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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치의 스피치 학교폭력 해결법 3가지

경규연 변호사 칼럼

by 경규연 변호사


“일주일 안에 네가 밈, 유행어, 은어, 신조어, 비속어, 비문 없이 15분 이상 나랑 대화할 수 있다면 사귈게. 어때?” - 양아치의 스피치 송이도 대사 中


최근 단행본으로 출간된 카카오 웹툰 <양아치의 스피치> 이솔은 송이도를 보고 첫눈에 반해서 밈, 신조어, 비문을 섞어 고백한다. 송이도는 이솔에게 바른 언어로 15분 이상 대화할 수 있다면 사귀겠다고 대답한다.


이솔은 자신을 돌아보고 주변을 관찰하며 언어 습관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 송이도 역시 이솔을 통해 몸짓 언어나 뉘앙스, 억양도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임을 깨닫는다.

웹툰 <양아치의 스피치>는 언어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그 과정에서 학교폭력을 포함한 갈등을 해결하는 데 도움 되는 방법 3가지도 알게 되어 같이 나눠보고자 한다.




1.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나쁘게 과장하지 않기


“작년인가? 친구랑 싸우다가 ‘ㅅㅂ, 진짜 ㅈ같애!’ 라고 말했더니 진짜 ㅈ같은 기분이 확 들어서 손절했었지. 사실 ㅈ같은 정도는 아니었는데.

‘야, 나 너한테 서운하다.’ 이 정도로 말했으면 그냥 서운한 감정으로 끝났을지도 몰라. 걔랑 지금까지 잘 지낼 수도.

내 감정을 내가 느끼는 것보다 강하고 자극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것. 이건 아주 중요한 부분 같아.” - 양아치의 스피치 이솔 대사 中


송이도 할아버지는 송이도, 이솔과 영화 시라노를 같이 보고 “요즘은 너무 쉽지. 모든 게 너무 쉬워졌어. 말도 그냥, 깊은 생각 없이 툭툭... 누가 누가 세게 말하나 경쟁이라도 하는 것처럼 느껴져. 시간이 갈수록 더 그렇더구나. 더 세게, 더 자극적으로, 더 강하게 표현하려고 해.” 라고 말하며 안타까워한다.

교육부가 2022. 9. 발표한 2022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피해 유형 중 언어폭력이 41.8%로 가장 높았다. 습관성 욕설과 비속어는 감정 표현을 극대화해서 말하는 사람을 세 보이게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표현을 강하게 한 만큼 그 말을 듣는 사람 역시 더 크게 상처받는다. 상처가 큰 만큼 회복도 더딜 수 있다.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무조건 참으라는 말이 아니다. 참는 건 한계가 있고 결국 엉뚱한 상황에서 터질 수 있어 추천하지 않는다. 내가 느낀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나쁘게 과장하지 않는다면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다.



2. 비언어적 표현도 활용하기


“영어는 톤이나 뉘앙스가 더 중요할 때가 있거든? 비언어적인 부분도 엄청 엄청 중요해. 네가 ‘말하기’는 부족해도 표정과 보디랭귀지는 풍부하잖아?

내가 너라면 같이 공감대 만들고 얘기할 거야. 비언어적인 감정 전달. 아이 콘택트!” - 양아치의 스피치 조안나 대사 中



언어가 아닌 표정, 몸짓, 시선, 자세 등으로 생각이나 느낌을 나타내는 것을 비언어적 표현이라고 한다. A와 B 둘 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라고 말하며 사과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A는 진지한 표정으로 상대방과 눈을 맞추며 바른 자세로 말하고 있다. B는 다른 곳을 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썩소를 짓고 있다. 과연 A와 B의 사과가 똑같이 전달될 수 있을까?


심리학자 앨버트 메라비언의 연구에 따르면, 커뮤니케이션에서 언어가 차지하는 비율은 7%에 불과하며, 목소리 등 청각이 38%, 표정·태도·몸짓 등 시각이 55%라고 한다. 비언어적 표현이 무려 93%를 차지하는 것이다.


언어적 표현과 비언어적 표현이 일치하지 않으면 당연히 상대방은 진심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비언어적 표현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3. 먼저 경청하기


“혼잣말을 열심히 중얼거리는 사람에게 너 참 말을 잘한다고 하지는 않는다. ‘말을 잘한다’는 기준은 뭘까? 말이 잘 들리게 물리적으로 음성을 또렷하게 전달하고, 적절한 단어를 선택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다른 사람이 전하고자 하는 마음까지 들어줄 준비를 하고 주고받는 모든 걸 뜻하는 거겠지.” - 양아치의 스피치 진지한 대사 中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나쁘게 과장하지 않는다. 비언어적 표현도 활용한다. 다 중요한 내용이지만 그에 앞서 제일 중요한 건 먼저 경청하는 것이다.


경청은 귀를 기울여 듣는다는 뜻이다. 우리는 경청하고 있을까? 상대방이 말할 때 끊지만 않아도 다행이다. 듣고 있어도 다음에 자신이 할 말을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경청은 이렇게 어렵다.

상대방의 마음까지 들어줄 준비를 하자. 상대방의 말을 먼저 경청하자. 그다음에 나의 감정을 비언어적 표현도 활용하며 정확하게 표현하자. 이렇게 한다면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고, 이미 발생했어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너만 빗장이 풀린 게 아냐. 나도 그래. 우리는 이렇게 서로의 중간에서 만나 새로운 방향으로 함께 걷게 될 거야.” - 양아치의 스피치 송이도 대사 中


지금까지 말한 3가지 방법은 학교에서 발생했지만 학교폭력이 아닌 갈등과 학교폭력 중 관계 회복이 가능한 폭력에 모두 해당된다. 또한 학교를 넘어서 가족, 직장 등 전반적인 인간관계 갈등에도 해당이 되는 내용이다.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나 역시 생활 속에서 감정을 나쁘게 과장하여 표현하거나 상대방이 말할 때 제대로 듣지 않고 내가 할 말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건 쉽지 않겠지만 말할 때 의식적으로 한 번 더 생각한다면 조금씩 달라질 거라고 믿는다. 몇 번 생각하고 말하다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도 괜찮다. 생각하지 않고 말하던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이미 다른 사람이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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