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맛집들

by 김리아

나와 내 여행 메이트가 함께 할 날이 단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하나 고민을 했고, 그 끝에는 완벽한 휴식과 힐링을 하기로 했다. 뚜벅이인 우리는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바로 옆에 있는 스카이 호텔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기로 했다. 아침 일찍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이곳으로 짐을 옮겼고 체크인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근처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기로 했다.


지도로 검색을 해보니 바닷가 근처에 적당한 카페가 있어서 그곳을 향해 갔다. 그러나 카페는 아직 열지 않았고, 우리를 보고 있던 도민분께서 곧 사장님이 오실 시간이라고 알려주셨다. 계속되는 기다림 끝에 사장님은 평소보다 늦으셨고, 결국 우리는 계속해서 바닷가를 배회했다. 그러던 중 눈길이 가는 식당을 발견했다. 그 식당의 이름은 ‘료리야’였고 외관으로 보나 분위기로 보나 우리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곳이었다. 네이버 지도에 이곳을 검색해보니 일식당이었으며, 평점도 5점 만점에 4.7점을 받은 곳이었다.


검색과 동시에 방향을 틀어 브런치 대신 점심을 먹으러 이곳으로 들어갔다. 매일매일 그날의 재료에 따라 바뀌는 오늘의 추천 메뉴와 하루에 10개만 판매한다는 와규 타다키동 정식,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텐동 정식 등 간결한 대표 메뉴로 인해 더욱 신뢰가 가는 그런 곳이었다. 이외에도 다양한 메뉴가 있었지만 우리는 와규타다키동 정식과 텐동 정식을 주문했다. 오픈 주방으로 사장님이 요리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바다 바로 앞에 있는 식당이라 고개를 돌리면 바다를 볼 수 있었다.


주문한 메뉴가 나오고, 그 비주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산을 쌓은듯한 텐동과 소고기가 빈틈없이 덮여있는 와규 타다키동이었다. 음식을 맛보기 전 이미 비주얼로 인해 반해버렸고, 맛을 보고 나니 그 매력에 빠져버렸다. 친구는 텐동을 나는 와규 타다키동을 먹었는데 한 입 먹는 순간 고기가 너무 부드러워 금세 입에서 사라져 버렸다. 맛있을 뿐만 아니라 양도 많았던 이곳은 관광객들과 제주도민들조차 잘 알지 못하는 숨은 맛집이었다. 오늘의 추천 메뉴를 먹어보지 못한 게 아쉬움이 남았고, 다음번에는 부모님과 함께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곳이다.


이날은 한림의 숨은 맛집을 많이 알게 된 날이다. 숙소로 돌아와 낮잠을 잔 후 또다시 저녁 시간이 되어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함박스테이크가 맛있다는 한 식당을 찾게 되었다. 매우 만족했던 점심을 먹은 뒤라 얼마나 맛있을지 의문을 가진 채 그곳을 향해갔다. 식당의 이름은 ‘롱 로드’였다. 도착해보니 테이블 수가 많지 않은 동네 1인 운영 식당이었다. 재료가 됨에 따라 마감 시간이 달라지는 곳이었으며, 메뉴는 수제 함박스테이크, 아보카도 함박스테이크, 오키나와 타코 라이스 이렇게 3가지만 판매하는 곳이었다.


이날은 타코 라이스가 소진된 뒤라 수제 함박스테이크와 아보카도 함박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이곳에 도착하기 전 들었던 의문은 도착과 동시에 사라져 버렸고, 그 의문은 메뉴 주문과 동시에 기대로 바뀌었다. 1인 식당이라 주문을 하자마자 사장님이 주방으로 들어가셨고, 시간이 지나자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잔잔한 분위기에 달그락거리는 주방 소리, 내 코를 자극하는 맛있는 냄새가 나를 더욱 기분 좋게 만들었다.


드디어 주문했던 메뉴들이 나왔고, 이곳 역시 메뉴가 나옴과 동시에 그 비주얼에 반해버렸다. 사장님의 정성이 묻어나는 플레이팅과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을 보니 얼른 먹고 싶어 군침이 돌았다. 바로 먹어버리기엔 너무 아까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열심히 음식 사진을 찍은 후 경건한 마음으로 한 입 먹어보았다. 세상에, 입에 들어가는 순간 촥 터지는 육즙과 함께 맛있는 소스가 어우러져 그 맛을 느낌과 동시에 입안에서 사라져 버렸다. 잊을 수 없는 함박스테이크였고, 인생 함박스테이크였다. 이곳 또한 제주도민들과 관광객들이 알지 못하는 숨은 맛집이었다. 맛있게 먹었던 점심을 잊을 정도로 황홀했던 함박스테이크였다. 우연히 알게 된 곳이지만 이 우연으로 인해 앞으로 제주도에 간다면 계속 가게 될 곳. 이곳의 사장님이 잘되셨으면 좋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만 알았으면 하는 맛집이다.


점심과 저녁 모두 우연히 가게 된 식당이다. 이 우연은 나에게 행운이었고, 이 행운을 내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어쩌다 보니 제주도의 숨은 맛집을 찾았고 어쩌다 보니 이 식당들은 나의 인생 식당이 되었다. 우연히 찾아온 행운들로 인해 나의 행복도 더해져 갔다.


너무나도 행복한 상태로 또다시 바닷길을 산책하다가 눈앞에 보이는 정자에 멈춰서 노래를 들으며 바다를 보았다. 평소 걷는 것을 좋아하고 뚜벅이 여행자 만렙인 우리는 틈만 나면 산책을 하고 자연을 보며 노래를 틀고 넋 놓은 채 바라보기를 반복한다. 그럴 때마다 느껴지는 여유와 바다 내음 또는 자연의 향기를 맡으며 나의 행복은 점점 더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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