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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cat Green Tea

by 괜찮은 작가 imkylim

얼핏 보고는 손수건인 줄 알았다. 포장을 풀면서 보니 녹차였다. 녹차 향이라기엔 달콤해서 위에 적힌 글씨를 살폈다. 머스캣 녹차. 음, 맞아, 머스캣 향이네. 고개를 끄덕였다. 앙증맞은 포장에, 이런 걸 발견해서 선물로 사 오는 지인의 감각에 감탄한다. 내가 따라가기 어려운 경지다.


티백 끝에 머스캣, 손 흔드는 고양이 마네키네코, 그리고 물고기가 그려져 있었다. 현미녹차에는 현미가 들었지만 머스캣 녹차에 머스캣이 든 것은 아니었다. 향만 첨가되었을 뿐. 그래도 내 손은 머스캣 그림이 그려진 티백으로 향했다. 고양이 그림이라고 녹차에서 고양이 냄새가 날 리도, 물고기 그림이라고 녹차에서 물고기 냄새가 날 리도 없다. 그저 복을 상징하는 고양이와 물고기다. 그런데도 물고기 그림에는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살그머니 보리굴비 오차즈케도 떠오르고.


어깨를 으쓱하고는 꺼내 놓은 찻잔에 티백을 넣었다. 풉, 웃음이 나왔다. 손잡이에 물고기가 그려져 있었다. 이 잔에 커피도 마시고 이런저런 차도 마신 게 몇 년인데, 왜 이제야 보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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