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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중아 Oct 27. 2021

Day 26 라바북스, 북타임, 백약이오름

한장요약: 백가지 약초를 가진 백약이오름[百藥岳]이 내게 알려준 약은 연약함의 강인함과 유연함의 올곧음.


박언니는 떠나고 김동생과 함께 하는 하루.

오늘은 그녀와 나의 취향을 고려한 동네서점 투어로 시작한다.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은 사장님께서 육지에 일이 있어 11월부터 영업하신대서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 ㅠ

(슬 다음 제주행을 위한 위시리스트를 작성 중이다).

위미항 근처의 라바북스부터 러본다.

서울에서 보던 독립서적들도 꽤 보이고 제주의 특색을 살린 엽서책, 여행 관련 책과 다양한 굿즈들이 많은 아기자기한 동네서점이다.

독립서점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이곳에서도 한 권 구입(이라 쓰고 나의 소비욕을 합리화 ㅋㅋ).

'제주스러운 날들'이란 책인데 귤잼 만들기 등 제주에서 할 수 있는 소소한 취미를 귀여운 그림으로 설명해준다.


근처에 건축학개론 영화에 나온 서연의 집이 있길래 산책 겸 걷다 보니 여름이 다시 온 듯 무덥다.


시원한 점심을 위해 근처 물회집을 검색해본다.

이름을 들어본 듯 해 도착하니 몇 해 전 가족들과 여행와서 올레길을 걷다 점심을 먹었던 공천포식당이다.

그때에도 참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서 반가웠다.

된장 베이스의 제주도식 물회는 오늘도 여전히 맛있었다.


다시 근처의 북타임으로 이동.

어릴 적 살던 집을 서점으로 꾸미셨다던데  주렁주렁한 외관에서부터 제주스러움이 묻어난다.

잠실의 서울책보고가 생각나는 둥근 책장에 분야별로 알찬 추천도서들이 깨알 같은 사장님의 추천사를 등에 업고 자리 잡고 있다.

피노오부터 예사롭지 않더니 옆 건물에는 아이들 책만 따로 모아두었는데 사장님의 아이들 사랑이 마구 느껴진다.

또다른 공간에는 제주 관련 서적들만 모아두었는데 제주여행과 관련한 예쁜 이야기들 뿐만 아니라 제주 사투리나 제주 신화 등을 연구한 전문적인 서적들도 있다.

한켠에는 제주 4.3 관련한 책들을 모아두었는데 광주의 독립서점에 5.18 관련 책들을 모아둔 것이 생각나기도 했다.


책 구경은 실컷 했으니 이제 다시 제주의 자연으로.

오름 가는 길, 화창한 날씨에 코스모스 구경을 위해 소노캄 제주에 다시 들러본다.

추워진 날씨에 전보다 꽃이 많이 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볕이 좋아 지난번과는 또다른 느낌이다.

텀블러에 담아온 따뜻한 차 한 잔에 감귤과즐과 약과를 곁들이니 비싼 커피숍이 필요 없다.


1일1오름을 위해 다시 길을 나선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한달살이에 갈 수 있는 오름도 몇 남지 않아 고심하다 백약이오름으로 향한다.

적당한 높이의 오름으로 굼부리(분화구) 둘레길까지는 계단이 잘 조성되어 있어 오르는 데 그리 어렵지는 않다.

굼부리가 아주 잘 보이는데 굼부리 아래쪽은 억새, 둘레는 삼나무, 다시 그 주위를 억새와 수크령이 감싸고 있다.

누가 일부러 그렇게 모양을 잡고 심은 것도 아닐 텐데 어떻게 이렇게 자리 잡은 것인지 신기하고도 신비롭다.

휴식년이라 꼭대기 부근은 출입이 제한되어 있었지만, 멀리 한라산과 층층이 오름들, 바다 쪽으로는 성산일출봉, 우도까지 내다보기에는 굼부리 둘레길로도 충분하다.

약초가 많아 백약(百藥)이오름이라는데 식알못인 내가 약초를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억새와 수크령과 이름 모를 들꽃들로부터 거센 바람에 연약하게 휘날릴지언정 결코 부러지지 않는 강인함, 그리고 꺾이지 않는 유연함으로 올곧게 스스로를 지켜내는 지혜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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