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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중아 Oct 20. 2021

Day 19 본태박물관, 방주교회, 성이시돌목장

한장요약: 오늘도 제주가 제주한 하루!


어제 1일 3오름했으니 오늘은 조금 쉬어가는 날.

오늘 제주는 볕은 따듯한데 바람은 차다.

어젯밤 도착한 언니 덕에 드디어 2인 메뉴를 주문해본다, 모 생선구이 2인분.

갈치 위의 소금이 완벽한 간을 선사해주며 달고기와 생옥돔, 뾰족조기가 각각의 풍미를 더한다.

맛난 점심에 기분이가 좋아져서 볕 쨍쨍한 서귀포 앞바다를 산책한다.

범섬과 새섬, 검은 돌에 부서지는 흰 파도.

오늘 법환포구는 언제까지고 기억에 남을 풍경이다.

오늘의 메인 목적지인 본태박물관으로 향한다.

전시품보다는 건물 자체를 관람(구경이라는 표현은 너무 가벼워 건축가에게 미안한 기분이다)했는데,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바랐다는 안도 타다오의 의도가 직선과 곡선의 섬세한 융화로 모던하면서도 고즈넉하게 표현되었다.

 거기에 쿠사마 아요이의 테마인 Infinity까지 얹어져 건물의 사선 활용이 더 빛을 발하는 느낌이다.

유명 작가들의 조금은 덜 유명한 작품들이 있었지만 외려 우리의 전통 목각 꼭두나 손바느질 조각보가 더 아름다워 보였던 건 내가 나이 든 때문일까...

바로 근처의 방주교회로 향한다.

미국 조지아에서 다니던 교회도 나름 노아의 방주를 본떠 만들었는데 역시 교회 건물을 둘러싼 잔잔한 물이 있 방주라는 그 의미가 더 선명해진다.

노아가 비둘기를 날렸을 것 같은 십자가 모양의 작은 창 보인다.

하지만 순식간에 심술을 부리는 제주의 날씨 탓에 급 바람이 몰아치며 추워져 어제 당근에서 산 패딩을 꺼내 입었다 (오자마자는 더워서 반바지를 사 입었는데 2주 만에 패딩이라니.. 하지만 당근마켓 덕에 내 한달살이 중 가장 가성비 넘치는 지출이 된 듯!).


다음 행선지는 성이시돌 목장이다.

목장에 있는 우유부단이라는 카페에서 유명한 아이스크림이나 밀크쉐이크를 먹고 싶었는데 급격히 떨어진 체감온도에 우도땅콩밀크티로 급선회, 행히 좋은 선택이었다.

지도에 포토존이라고 안내된 테쉬폰과 새미소길에서 열심히 사진도 찍어본다 (Photo credit to Dr. Park).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는 동행한 언니의 지인이 직접 귤을 키운다는 한림에 있는 5천 평 감귤밭이다.

한라산을 기준으로 제주와 서귀포의 온도차를 직접 피부로 체감하긴 했지만, 서귀포 숙소 침대에서 보이는 귤밭의 귤들은 노랗게 익어가데 한림의 귤은 아직 초록초록하다.

그래도 100% Organic으로 키워 모양은 별로여도 맛은 훌륭하다는 얘기에 이제 막 익으려는 귤을 하나 맛봤는데 갓 딴 귤의 생그러움은 역시 최고다.

지인 가족과 제주 흑돼지를 먹으러 출동한다. 역시 돼지고기는 여럿이 먹어야 더 꿀맛!

제주에 산 지 어느덧 11년이 되어간다는 지인분을 하염없이 부러워하다 수다 날을 샐 뻔했지만 야심찬 내일의 산행을 위해 약간은 아쉬운 듯 마무리하는 하루.

오늘도 산으로 바다로 들로, 더웠다가 바람불다가 추웠다가,  그렇게 제주가 제주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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