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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중아 Oct 22. 2021

Day 21 거문오름, 서귀포 천문과학문화관

한장요약: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오늘은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예약해둔 UNESCO 등재 세계 자연유산인 거문오름을 탐방하는 날이다.

주말은 한 달 전부터 예약이 다 차지만, 백수인 나는 평일도 가능해 그나마 3주 전에 예약할 수 있었다.

10시 30분 출발 예약이었는데 아침에 청소기 돌리고 시트 교체하고 빠듯하게 출발했더니 10시 28분에 주차장에 도착해서 간신히 합류할 수 있었다. 다다다닷~

처음엔 거문오름 정상에 올라 분화구를 내려다보는 1코스.

친절한 해설사님에 따르면 거문오름의 분화구는 백록담에 두 배 크기라고 한다. 용암이 흘러내리느라 한쪽이 트여 말발굽 모양이며 그 용암이 해수면까지 흘러흘러 만장굴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다른 종류의 꿀렁거리는 용암은 분화구 근처의 8개의 오름으로 남아있고 예전 우리 조상들은 각 오름들을 한 마리의 용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2코스는 분화구의 가운데로 내려가서 8개의 오름을 올려다보는 코스다.

분화구 자체가 수풀로 울창하기 때문에 분화구라는 느낌이 확 들지는 않지만 내려가는 동안 용암이 흘러내린 자리에서도 분연히 자리를 잡은 다양한 곶자왈의 생태를 해설사님의 설명과 함께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바위 위에 먼지가 쌓여 먼지 위에 이끼가 끼고, 그 위에 양치류가 자라고, 바위를 감싼 단풍나무와 그 단풍나무를 타고 오르는 덩쿨나무까지...

자연에서 보여주는 생명의 신비함과 강인함은 볼 때마다 감탄이다.


2코스까지 마치고 내려오면 만나는 넓게 펼쳐진 억새밭.

억새밭의 조그맣게 푹 눌린 동그란 자국은 어젯밤 노루가 자고 간 자리라서 진드기를 조심해야 한다고 알려주셨다.

바람많은 제주에서 바람에 휘청이는 억새밭이 바람을 가장 잘 피할 수 있는 잠자리가 되다니 참 역설적이다.

능선을 따라 8개의 오름을 자율 탐방하는 3코스는 어제 영실에 다녀온 내 다리로는 무리라 오늘은 여기까지.

근처 식당에서 고기국수를 먹었는데 푸짐한 양과 따끈한 국물에 몸을 녹인다.

숙소로 향하는 길에 낮이라 비교적 한산한 올레시장에 들러 꽈배기도 먹고 오메기떡도 산다. (꽈배기 반죽이 정말 맛있었는데.. 사진 찍는 걸 까먹어서 또 먹으러 가야겠다 ㅋㅋ)


오늘 하늘이 곱길래 일몰을 보러 동너븐덕에 도전.

아쉽게도 구름들이 수평선에 잔뜩 모여있어서 제대로 된 일몰은 아니었지만 구름 속으로 수줍은 듯 숨어 들어가는 햇님과 인사를 나눈다.

숙소에서 어제 남은 딱새우로 후딱 딱새우 라면을 끓여먹고 오늘 일정의 피날레인 별보기를 하러 나선다.

차도 거의 다니지 않는 깜깜한 도로를 타고 도착하니 둥근 달님이 우릴 반겨준다.

천문과학관에 입장하고서는 2층 전시관에서 고등학교 시절 배웠던 (에휴, 언제적이야...) 지구과학2를 후루룩 복습하고 (행성, 위성, 은하, 성단, 성운), 영상으로 대략적인 주요 별의 위치와 가을철 별자리들에 대해 예습한 후 대망의 천체망원경 관측.

(아쉽게도 영상과 망원경은 사진 촬영이 불가하다)

오늘 의외로 구름도 있어 실제 눈으로 별자리까지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망원경으로 본 목성과 갈릴레이 4위성, 고리까지 제대로 확인한 토성, 견우직녀를 이어주는  백조자리의 파랗고 빨간 쌍성, 거기에 원래 보려던 성단이 보이지 않자 대신 보여주신 탐스러운 달님까지!!

제주 떠나기 전에 꼭 한 번 더 보러 오리라 다짐에 다짐을 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린다.

(원40인까지인데 코로나로 6명씩 이틀 전 예약제로 운영하다 보니 신청이 진짜 1분 컷이다. 이틀 전에 예약하기 때문에 변화무쌍 제주의 날씨를 미리 예측하기도 어려워 그야말로 운에 운을 더해야 맑은 밤하늘 별을 볼 수 있다.)

몇 해 전 몹시 추웠던 겨울날 오들오들 떨면서 1100도로 휴게소에서 보았던 쏟아질 듯했던 은하수를 다시 볼 수 있기를 온 맘으로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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