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중아 Oct 10. 2021

Day 9 교래자연휴양림, 큰지그리오름

한장요약: 태초에 곶자왈이 있었더라


이번 주말도 한글날 대체 휴일이 어있어서 사람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 최대한 관광객들이 찾아오지 않을 만한 곳이 어디일지 고심해본다.

그렇게 정한 목적지는 교래자연휴양림과 휴양림을 지나야 오를 수 있는 큰지그리오름!

사려니숲길 붉은오름 입구에는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던데 거기서 그리 멀지 않은 교래자연휴양림은 주차장도 여유있고 좋다. (설마 입장료 천원 때문이려나)

오늘의 목표 코스는 가장 끝에 있는 큰지그리오름 전망대를 찍고 돌아오기!

안내도 기준 2시간 30분 예정이었지만 비 온 뒤라 길도 미끄러웠고 오름 오르막도 가파른 편이라 총 3시간이 넘게 소요되었다.

제주의 곶자왈은 표준어로 번역하자면 숲덤불 정도 될 것 같은데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고 있다고 한다 (네이버 백과사전 참고).

아침까지 비가 와서 그런지 언젠가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가려고 집 떠나는 달팽이도 만나고

탐방로 모든 돌들은 고운 이끼에 덮여있고 숲은 온통 고사리 같은 양치류로 빼곡하다.

사려니숲길과 그리 멀지 않은데 전혀 다른 느낌이라 정말 신기하다.

한참을 걸어 촉촉한 휴양림을 벗어나면 큰지그리오름 입구에서 만나게 되는 빽빽한 편백나무 숲.

오가는 사람도 거의 없어 피톤치드 맘껏 들이켜본다.

교래자연휴양림과 큰지그리오름 탐방로를 걸으며 가장 좋았던 점은 인공적인 산책로 느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걷기 편한 데크와 나무 계단은 (론 조성하신 분들의 노고를 폄훼하는 것 아니고 노약자들을 위한 배려임에는 틀림없지만) 으면서 볼 수 있는 풍광을 다소 획일적으로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휴양림의 나무뿌리와 자갈길, 오름의 돌계단은 미끄럽긴 했지만 훨씬 더 자연다운 느낌이라 진짜 숲을 탐방하는 느낌이 들게 해주었다.

열심히 오르막을 오르고 나면 눈앞에 펼쳐지는 장관.

비가 온 뒤라 구름에 가려 한라산은 보이질 않지만 크고작은 오름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전망대 정상을 찍고 돌아가는 길, 열심히 오른 탓에 시간 여유가 있어 천천히 돌아가기로 한다 (= 열심히 사찍기 ㅋㅋ)

태고적 느낌이 물씬 나는 곶자왈을 지나며 문득 에덴동산이 이런 모습이었다면 뱀이 빨갛게 맛있게 익은 열매로 (성경에 사과라고는 안 했다고 한다) 유혹했다면 나라도 혹했겠다 싶어지긴 했다. 하필 아침에 간식으로 싸간 사과를 와그작와그작 씹으며 한낱 피조물 인간의 유약함에 대해 곱씹어본다.


덧. 등산화만 믿고 방심하지 말고 산에 갈 땐 흰 양말은 신지 말자.


매거진의 이전글 Day 8 서귀포 체험 다이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