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뚜벅이다. 2017년 11월 처음으로 자유여행을 시도하였고, 그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첫 자유여행으로 친구와 함께 태국 방콕에서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성공적인 뚜벅이 여행을 마쳤다. 그 이후 매년 야무지게 뚜벅이 생활을 하였고, 이제는 뚜벅이 여행의 매력에 흠뻑 젖어있는 한 사람이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뚜벅이 여행을 하게 되었다. 운전면허가 없기에 국내에서조차 운전할 수 없으며, 그렇다고 해서 운전면허를 따고자 하는 마음은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 여행을 할 경우 자연스레 버스를 타고 다녔으며, 무거운 캐리어와 함께 힘겹게 버스를 타기도 했다. 이제는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비교적 효율적인 뚜벅이 여행이 가능해졌고, 뚜벅이 여행의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들을 알게 되었다.
차를 빌려서 하는 여행은 확실히 편안하다. 이 편안함은 걷는 것을 싫어하거나 대중교통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포기할 수 없는 편의 중 하나일 것이다. 또한, 차를 이용하면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고, 효율적인 여행을 할 수 있음은 분명하다. 차 안에서 보는 창밖의 풍경은 빠르게 지나갈 것이고, 불필요한 정차가 없기 때문에 목적지가 있다면 보다 빨리 그곳에 도착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여행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목적지를 정해서 빠르게 둘러보고 또 다른 목적지를 향해 가는 여행. 그러나 나는 이러한 여행을 선호하지 않는다. 차만 타면 졸음이 몰려와 밖의 풍경은 보이지 않을뿐더러 목적지를 정해놓고 빠르게 둘러보고 오는 여행은 기억에 별로 남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한 여행을 하고 나면 마치 패키지여행을 하고 온 듯한 기분이 들고, 이러한 기분은 많은 사람과 함께한 여행이나 내 의사가 전혀 들어가지지 않은 여행에서 느끼곤 한다.
뚜벅이 여행의 단점도 물론 존재한다. 필요 이상의 시간을 허비해야 하며, 하루 안에 많은 곳을 다녀오는 효율적인 여행을 하기가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의 여유가 별로 없다면 뚜벅이 여행보다는 차로 하는 여행을 추천한다. 또한, 뚜벅이 여행을 하게 되면 많은 체력 소모가 일어난다. 그러므로 중간중간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하며, 나 같은 경우 꼭 낮잠을 자곤 했다. 이 두가지 문제점이 뚜벅이 여행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뚜벅이 여행의 매력에 빠지고 말았다. 먼저 뚜벅이 여행을 하게 되면 모든 곳을 구석구석 나의 두 발로 거느릴 수 있다. 차를 타고 다닐 때는 알지 못했던 곳들을 알게 되고, 나만의 여행지를 찾게 된다. 또한,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상황, 멋진 풍경과 작은 쉼터들을 만나게 된다. 우연히 찾아온 반가운 손님들로 인해 새로운 여행이 시작되고 내 안에서는 새로운 즐거움과 재미를 발견하곤 한다.
뚜벅이 여행을 하면 완벽한 자유와 힐링을 깨닫게 된다. 제주도의 한적한 바다로 향하는 시골길. 해 질 녘 저녁노을을 보러 가는 그 길은 황홀한 풍경을 보기 전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 여유롭게 걸어 가는 시골길,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 내가 틀어놓은 잔잔한 노랫소리는 그 자체로 나에게 힐링을 가져다준다.
바닷가에서 바라보는 잔잔한 석양은 ‘좋다...’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 상황이 아무리 춥고 그걸 보러 가는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어도 그 풍경을 보는 순간 그 모든 것들을 잊게 해준다. 강렬한 해가 지는 모습을 보는 그 순간은 내가 온전히 나로 있을 수 있게 해주며 나로 하여금 자유가 무엇인지 알게 해주곤 한다. 해가 지기 직전 가장 붉은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가 보고 있는 이 풍경이 경이롭다는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버스를 타고 다니며 하는 뚜벅이 여행은 버스의 모든 정류장을 살펴보며 나의 다음 여행을 계획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몰랐던 곳을 알게 되고, 창밖을 보며 ‘여기 예쁘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곳들의 정류장 이름을 통해 다음번에는 그곳을 갈 계획을 세운다. 그렇게 해서 가보았던 곳은 성공적이었다. 차로 다니면서 그저 지나치던 곳들을 한 번 더 살펴보았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새로운 만남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새로운 만남은 나에게 새로운 경험을 가져다주었다. 낯선 사람과 장소들은 어느샌가 익숙한 장소와 편안한 사람들로 변해있었고, 이러한 경험은 나로 하여금 또 다른 여행을 떠나게 만들었다. 뚜벅이 여행은 나의 두 발로 걷는 그곳이 여행지가 되었고, 내가 걷고 있는 모든 곳이 나의 목적지였다. 또한 뚜벅이 여행을 통해서 만나는 모든 것이 새로웠고 신기했으며, 좋았다. 비록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자유롭지 못하지만, 이 시련이 끝나고 나면 나는 또다시 뚜벅이 여행을 하러 어디론가 떠나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