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청소년의 이중문화수용태도 #3-3

문화적응전략(Acculturation Strategies)

by coffeetrip

두 문화 속에서 '나'를 찾아가는 길: 존 베리의 '문화적응전략'


우리는 다른 문화권으로 이사를 가거나(이민), 혹은 다문화 가정에서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두 가지 이상의 문화를 접하게 된다. 이렇게 새로운 문화와 만나면서 개인이 어떻게 적응해 나가는지를 설명하는 중요한 이론이 바로 존 베리(John Berry)의 '문화적응전략(Acculturation Strategies)'이다. 존 베리는 사람들이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과정을 단순히 '적응'이라고만 보지 않고,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심리적 적응 (Psychological Adaptation): 새로운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고, 행복하게 지내며,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정도를 말한다.

사회적 적응 (Sociocultural Adaptation): 새로운 사회의 규칙,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일상생활 속에서 얼마나 잘 어울리고 활동하는지를 의미한다.


존 베리는 여러 연구를 통해 특히 '통합 전략'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심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가장 긍정적인 결과를 얻는다고 강조한다.


존 베리(John Berry)의 네 가지 문화적응 전략


존 베리는 2005년 연구에서 개인이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방식을 두 가지 기준에 따라 네 가지 전략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자신의 고유문화를 얼마나 유지하고 싶은가? (우리 집, 우리 부모님 나라의 문화는?)

새로운 문화를 얼마나 받아들이고 관계 맺고 싶은가? (새로운 학교, 한국 문화는?)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에 따라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적응 방식이 나타난다.


1. 통합(Integration) 전략: 두 마리 토끼 다 잡기!


특징: 내 고유문화도 지키고 싶고, 새로운 문화에도 잘 어울리고 싶을 때 사용하는 전략이다. 두 문화를 모두 소중히 여기고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는 특징이 나타난다.

예시: 한국에 온 다문화청소년이 집에서는 부모님의 모국어를 사용하고 전통문화를 즐기면서, 학교에서는 한국어로 친구들과 활발히 교류하고 한국 문화를 배우는 경우이다.

결과: 존 베리는 이 전략이 가장 성공적인 적응 방식이라고 말한다. 두 문화의 장점을 모두 누릴 수 있어 심리적으로도 안정되고, 사회생활도 원만하게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다문화 사회에서 특히 더 빛을 발하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2. 동화(Assimilation) 전략: 하나만 택하기!


특징: 내 고유문화를 포기하고, 새로운 문화에 완전히 녹아들려고 할 때 사용하는 전략이다.

예시: 다문화청소년이 자신의 부모님 문화를 배우기보다, 오직 한국 문화에만 집중하고 한국 사람처럼 보이거나 행동하려고 노력하는 경우이다.

결과: 새로운 사회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자신의 뿌리나 정체성을 잃어버리면서 심리적인 공허함이나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


3. 분리(Separation) 전략: 내 울타리 안에 머물기!


특징: 내 고유문화만 강하게 고집하고, 새로운 문화와의 교류는 거부할 때 사용하는 전략이다.

예시: 다문화청소년이 한국 사회의 친구들이나 문화를 멀리하고, 자신의 부모님 출신 국가의 친구들이나 문화 속에서만 지내려고 하는 경우이다.

결과: 자신의 문화적 안정감을 느낄 수는 있지만, 새로운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고립될 수 있으며,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4. 주변화(Marginalization) 전략: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느낌


특징: 내 고유문화도 버리고, 새로운 문화에도 잘 적응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가장 힘든 전략이다.

예시: 다문화청소년이 부모님의 문화도 이해하지 못하고, 한국 문화에도 어울리지 못해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라고 느끼며 방황하는 경우이다.

결과: 존 베리는 이 전략을 가장 부정적인 적응 형태로 보았다. 심한 외로움, 소속감 상실, 심리적 불안정 등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다문화청소년을 위한 '통합'의 중요성


존 베리는 2006년 피니(Phinney) 등 다른 학자들과 함께 진행한 연구에서, 13개국의 다문화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조사를 실시했다. 이 연구는 문화적응이 단지 개인의 선택뿐만 아니라, 사회의 정책이나 차별과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해서도 크게 영향받는다는 것을 강조한다. 특히, 사회가 소수 문화를 포용하고 존중할 때 '통합 전략'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핵심적인 시사점을 제공한다.


통합 전략이 최고!: 통합 전략을 쓰는 다문화청소년들이 가장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사회적으로도 잘 지낸다. 이들은 두 문화의 좋은 점을 모두 배우고 활용하며 긍정적인 자아를 형성한다.

동화 전략은 스트레스 유발!: 자신의 고유문화를 포기하고 새로운 문화에만 맞추려 하면 심리적 스트레스와 정체성 혼란을 겪기 쉽다.

분리/주변화 전략은 위험!: 분리나 주변화 전략을 사용하면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심리적으로도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주변화는 가장 나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두 문화 정체성이 행복의 열쇠!: 두 문화를 모두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이중문화적 정체성을 잘 형성한 다문화청소년들이 자존감도 높고, 학교 성적이나 친구 관계에서도 더 좋은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연구들은 다문화청소년들이 문화적 갈등을 겪지 않고, 건강하게 두 문화를 받아들이며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다양한 심리적,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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