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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중아 Oct 08. 2021

Day 7 다랑쉬오름, 아끈다랑쉬오름

한장요약: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어제는 바다를 실컷 보았으니 오늘은 또 산으로 간다.

산, 오름, 바다, 계곡까지 제주는 정말 다양한 면모를 가졌다.

오늘의 목적지는 다랑쉬오름과 아끈다랑쉬오름,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손지오름까지 도전해보기로 한다.

숙소인 서귀포에서 다랑쉬까지는 차로 1시간 20분, 생각보다 긴 이동시간에 점심은 숙소 근처에서 김밥을 사서 출발하기로 한다.

오름 입구에서 맛난 김밥을 한 줄 먹고 계단을 오른다.

그런데 계단이 참.... 많다..... 김밥 소화시키랴 계단 오르랴 심장이 팔딱팔딱 과부하에 걸린 듯 싶다.

이런 체력으로 백록담 갈 수 있을까? 자꾸 회의감이 들지만 일단 체력을 키우자 싶어 부지런히 오른다.

1부터 100까지 세고서 쉬고, 또 1부터 100까지 세고서 다시 쉬어가길 반복한다.

아무튼 오르는 길에서 내려다보이는 아끈다랑쉬는 통통한 아가 볼의 보조개마냥 참 아담하고 귀엽다.

다랑쉬오름 정상에 서니 한켠으로는 다랑쉬의 웅장한 분화구가, 다른 한켠으로는 제주의 크고작은 오름들이, 뒤켠으로는 저 멀리 성산일출봉까지 오늘도 이렇게 자연 앞에 겸손해진다.

다랑쉬 정상에서 감탄하느라 시간이 꽤 지체됐다.

먼길 나선 김에 아끈다랑쉬도 가야지 싶어 발길을 재촉한다.

아끈다랑쉬는 사유지라서 딱히 관리가 되어있지 않아 길이 험하다고는 했지만 가뿐히 예상을 뛰어넘는 험난함이다.

오르는 길은 미끄러워 등산화가 아니었다면 큰일날뻔 했고 오르고 나서도 풀들은 웃자라 무릎 높이이고 억새는 거의 사람 키만해서 긴팔을 가져가지 않았다면 꽤 쓸릴 뻔 했다. (긴팔 긴바지 필수! 오름오름 트레킹맵 감사합니다!)

딱히 길이라기보다는 누군가 지나갔던 흔적을 따라 걷는데 정말 앞쪽 가족 일행 없이 혼자였더라면 퍽이나 난감했을 듯 했다.

조금 고생스럽긴 했지만 아끈다랑쉬의 억새밭을 헤치며 걷던 시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 하다.

아끈다랑쉬에서 올려다본 다랑쉬의 해저무는 풍광과 함께..

다랑쉬에서 멀찍이 내려다본 아끈다랑쉬는 아담하고 오붓하고 평온해 보이기까지 했는데,

막상 눈앞에 마주한 아끈다랑쉬는 예상보다 거칠고 험난하고 불편했다. (물론 그만한 값어치가 있긴 했지만)

이래서 무엇이든 겉에서 보이는 대로 쉽게 이야기하면 안 되는 것 같다.

남의 삶도, 옆의 산도, 겉보기엔 다 쉬워보이고 편해보이지만 막상 겪어내기 전까지는 모르는 법.

그래서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던 모양이다.


덧. 오늘의 뒷모습은 친절하고 유쾌했던 가족 일행분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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