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도착한 지 약 3일 정도 지난 후 우리는 네이버 카페인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여행자 모임'을 통해서 게스트하우스 스텝을 알아보았다. 동반 지원을 포기한 채 각자 갈 곳을 알아보았고, 너무 멀지 않은 곳을 알아보았다. 협재와 애월읍 쪽을 살펴보았고 눈길이 가는 곳이 몇 군데 있어서 연락을 넣었다. 친구가 먼저 협재 게스트하우스와 연락이 닿았고 그곳에 가기로 했다. 나는 아직 고민이 되었고, 확신이 들지 않아 보류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애월읍에 어느 한 파티 게스트하우스에 연락을 넣게 되었고, 여행을 하던 버스 안에서 얼떨결에 받은 전화로 인해 그곳에서 스텝을 하게 되었다.
육지에서 그토록 고민하던 부분이 제주도 온 지 고작 3일 만에 해결이 되었다. 어리둥절한 채로 전화를 끊고 갈 곳이 생겼다는 것이 기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낯선 곳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되기도 했다. 복잡 미묘한 기분으로 그 게스트하우스에 대해 알아보았고 괜찮을 거란 생각과 함께 기대감을 안고 여행을 다녔다.
14일에 제주도에 도착했고 19일까지는 친구와 함께 여행하기로 했기 때문에 19일부터 그곳으로 간다는 말을 남기고 여행을 했다. 17일까지는 우도도 다녀오고, 서핑도 하고 동행도 하며 바쁘게 시간을 보냈지만 남은 시간은 한적한 곳에서 조용히 여유롭게 힐링을 하기로 했다. 어쩌다 보니 18일 저녁에는 '연 게스트하우스'에서 보내게 되었다. 그곳은 소소한 포틀럭 파티가 있는 곳이었고, 우리는 동행한 사람들과 저녁을 먹었기 때문에 동문시장에서 산 딱새우만 나눠드리고 그곳에서 음식을 먹지는 않았다.
연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우리의 짐을 보시고 "아, 이분들은 스텝 생활을 하셨거나 하실 분들이다"라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우리가 가기로 한 게스트하우스를 말씀드렸더니 두 곳 다 대규모 파티 게스트하우스라며 힘은 들겠지만 잘할 수 있을 거라고 해주셨다. 내가 가는 게스트하우스는 여사장님이 운영하시는데 그분이 여장부 스타일이라 아마 좋을 것이라고 얘기해주셨다. 만일 그곳이 맞지 않으면 이곳으로 오라는 말까지 해주셨다. 그 말을 듣고 안심이 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앞으로의 일들이 설레기도 했다:)
파티를 하던 중 눈살이 찌푸려지는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조금 계셨다.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분께 선을 넘는 이야기를 하시는 분도 계셨고, 그곳에 있던 커플들에게 헤어지면 후기를 알려달라는 둥 말도 안 되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잘 못 들었나 싶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실제로 무례한 성격을 갖고 계신 분이었고, 본인이 한 말이 무례하다는 것을 모르는 분이었다.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러한 분들을 마주할 때는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
사장님께서 이러한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불멍을 준비해주셨다. 하지만 맞지 않는 사람들과 더 이야기하기보다는 그냥 바다를 보러 가고 싶었다. 그래서 피곤해서 쉬러 간다는 핑계를 대고 2차가 시작되기 전 포트럭 파티가 끝날 때까지만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설렘 반 걱정 반인 상태로 포틀럭 파티가 끝난 후 바닷가로 산책하러 나갔다. 한적한 시골 마을, 조용한 시골길은 귀뚜라미 소리로 가득했으며 바닷가로 가는 길은 제주 바람으로 인해 선선했다. 하늘은 별들로 반짝이고 바다는 한치잡이 배들로 반짝였다. 그 또한 예뻤다.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를 즐기고 있으니 제주에 온 지 4일이나 지나있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게스트하우스 스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