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음식점을 보면 맛이 어떨지 궁금해지곤 한다. 원주에 일이 있어 갔는데 근처에 마침 멕시코 음식 전문점이 있었다. 방문자 리뷰를 보니 평가도 꽤 좋았다. 먹어본 결과, 괜찮지만 내가 기대했던 맛은 아니었다.
미국에 일 년간 머물던 시절, 남편 휴가 기간 중 멕시코 칸쿤에 갔었다. 거기에서 멕시코 음식을 처음 맛보았다. 낯설고 강한 향도 그렇고 별 기대가 되진 않았지만 멕시코까지 가서 안 먹어볼 수 없다는 마음에서였다. 눈이 번쩍 뜨이게 맛있었다. 칸쿤에서의 마지막 식사에야 멕시코 음식을 시도했다는 게 후회스러울 정도였다. 미국으로 돌아가서도 그 맛이 생각나 멕시칸 음식점을 찾았다. 미묘하게 달랐다. 우리는 역시 본토에서 먹던 맛이 최고군, 하는 이야기도 했었다.
한국에 돌아온 뒤 집에서 타코를 만든 적도 있다. 코로나 유행으로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던 2020년, 등교가 하염없이 미뤄지던 때였다. 매 끼니를 집에서 해 먹어야 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아이들의 먹거리를 챙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 타코까지 만든 건데 의외로 쉬웠다. 오레가노와 커민 같은 향신료가 타코 시즈닝 믹스에 다 들어있었고 살사 소스도 마트에 팔았다. 토르티야와 하드셸 역시 주문해서 쓰면 그만이었다. 아이들은 미국 타코벨(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 먹던 것보다 맛있다고 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타코벨보다, 이다.
칸쿤에서 먹은 게 그리 특별했냐고?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더군다나 이 글을 쓰며 생각해 보니 어땠는지 정확히 떠오르지도 않는다. 가만히 곱씹어 보면 음식이란 게 참 묘하다. 너무 맛있었다는 기억에 다시 찾아가도 그 행복감을 맛보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새로운 맛이 선사하는 충격은 일회성이고, 실제보다 기대감은 커지며, 내 입맛은 변덕스러운 탓일 것이다.
결국 과거에 맛본 음식의 매력이란 어쩌면 내가 만든 허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때의 맛을 찾고 싶다는 괜한 욕심은 이제 버리련다. 기억도 못 하면서 어떻게 찾으려던 건지 어이가 없어 부끄럽기도 하다. 멕시코에 갈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먹어보겠지만 어쩌면 실망할 지도 모른다. 내가 찾던 멕시코 본토의 맛이 이거였어?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