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탕을 그리는데 문득 국, 탕, 찌개, 전골은 무엇이 다르냐던 외국인의 질문에 답하던 때가 생각났다. 나는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이민자를 대상으로 한국어 강의를 한다. 처음엔 역시 세종대왕님이 대단하시구나, 했다. 몇 시간 가르치면 어설프나마 한글을 읽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들의 갖가지 궁금증을 접하면 한국어가 그다지 쉬운 언어는 아니라는 걸 느낀다. 이를테면 국물 요리 명칭도 그렇다.
학습 목표가 음식 주문인 단원이었다. 한 학생이 김치찌개와 김칫국, 어떻게 달라요? 하고 물었다. 옆에서 다른 학생이 덧붙였다. 된장찌개하고 된장국도 뭐가 다른지 모르겠어요. 학생들 모두 동의한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나는 일단 학생들에게 들어본 국물 요리 이름을 말해보라고 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요리명을 분류하며 칠판에 적었다. 된장국, 김칫국, 미역국, 계란국, 소고기뭇국, 감잣국. 콩나물국, 해장국, 떡국. 된장찌개, 김치찌개, 순두부찌개, 부대찌개. 삼계탕, 곰탕, 설렁탕, 갈비탕, 감자탕, 추어탕. 만두전골, 버섯전골, 해물전골, 두부전골. 칠판 가득한 글씨를 보며 학생들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한국의 국물 요리, 참 다양하지요? 국은 비교적 물이 많이 들어가요. 국에 밥을 넣어서 먹기도 해요. 콩나물 해장국에 밥 들어 있기도 하죠? 떡국은 다른 국과 좀 달라요. 떡 때문에 국물이 걸쭉해요. 찌개는 어때요? 국보다 국물이 적어서 진하고 짠 편이에요. 식당에서 주문하면 뚝배기나 작은 냄비에 주곤 해요. 탕은 어때요? 국과 비슷해 보이지만 오랫동안 푹 끓여야 해요. 곰탕이 푹 고았다, 끓였다는 뜻이에요. 전골은 보통 큰 전골냄비에 나와요. 끓이면서 건더기 건져 먹고 육수 부족하면 더 넣어요.”
학생들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한국어 너무 어려워요, 하는 어리광 섞인 투정을 부렸다. 그날 아무도 육개장과 지리는 뭐냐고 묻지 않아 다행이었다. -개장은 개장국에서 나온 말이며 소고기 넣으면 육개장, 닭고기 넣으면 닭개장이라는 설명, 지리라는 낱말은 일본 요리 지리나베에서 온 것으로 지리탕이라고도 부른다는 설명까지 했다면 너무 많은 정보에 학생들이 질렸을지도 모른다. 머리 아파요, 어려워요,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