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규연 변호사 칼럼
“나 가끔 엄마가, 무섭고 소름 끼쳐요.”
tvN 드라마 일타 스캔들 장서진 (장영남)은 첫째 아들 이희재 (김태정)가 입시에 실패하자 충격을 받았다. 장서진은 둘째 아들 이선재 (이채민) 입시를 위해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로 이사했다.
이희재는 히키코모리가 되어 방에 틀어박혔다. 이선재 부모님은 사이가 좋지 않다. 엄마는 소주를 마시고 이선재에게 술주정을 부린다. 착한 이선재는 엄마에게 꿀물을 타주고 술주정도 받아준다.
이선재는 의사가 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엄마가 아들을 의사로 만드는 꿈에 얼마나 집착하는지 알고 있다. 그래서 엄마가 시키는 대로 공부한다. 방에서 나오지 않는 이희재 몫까지 2배로 열심히 공부한다.
선재네 집, 이대로 괜찮은 걸까.
“선재야, 엄마는 너밖에 없는 거 알지. 너마저 잘못되면 엄마 진짜 죽어.”
우리나라에는 ‘아동이 건강하게 출생하여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아동의 복지를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 있다. 바로 아동복지법이다. 아동복지법상 아동은 만 18세 미만인 사람을 말하는데 이선재는 고등학교 2학년이라서 아동에 해당한다.
아동학대라고 하면 보통 신체적 학대를 떠올린다. 하지만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는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ㆍ정신적ㆍ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즉, 아동학대는 신체적 학대뿐 아니라 정서적 학대, 성적 학대, 방임, 유기 등을 모두 포함한다.
그렇다면 이선재는 아동학대 피해자일까.
“엄마는 도대체 내가 어떤 사람이 되길 바래요?”
엄마는 모의고사에서 실수한 이선재를 살벌하게 다그친다. 이선재가 친구 남해이 (노윤서)에게 레벨 테스트 족보를 공유하자 화를 내며 이렇게 소리친다.
“얘 니 경쟁자야. 친구가 어딨어. 정신 차려! 얘 너 이용하는 거야. 호구 잡는 거라고!”
아동학대 유형 중 정서적 학대는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에게 행하는 언어적 모욕, 정서적 위협, 감금이나 억제, 기타 가학적인 행위’를 말한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거나 차별하는 행위, 가정폭력을 목격하게 하는 행위도 아동학대가 될 수 있다.
엄마는 이선재에게 정서적 학대행위를 했다. 이선재는 아동학대 피해자다.
수험생 있는 집은 선재네 집과 다 비슷하지 않냐고 생각한다면 단지네 집을 보자. 사교육 1번지에서 가장 행복지수 높은 엄마와 가장 해맑은 딸이 살고 있다. 입시에 누구보다 예민한 수아네 집도 선재네 집과 확연히 다르다. 아동학대는 정당화될 수 없다. 정서적 학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린 왜 이러고 사냐? 아니, 너랑 나 정도면 솔까 성실한 10대 아니냐? 우리가 방황을 하냐, 반항을 하냐? 밥 먹고 공부밖에 안 하는 것도 억울한데. 아니, 왜 이렇게까지 좌절감을 느껴야 되냐고.”
보건복지부가 2022. 8. 발간한 2021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아동학대 신고접수는 53,932건,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는 37,605건이었다.
아동학대 사례 중 학대 행위자는 부모가 31,486건(83.7%)으로 가장 높았다.
아동학대 사례 유형 중 중복 학대를 제외하면 정서적 학대가 12,351건(32.8%)으로 가장 높았다. 중복 학대 16,026건(42.6%)중 정서적 학대가 포함된 유형은 15,693건(41.7%)건이었다. 그렇다면 아동학대 사례 유형 중 정서적 학대는 28,044건(74.5%)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아동학대는 ‘부모에 의한 정서적 학대’가 가장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선재네 집처럼.
선재네 집은 위험하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다. 아빠는 엄마와 싸우고 집을 나갔다. 엄마는 이선재에게 부담을 주고 정서적으로 학대한다. 이선재 부모님은 너무 늦기 전에 달라질 수 있을까.
아동복지법상 아동복지는 ‘아동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여건을 조성하고 조화롭게 성장ㆍ발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경제적ㆍ사회적ㆍ정서적 지원’을 말한다. 이선재를 포함한 모든 아동이 복지를 보장받고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라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