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장요약: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동명의 소설과는 무관합니다!)
어제는 산으로 갔으니 오늘은 바다로 가보자.
가고싶었던 갯깍주상절리대는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되어서
전에도 와본 적 있긴 하지만 가장 유명한 대포 주상절리대로 향한다.
자연의 경이로운 절경 앞에 한낱 인간의 일천함을 느낀다.
그저 바닷바람 하나 이기지 못하고 대책없이 나풀대는 긴 머리를 틀어올린다.
다음은 오름을 곁들인 바다, 송악산 둘레길로 향한다.
섬 가장자리에 위치한 송악산 둘레길은 대부분이 바다를 이웃하며 걷는 코스다.
굽이굽이 오르락내리락 앞으로는 단산, 산방산과 용머리 해안, 군산오름과 형제섬을, 뒤로는 가파도와 마라도를 보며 걸을 수 있다.
한 바퀴 다 돌아보고 난 후에야 눈에 드는 메밀밭을 지나 최근에 6년 만에 개방됐다는 정상 탐방로로 걸음을 옮긴다.
현재 개방된 낮은 정상에서의 전망도 훌륭하지만 아직 개방되지 않은 더 높은 정상이라면 더욱 멋진 전망과 제대로 된 일몰도 볼 수 있을 것 같아 다음 방문을 기대해본다.
어차피 높은 정상의 능선에 가려 일몰은 볼 수 없을 것 같아 다시 둘레길로 내려간다.
탐방로 옆의 억새가 운치를 더한다.
문득 곁을 지나는 이의 익숙한 흥얼거림에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따라부른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바람이 억새를 스치는 소리와 솔잎을 지나는 소리가 미묘하게 달랐다.
내 긴 머리칼과 어떤 이의 짧은 머리칼을 날리는 소리도 조금은 다르겠지.
이런 다양한 소리들로 제주의 바람은 나에게 어떤 연주를 들려주고 싶은 걸까.
아직 어떤 곡인지 알 수는 없겠지만 귀를 기울여본다.
제주가 들려주는 바람의 노래를 듣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