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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중아 Jan 23. 2022

[20220122] 3. 도봉산 여성봉-오봉-신선대

한장요약: 도봉산은 가까운 산일뿐 만만한 산이 아니다.


연이은 원정산행 이후 이번 주말엔 가볍게 근교산행이다.

도봉산 코스 중에 난이도 중하라는 여성봉-오봉 코스로 도전!

대중교통이 불편해 다른 코스에 비해 사람이 많이 찾지 않는다더니 10시에도 여유있게 주차가 가능했다.

주섬주섬 채비를 마치고 오봉탐방지원센터에서 등산 시작.

생각보다 눈이 꽤 쌓여있어 하산하시는 산객님들께 아이젠이 필요하나 여쭤보니 중간 정도까지는 없어도 괜찮을 거라셔서 일단 출발한다.

반질반질한 돌들이 도봉도봉 쌓인 돌계단을 조금 오르니 그새 후끈해져 자켓은 벗어 가방에 넣어둔다.

여성봉 코앞 400m 가파른 암릉구간을 다 오르고 나니 왜 여성봉인지 알 것 같은 모양이다;; (눈에 덮여 그나마 좀 덜 부끄럽기는 했다.)

유튜버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대로 여성봉 뒤로 돌아가니 멀리 오봉이 훤히 보이는 포토존이다.

여성봉이라 음기가 강해서인지 직사광선이 내리쬐는데도 쌓인 눈은 전혀 녹질 않고 있다.

그 덕분에 고작 고도 500m대인데도 스위스 설원같은 느낌!

가성비 설경이라며 한참 신나게 사진을 찍고 오봉으로 향한다.
다섯 개의 봉우리마다 마시멜로를 얹어놓은 듯한 귀여움이 포인트인데 (정확히는 토르라고 불린다고 한다) 눈이 쌓인 산세 덕에 그 멋짐을 더한다.

오봉 바로 아래켠 바람이 들지 않는 곳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기로 한다.
집 앞 한입소반에서 사 온 묵은지참치김밥에 친구들이 만들어온 따뜻한 떡볶이와 상큼한 연어롤을 허겁지겁 먹으며 허기를 채우고서야 정신이 들어 사진을 찍다.
뒷골을 때리는 달달한 브라우니에 따듯한 차를 곁들여 원기를 회복하고 다시 신선대로 향한다.

나는 보통 등산코스를 유튜브로 예습을 하는데 힘든 구간을 미리 파악해두면 체력안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코스는 여성봉-오봉까지만 예습을 해서 오봉-신선대 구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 채 일단 출발했다.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서여서 더 그랬겠지만 오봉-신선대 구간은 상당히 업다운이 심해서 핸들을 잡고 (엄밀히는 매달려) 오르내리는 구간이 종종 있다 (자운'봉' 이정표를 보며 계단을 내려가는 내적억울함).
그중 최고는 신선대 직전 구간이었는데 가파른 암릉에 살짝 쌓인 눈이 사람들의 잦은 발길에 맨들맨들해져서 비브람 메가그립 따위 무용지물이다.

후달리는 팔을 부여잡고 내려와서는 운동화 신고 오르려는 자매님 한 분 간곡히 말려드리고 이제 하산길이다(라고 적었지만 다시 오봉 쪽으로 돌아가다 송추계곡으로 빠지기 때문에 다이나믹 업앤다운 어게인;;).
송추계곡으로 빠져 눈 쌓인 너덜길로 내려서면서 아이젠을 착용한다.
딱히 미끄러울 것 같진 않았지만 아이젠을 차니 심적인 안정감 덕분인지 발가락에 힘이 덜 들어가는 느낌이다.
꽁꽁 얼어붙은 송추폭포를 끼고 내려오는 길이 살짝 지루할 무렵 너른 계곡과 눈이 곱게 쌓인 송암사를 지나 임도길에 다다르며 오봉탐방지원센터로 원점회귀한다.

다이나믹한 암릉 덕에 브라우니 파워 슈가 하이는 진즉에 소진되고 또 배가 고프다.
근처 유명한 송추가마골에서 고기도 굽고 갈비탕으로 온기도 회복한다.

따져보니 지난주 태백산과 비슷한 누적고도인데 엄청난 업다운으로 훨씬 더 체력소모가 큰 듯하다.
6시간 산행으로 오늘도 이렇게 등력을 +1하며 보람찬 산행을 마무리한다.
꽃피고 볕좋은 어느 봄날 Y로 찾아갈게, 기다려 도봉!


[요약]
1. 코스: 오봉탐방지원센터-여성봉-오봉-신선대-송추폭포-오봉탐방지원센터, 약 10km, 총 5시간 운행
2. 기온: -4/-2, 풍속 1ms (들머리에서 조금 추웠지만 점심 이후엔 영상인 듯 따뜻)
3. 착장
- 베이스 레이어: 푸마 웜셀
- 미드 레이어: 블랙야크 플리스
- 아우터: 라푸마 고어텍스 (들머리 잠깐), 네파 경량패딩 (휴식부터 하산까지)
- 하의: 히트텍 3부, 코오롱 폴라텍 등산바지
4. 기타 준비물
- 방한: 버프, 장갑
- 등산용품: 아이젠, 무릎보호대, 썬크림&립밤 (돌멩이 때문에 스패츠 필요)
- 행동식: 젤리
5. 장점: 눈 쌓인 전망 100점
6. 단점: 암릉(철봉) 구간 많음 (스틱은 오히려 걸리적거림)
7. 다음 방문 계획: 명성이 자자한 Y 계곡은 날 풀리면 도전해보는 걸로

[별점] (5점 기준)
1. 난이도: 3.5 (오봉~신선대 암릉구간과 계단 빡쎔)
2. 풍경: 4.5 (예쁜 봉들, 눈 쌓인 산세와 백두대간 같은 산그리메)
3. 추천: 4 (완전 초보는 무리)

[오늘의 교훈]
1. 도봉산은 가까운 산일뿐 만만한 산이 아니다.
2. 겨울엔 동네 뒷산을 가도 아이젠은 필수!
3. 암릉 잘 다니려면 상체 운동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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