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서울동물영화제 리뷰] 라이트 니즈
어린 시절 들었던 이야기 중에 어른이 된 지금도 좋아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나그네의 옷을 벗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 질문합니다. 그때 바람은 내가 할 수 있다며 나그네에게 세찬 바람을 불어넣죠.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오히려 나그네는 옷깃을 힘껏 여밉니다. 바람에 결코 물러서지 않죠. 그때 빛이 말합니다. '이제 내가 나그네의 옷을 벗겨볼게.' 빛은 나그네를 포근히 감쌉니다. 나그네에게 무거운 외투를 입지 않아도 된다고 속삭이죠. 나그네는 천천히 걷다가 옷을 벗습니다. 적절한 온도와 관심이 나그네를 편안하게 했던 겁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언젠가 어떤 일을 하더라도 누군가에게 빛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가 저의 동경이 된 것이죠.
현실은 조금 달랐습니다. 세상에는 세찬 바람이 더 많이 불어올 뿐이었죠. 우리는 저마다의 세찬 바람을 막아 내느라 에너지를 쏟습니다. 때로는 그 세찬 바람 가운데에서 누군가를 비난하다가 때로는 그 비난의 화살을 나에게 돌리기까지 하죠. 언제부턴가 저는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온다는 소식에 조금 무던해졌습니다. 오히려 따스한 빛이 우리들의 삶에 있다는 소식이 들릴 때면 가슴이 설레곤 하죠. 여러분은 어떠세요? 여러분의 일상에 그 따스함이 있나요.
저는 영화 <라이트 니즈>가 오늘날의 참된 따스함 같았습니다. 우리가 지금 필요한 것이 바로 이 이야기였음을 알게 되었죠. 언제나 목표 지향적인 삶에 대해 박수를 보냈던 우리 사회였기에 그 질서와 흐름에 저도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한 문장 글을 쓰는 행위도 오직 순수했던 적이 얼마나 있었을까요. 그렇지만 저는 언제나 쓰는 존재로 살아갔고 그 사실만으로도, 아니 그렇지 않을지라도 저는 충만한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이를 알아차리지 못할 때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어디선가 느껴지는 따스함이 나를 감싸기를 원했지만 스스로 저를 감싸는 것에는 어색하고 무기력했던 거죠.
영화 속에서는 존재로 빛나고 공존할 때 더욱 아름다운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들의 모습이 교차해서 나옵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들의 경계가 어디일까. 의문을 갖게 만들죠. 그러나 이 의문의 끝에 우리는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서로의 보살핌과 함께하는 마음 그리고 나아가 책임이 비로소 우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공존의 방법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영화를 통해 여러분은 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생명들, 그리고 그 생명을 생명으로 살아가게 하는 빛과 바람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나아가 이를 가능케 하는 누군가의 온기가 아주 진하게 남을 것입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방식이란 서로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그 온기를 나눌 때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요.
1. 내가 뽑은 영화의 키워드
#공생 #시선 #서로다른방식 #사회적계약 #생명고찰
2. 한 줄 감상평
생명은 가꾸고 사랑하는 마음으로부터
3. 추천하고 싶은 사람과 그 이유
생명을 바라보는 자세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일이 아니죠.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해 이해하고 싶은 분들은 먼저 내 주변에 있는 생명들의 존재에 대해 고찰해보면 어떨까요. 아마 다른 존재에 대한 이해가 인간사 우리의 고민과 갈등을 해결해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생명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갖고 싶은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영화 [라이트 니즈]는 '제6회 서울동물영화제'에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2023.10.19.(목)~ 10.2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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