanks to Dr. S.Park!)

10km의 숲길엔 붉은오름 초입에서 보았던 삼나무 외에도 다양한 나무와 양치류, 조릿대 등을 볼 수 있었다.

흐린 듯 구름 낀 날이라 걷기엔 좋았는데 와중에 찰나의 빛내림 순간을 포착!

작은 천(川)에는 물이 많지는 않았지만 숲과 하늘을 담아내기엔 충분했다.

붉은오름 쪽에 가까워질수록 붉은 흙바닥이 드러나 신기하기도 했다.

오솔길로 빠져보기도 하고 숲도서관과 공연장이 있는 무장애 숲길도 걸으며 5시 직전에야 붉은오름 쪽으로 out!

그런데 사려니숲길 붉은오름 버스정류장에서 숙소로 돌아오는 버스 심하게 돌아가더라.

어차피 빙둘러 도는 거 그동안 연휴라 방문을 미루던 올레시장이나 들러 딱새우회 한 접시 사가자 싶었다.

펜션 사장님이 추천한 포장횟집에서 딱새우회만 콕 집어 계산하고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로~

그냥 오기엔 딱새우회가 아까워 편의점에 들러 라면 한 봉과 한라산 소주(알쓰용 순한 맛)도 한 병 산다.

달콤한 딱새우회와 개운한 딱새우 라면으로 마무리한 하루.

현재 시각 11시 39분 기준 오늘 무려 19,140보를 걸었다.

예전에 제주 한달살이를 하면서 올레길을 거의(?) 완주했다던 친구가 그랬다. (올레길 완주를 하려면 배 타고 섬도 가야 하고 날씨도 도와줘야 하기 때문에 한 달 만에 완주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아침에 눈뜨면 밥 먹고 나가 종일 걷고 집에 돌아와선 입은 옷 빨래 돌리고 따끈하게 씻고 잠들고,

다음 날이면 또 일어나 매일 같은 하루를 반복.

그렇게 보낸 한 달이 참 좋았단다,

복잡한 잡념없이 마치 브레인 디톡스를 하는 것 같았다고...

사려니 숲길걸으며, 김동률의 출발을 흥얼거리다가, god의 길도 흥얼거리다가,

그렇게 오른발 왼발 오른발 왼발 걸으니, 아무 생각없이 그저 하영 좋더라.


왜 사냐건 웃지요,

왜 걷냐건 그저 또 웃지요.


덧. 출발 by 김동률

...

멍하니 앉아서 쉬기도 하고

가끔 길을 잃어도 서두르지 않는 법

언젠가는 나도 알게 되겠지

이 길이 곧 나에게 가르쳐 줄 테니까

...

새로운 풍경에 가슴이 뛰고

별것 아닌 일에도 호들갑을 떨면서

나는 걸어가네 휘파람 불며

때로는 넘어져도 내 길을 걸어가네

...

작은 물병 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 묻은 지도 가방 안에 넣고서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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