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나는 내 여행 메이트와 카톡을 주고받았다. 우리의 대화 내용은 “부산을 갈까? 아니면 제주도를 갈까?”. 이 당시 우리는 이미 이번 연도에 제주도를 두 번이나 다녀온 상태였다. 한 번은 3월에 10박 11일로 또 한 번은 4월에 4박 5일로 말이다. 이 대화는 6월 17일에 이루어졌다. 바로 다음 날인 18일에 “둘 다가자” 라는 결론이 나왔고 그 자리에서 부산행 왕복 비행기표와 제주행 편도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평범한 23살이다. 20살이 된 후 아르바이트를 해서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첫 자유여행을 다녀왔고, 그 이후로는 매년 여름방학, 겨울방학 때마다 여행을 가곤 했다. 여행을 다니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여행을 좋아하며, 내 삶에 여유가 생기는 그 즉시 종종 떠나곤 한다. 짧게는 3박 4일, 길게는 두 달 가까이도 다녀왔다. 어딜 가든 지간에 새로운 곳에 오래 머무는 것을 좋아하여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장기여행을 선호한다.
현재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나는 시험기간에 여행을 가리란 결정을 내렸고 시험이 끝나자 마자는 부산을, 방학하고 나서는 제주도를 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올해 두 번의 제주도를 다녀오며 매번 짧다는 생각과 함께 아쉬움이 남았다. 친구 역시 나와 같은 생각에 “그럼 우리 이번에는 한 달 살기 하고 올까?” 라는 말과 함께 이루어진 우리의 한 달 살기. 나의 제주도 한 달 살기는 이렇게 물 흐르듯이 결정되었다.
그렇게 한 달 살기를 결심하고 틈틈이 제주도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 원래는 게스트하우스 스텝으로 동반지원을 하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게스트하우스 스텝은 보통 가장 빨리 올 수 있는 사람이 될 확률이 높으며, 동반으로 지원을 하게 되면 나중에 같이 나가기 때문에 스케줄 조정에 어려움이 생겨 잘 뽑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는 제주도를 가기 한 달 전부터 스텝 자리를 알아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우리가 가는 날짜에 모집을 하는 곳이 없었을뿐더러 동반지원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스텝 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그리하여 “그럼 그냥 가서 구하자”라는 결론이 나왔고,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제주행 비행기를 탈 날이 다가왔다.
7월 14일 아침. 평소와 같은 하루가 시작되었다. 비행기마저 오후 비행기였기에 느긋한 아침을 맞이했다. 짐을 싸면서 안 챙긴 건 없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며 아빠의 배웅과 함께 집을 나섰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들고나가는 가방이 캐리어로 바뀌었다는 것과 저녁때면 돌아왔던 이 집에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는 것.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집과 인사를 하고 김포공항을 향해 갔다.
김포공항에 도착해서 만난 나의 여행 메이트. 하도 많은 여행을 같이 다니고 자주 만나다 보니 이제는 가족이나 다름없다. 어딜 가든 이 친구만 있으면 그곳은 새로운 여행지, 모르는 동네, 낯선 곳이 아니라 그냥 원래 알던 동네에 있는 기분이다. 아무리 낯선 곳이라 할지라도 긴장이 되기는 커녕 자연스레 그 곳에 녹아드는 우리다. 이날 역시 김포공항에 있지만 맨날 가던 카페에서 만난 듯한 기분이 들었고, 여행을 가지만 그냥 나들이를 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우리는 실감하지 못한 채 여정을 떠났다.
7월 14일 저녁. 눈떠보니 나는 지금 제주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