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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중아 Oct 11. 2021

Day 10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남원큰엉해양경승지

한장요약: 미쳐야(狂) 미친다(及)


제주에 오기 전 그저 관광으로 온다기보다 정말 한 달이라도 "제주에 살아보기"를 해보고 싶어서

'순이삼춘'과 '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미리 읽었었다.

오늘은 일기예보에 하루 종일 비가 온다고 되어있길래 실내인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에 가보기로 한다.

종일 비 예보였던 것에 비해 아침에 시원하게 한 번 내리고는 하늘만 잔뜩 찌뿌둥할 뿐 잠잠하다.

전에 읽었던 책을 꺼내 한 번 더 훑어보고 길을 나선다.

폐교를 갤러리로 꾸몄다고 읽기는 했지만 전에는 운동장이었을 정원을 정말 제주스럽게 잘 꾸며놓아 예전 명패를 빼고는 학교라는 느낌은 크게 들지 않다.

'두모악'은 한라산의 옛 이름이라는데 진심으로 제주를 사랑하고 흠모했던 작가가 정한 이름답다.

육지에서 살다 제주도에 반해 20년을 오름과 중산간지대에 바친 작가의 이야기를 읽자면

섬에 홀리고 산에 미쳤다는 표현 말고는 그를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셔터 한 번을 누르기 위해 하루 종일 카메라를 지고 서있었을 작가를 생각하니

하나하나의 사진들을 더 유심히 보게 된다.

휴식년이라 가보지 못한 용눈이오름을 사진으로나마 볼 수 있어 감사했다.

어느 사진 하나 대표작이 되고 출세작이 되게 해주는 그런 작품을 찍으려 했다기보다는

자신이 정말 사랑한 제주를 가장 제주답게 보여주고 싶어한다는 느낌이다.

화가로 치면 자신의 화풍을 고집하기보다 초상화를 그리는 대상을 가장 그 사람답게 그려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느낌.


어떻이렇게 어느 하나에 모든 것을 걸고 미쳐 살 수 있는 질문에, 솔직하게 자신도 모든 순간이 행복하지는 않았음을, 많은 순간이 고단했고, 말년에 불치병을 얻고서야 쉼을 얻을 수 있었다는 작가의 담담한 이야기가 어느 하나에도 순도 100% 진심이지 못했던 나에게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흙으로 돌아갈 줄 아는 생명은 자기 몫의 삶에 열심이다.

만 가지 생명이 씨줄로 날줄로 어우러진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다.

천국보다 아름다운 세상에 살면서도

사람들은 또 다른 이어도를 꿈꾸며 살아갈 것이다."

돌아오는 길, 비가 오니 사람이 좀 적을까 싶어 인스타 포토존으로 유명한 한반도에 들러본다.

사실 몇 년 전 제주 여행 왔을 때 숙소가 바로 코앞이었는데 그땐 유명하지 않아서 들르지도 않았던 곳이다.

오늘 가보니 역시나 사람들이 줄을 서며 사진을 찍고 있다.

기왕 왔으니 인증샷이라도 찍자 싶어 줄을  뒷사람에게 사진을 부탁한다.

사실 한반도 사진보다 큰엉의 우렁찬 파도 소리와 눈이 시리게 아름다운 수색이 더 좋은 곳이다.

다시 집으로 가는 길, 네비를 보니 올레시장을 지난다.

연휴라 사람이 많을 것 같아 고민이 되긴 했지만 슬슬 배가 고파 일단 도전해본다.

예상했던 대로 기나긴 주차 행렬을 따라 간신히 주차를 하고 시장에 나서니 인산인해다.

오늘 목표는 마농치킨 (마농은 마늘의 제주 사투리).

가장 유명한 중앙통닭으로 향했더니 한 시간을 기다리란다.

미련 없이 다른 집에서 주문을 했더니 15분 대기라길래 시장을 한 바퀴 돈다.

몇 년 전 제주에 왔을 때 어느 커피숍 디저트로 맛봤던 감귤모찌가 눈에 띈다.

시다고 귤도 잘 안 드시던 아빠도 참 맛있게 드셨던 기억이 나서 한 봉지 구입.

평소 서울역 롯데마트 제주특산품 코너에서 종종 사먹던 감귤과즐도 한 봉지 산다. 어찌된 일인지 6천원짜리 과즐을 사니 감귤크런치 초콜렛을 서비스로 넣어주신다.

기다리던 치킨 찾으러 오라는 전화에 부리나케 픽업을 하고 다시 집으로 오는 내내 차 안에 가득한 치킨향에 아찔한 정신을 부여잡으며 간신히 집에 도착했다.

+ 시식 후기.

그냥 시장통닭에 다진 마늘을 끼얹어준 느낌인데 딱히 한 시간을 기다려가며 다시 살 것 같지는 않다.

택배도 안 된다는 감귤모찌나 있는 동안 많이 먹어주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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