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주혜 Oct 19. 2023

갈 곳을 잃어버린 존재들에 대하여

[제6회 서울동물영화제 리뷰]  니카를 찾아서

지난한 긴긴 싸움이 지속되던 어느 날. 누군가는 이 삶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조금 더 깊이 마주하고 있는 삶으로 들어갑니다. 모험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이 과정에 대하여 어떤 이들에게는 삶의 지평을 열기 위한 과정이라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지구 반대편에 있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 지독한 삶이란 여정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하는 방황의 시작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어느 지점에 놓여 있을까요. 


전쟁은 이 모든 고민을 무색하게 합니다. 전쟁은 존재로 살아가는 이들이 펼쳐놓은 삶에 대한 다양한 규정과 방법을 송두리째 바꿔놓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를 원한다고 할 때, 그 나은 삶이란 무엇일까요. 그 삶에서는 생명이 생명으로 살아가고 있을까요. 우리는 오늘날 펼쳐진 안전하고 온전한 삶에 대하여 다시금 당연히 여겨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제6회 서울동물영화제의 개막식으로 선정된 영화 <니카를 찾아서>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전쟁 속에서 인간은 인간으로 살아갈 수 없는 환경에 놓였고 그보다 더 연약한 동물들의 세상은 더 처참히 파괴됐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전쟁으로 희생되고 무고한 목숨이 끊어지는 현실 앞에 인간은 자연스럽게 생명의 카테고리를 더욱 좁힙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 치부할 수도 있는 문제 앞에 누군가는 속절없이 두 손을 들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옳은 길이라 여기는 그 길을 갑니다. 그리고 그들은 보다 더 작은 생명을 위해 보다 더 좁은 길을 갑니다. 전쟁의 폭격 속에서도 전진을 택합니다.


전쟁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길을 택할까요. 저는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용기를 키워내고만 싶습니다. <니카를 찾아서>는 제목 그대로 전쟁 중 잃어버린 반려견 니카를 찾기 위해 떠난 여정을 담았습니다. 니카를 찾아 떠난 모든 여정은 인간의 탐욕이 만든 이 끔찍한 참상을 알아차리는 길이었고 또 반면에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그 희망을 발견하고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인간의 역사에 언제까지 전쟁이 있어야 할까요. 풀리지 않는 인간사의 의문들은 니카가 보이지 않는 암울한 현실과 다르지 않습니다. 동물들이 갈 곳을 잃어버린 전쟁의 현장은 곧 인간이 갈 곳을 잃어버린 것과 같습니다. 그런 현실은 전쟁이 없는 현실이라고 해도 동일한 문제죠. 그러므로 주인공은 존재로 살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가야 할 바를 찾아 나섭니다. 그 여정이 바로 니카를 찾는 여정이죠.


삶을 방황이라 일컫는 이들이 혹시 여기에 있을까요? 존재로 살아가기 위한 방법에 대해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나요. 그렇다면 이 영화를 봐야 할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이 이야기를 진실로 마주한다면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는 방황하거나 전쟁을 하거나 가야 할 바를 잃는 존재들이 아니며 오직 생명으로 살아있으며 이 끔찍한 폭격과 잔인한 현실을 멈출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1. 내가 뽑은 영화의 키워드

#인간과생명의역사 #전쟁 #여정 #온전한삶에대한단상


2. 한 줄 감상평

갈 곳을 잃어버린 존재들에 대하여


3. 추천하고 싶은 사람과 그 이유

현존하는 전쟁에 대하여 확실한 현실을 알아차리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지금의 온전하고 안온한 삶을 지루하고 희망이 없는 여정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면 현실을 비관하기보다 무엇인가를 찾아 나서기를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영화 [니카를 찾아서]는 '제6회 서울동물영화제'에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2023.10.19.(목)~ 10.23.(월)

    #서울동물영화제 #동물영화제 #영화추천 #SAFF #관객리뷰단





작가의 이전글 쉬운 동물복지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