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청소년의 이중문화수용태도 #3-2
이중문화적 정체성(Bicultural Identity)
다문화청소년의 '두 문화 함께하기' 이야기: 이중문화적 정체성이란?
다문화청소년들은 부모님의 고향 문화와 지금 살고 있는 한국 문화, 이렇게 두 가지 문화를 동시에 경험하며 성장한다. 마치 두 개의 언어를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때 이 친구들은 두 문화 사이에서 자신이 누구인지(정체성)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동시에 특별한 장점을 가질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이중문화수용태도'이다. 이건 두 문화를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두 문화를 모두 이해하고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사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 능력이 있으면 다문화청소년들이 두 문화 속에서 더 잘 적응하고,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에릭슨의 '이중문화적 정체성 통합'
유명한 심리학자인 에릭슨(Erikson, 1968)은 다문화청소년들이 두 문화 사이에서 생기는 작은 갈등들을 잘 조절하고, 서로 다른 두 문화를 자연스럽게 하나로 합치는 과정을 '이중문화적 정체성 통합'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두 문화가 서로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도록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 '이중문화적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두 가지 개념이 있는데, 바로 '문화의 유동성'과 '문화적 통합'이다.
이중문화적 정체성의 핵심 요소
1. 문화의 유동성 (두 문화를 자유롭게 오가기)
첫 번째 핵심 요소는 '문화의 유동성'이다. 이건 마치 스마트폰의 언어 설정을 한국어와 영어로 자유롭게 바꾸는 것처럼, 두 문화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행동하고 생각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베넷-마르티네즈(Benet-Martínez, 2002)라는 학자는 '문화적 프레임 전환(Cultural Frame Switching)'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를 설명한다. 예를 들어, 다문화청소년이 집에서는 부모님의 고향 문화 방식에 따라 행동하고, 학교에서는 한국 문화 방식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환은 상황에 맞춰 자신을 유연하게 조절하는 능력인데, 이렇게 두 문화를 잘 오갈 수 있을 때 다문화청소년들은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고, 두 문화가 조화롭게 통합될 수 있다고 한다.
➕ 추가 설명: "프레임"은 우리가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틀'을 의미한다. '문화적 프레임 전환'은 상황에 따라 다른 문화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고 행동하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른을 대할 때 한국에서는 존댓말을 쓰고 예의를 갖추는 '한국 문화 프레임'을 사용하고, 외국인 친구와 대화할 때는 좀 더 자유롭고 개방적인 '서양 문화 프레임'을 사용하는 식이다.
2. 문화적 통합 (두 문화를 모두 존중하고 포용하기)
두 번째 핵심 요소는 '문화적 통합'이다. 이것은 두 문화를 마치 두 개의 강물이 만나 하나의 큰 강을 이루는 것처럼, 어느 한쪽을 버리지 않고 두 문화를 모두 소중히 여기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말한다.
피니(Phinney, 1990)라는 학자는 이민자들의 연구를 통해 '이중문화적 정체성'을 '민족 정체성(자신의 뿌리)'과 '문화적 정체성(현재 살고 있는 문화)'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그의 연구는 다문화청소년들이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면서도 자신의 고유한 민족적 정체성을 잃지 않고, 두 문화를 조화롭게 통합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즉, 한국 문화에 잘 적응하면서도 자신의 부모님 문화 역시 자랑스럽게 여기고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피니는 이때도 문화의 유동성(유연성)이 중요하다고 보았는데, 다문화청소년이 두 문화 사이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조절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문화적 통합이 이루어진다고 강조한다.
왜 이중문화적 정체성이 중요할까?
피니와 베넷-마르티네즈의 연구는 이중문화적 정체성이 다문화청소년들이 두 문화를 유연하게 사용하고, 조화롭게 통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공통된 의견을 제시한다. 이 연구들은 다문화청소년들이 두 문화를 이해하고 적응하는 데 필요한 학문적인 바탕을 제공하며, 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중요한 길잡이가 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중문화적 정체성은 다문화청소년들이 두 문화를 성공적으로 통합하여 어디에서든 자신감 있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