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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마무리

by 괜찮은 작가 imk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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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해서는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는다. 국가건강검진도 마찬가지다. 올해는 어쩌다 보니 다른 검진은 끝냈는데 위내시경만 받지 않았다. 역시 미루면 점점 하기 싫어지는 법. 받을지 말지 고민하다 24년 마지막 날, 병원에 방문했다.


나처럼 늑장 부리던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여덟 시, 그러니까 진료 시작 전에 갔는데도 열 시가 넘어서야 내시경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동의서를 작성하고 가스 제거제를 먹고 기다리다가 침대에 누워 목구멍 마취제를 삼키고 대기. 곧이어 마취제가 들어간다는 간호사의 말과 함께 기억은 뾰로롱. 시계를 보니 삼십여 분이 지난 듯한데 다른 침대로 자리를 옮기라고 했다. 간호사가 두 시간 정도 더 자라고 했다. 동의서에서 마취에서 깨지 못할 시 플루닐을 쓴다나 뭐라나 하는 글귀를 읽은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프로포폴은 길항제가 없으니 다른 약을 쓴 듯했다. 깨어난 뒤의 느낌이 예전과 다르기도 했다. 간호사에게 물어봤더니 미다졸람을 썼다고. 임의로 사용하면 문제가 되는 약물을 올해도 이렇게 의료용으로 투약받았다.


며칠 전 무릎 수술을 받은 엄마는 긴 시간 마취하고, 깨어나서도 너무 아프면 마약성 진통제를 눌러가며 견디셨다. 그러나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만 반복하셨다. 격년마다 하는 수면 위내시경을 앞두고도 조마조마했던 나와 비교해 엄마는 얼마나 힘드셨을까. 엄마가 주신 단호박과 땅콩으로 내시경 이후 첫 끼니를 만들어 먹으며 우리 모두의 건강을 기원했다.


아, 아직 몽롱하고 졸립구나... 미다졸람은 아무래도 이번이 처음인 듯...


덧붙이는 글: 안팎으로 시끄러웠던 2024년을 뒤로 하고 2025년에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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