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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은 작가 imkylim Sep 16. 2024

엄마표 송편


  이번 명절엔 친정에 먼저 다녀왔다. 


  엄마는 이번에도 음식을 많이 싸주셨다. 마치 음식 챙겨주는 게 엄마의 임무라도 되는 양 여기시는 것 같다. 점심 먹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자식들이 집에 돌아갈 때 꾸려 보낼 짐을 챙기느라 여념이 없으시다. 뭐라도 잊을까 걱정스러우신가 보다. 몇 년 전 귀농하신 뒤에는 더 많은 걸 들려주신다. 땅콩, 배추김치, 열무김치, 깻잎김치, 도라지무침, 잡채, 육개장, 가지, 미니옥수수, 송편, 모시 찰떡. 웬만한 재료는 모두 부모님 밭에서 태어났다.


  우리 집 냉동실에 땅콩이 자리 잡은 것도 부모님 귀농 이후다. 땅콩은 볶아서 먹어도 되지만 처음엔 고소한 맛에 몇 개 집어 먹다가 뚜껑 덮어놓고 잊어버리기 일쑤다. 그러면 냄새가 변해서 못 먹게 되니 아깝다. 땅콩은 삶아 먹기도 하거니와 땅속에서 자랄 뿐 콩이니까 생땅콩을 밥에 넣어봤다. 아주 괜찮았다. 게다가 땅콩 밥을 먹으면 견과류까지 챙긴 기분이 든다. 맛도 그렇고 영어로는 peanut이라서 견과류 느낌이니까. 그 뒤로 나는 엄마가 주시는 땅콩 중 많은 양을 겉껍질만 깐 뒤 얼려뒀다가 밥 지을 때 넣곤 한다.


  미니찰옥수수, 엄마는 품종 이름은 모르겠다고 하셨다. 지인이 작지만 맛있는 옥수수라며 심어보라고 줬다고. 지난번에 옥수수는 다 자라 수확을 마쳤는데도 미니옥수수는 키도 잘 안 크고 열매가 여물 생각을 안 한다시더니, 그 뒤에 맺혔다고 했다. 길이는 손바닥 정도밖에 안 되지만 맛은 아주 야무졌다. 찰지고 흔히 먹는 옥수수보다 구수했다. 일반 옥수수를 반으로 잘라 놔도 잘 안 먹던 아들과 딸이 그 옥수수는 두 개씩 먹었다. 작아서 부담 없고 좋댔다. 먹고 난 옥수수속대를 나란히 놨더니 그 또한 오종종히 귀여웠다.


  엄마는 이번에도 색색의 송편을 손으로 직접 빚으셨다. 흰색, 초록색, 노란색. 흰색이야 쌀 반죽으로만 된 거고 초록색에는 모시가, 노란색에는 단호박이 들었다. 초록색 모시송편은 삼베 재료인 모시를 반죽에 넣어 만든 송편이다. 이걸 빚으려고 밭에 모시도 키우셨다. 모시는 쑥과는 향이 다르고 빛깔도 더 짙다. 엄마는 지난번에 모시를 방앗간에 맡겨 모시 찰떡을 해 주셨는데, 이번에는 안에 견과류를 넣은 버전으로 해 주셨다. 아몬드와 호두가 박힌 모시 찰떡은 아침으로 먹어도 든든하고 좋을 듯하다.


  나는 이번 친정 나들이에서도 엄마와 아빠의 사랑을 듬뿍 싣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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