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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은 작가 imkylim Oct 14. 2024

카페 공포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다 보면 특정 국가의 학생이 유달리 쉽게 이해하는 경우가 있다. 보통은 자신이 쓰던 모국어와 비슷할 때다.      


  『저는 공포 영화를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에 못 볼 것 같아요.』

  ‘~기 때문에’를 공부하는 중이었지만 학생들이 공포 영화가 뭔지 모를 것 같았다.


  T: 공포 영화, 공포가 뭐예요?

  학생들은 알 듯 말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알고 있어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니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지 못하기도 한다.

  T: 영화도 여러 가지가 있지요? 사랑 이야기 로맨스 영화, 웃기는 코미디 영화, 귀신이나 좀비, 뱀파이어가 나와서 무섭고 깜짝 놀라게 하는…….

  영어를 할 줄 아는 학생 몇몇이 horror movie? 하는 와중에 중국인 학생이 말했다.

  S: 공포, 중국말로도 똑같아요. 공포. 무서워요.


  이야기를 더 나눠보니 공포(恐怖)의 발음이 중국에서나 우리나라에서나 같다는 거였다. 그녀의 발음이 공포와 조금은 달라서 수업이 끝난 뒤 사전을 찾아보았다. 콩푸, 공포, 그 사이쯤, 그녀에게서 들은 발음 그대로였다.     


  불현듯 예전에 베트남 학생이 자꾸 카페를 마신다고 한 게 생각났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다음과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들려주었다. 카페에 가요, 카페에서 커피를 마셔요. 배시시 웃으며 나를 따라 되뇌던 그녀 얼굴이 떠오른다. 출산으로 한국어 공부를 쉬고 있는 스응 님. 


  나는 어떤 장소로 이동하는 ‘~에 가다’와 어떤 행위나 동작이 이루어지는 장소를 나타내는 ‘~에서’가 헷갈리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5월 5일에 공원에 놀러 가요, 생일에 케이크를 사요, 처럼 날짜나 요일, 시간 뒤 ‘에’가 들어가는 문장에서도 동작이 이어질 때가 있으니 외국인 입장에서 혼란스러울 법도 했다.


  그런데 며칠 전 베트남 학생이 준 두리안 커피믹스를 마시다가 자꾸 카페를 마신다고 했던 게 단박에 이해되었다. Ca phe SAU RIENG. SAU RIENG은 두리안, Ca phe는 커피라는 뜻이었다. 베트남이 프랑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므로 당연한 것 같기도 했다. 스응 씨가 진즉 베트남에서는 커피 발음이 카페와 비슷해요, 하고 말해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그들은 말하고 싶어도 선한 미소만 짓곤 한다. 그녀가 카페라고 할 때마다 득달같이 커피로 교정해 주어 괜스레 카페라는 발음에 공포만 일으킨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한국에서도 카페라떼, 카페모카 같은 메뉴에서는 카페라는 단어를 쓰면서 진즉 그녀를 이해하지 못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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