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그러라고 한 건 아니었다. 새해 들어 술, 커피, 과자를 줄였다. 평소 식습관이 양호한 편인데도 염증이 깊어진 내 위를 배려해서였다. 나는 식탐이 없는 편이다. 게다가 과자를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장을 보다가 덥석 과자 네 봉지 묶음을 들었다. 마침 남편과 딸이 귀가하지 않은 시간, 자갈치 한 봉지를 뜯어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오늘 아침, 간만에 커피를 조금 마셨더니 딸이 잔소리했음) 못 먹어서 불만이 쌓였다고 할 상황은 아니지만 스트레스성 위궤양이라니까 먹고 싶으면 먹어야 한다는 명분 아래.
과자 봉지를 그리며 보니 예전에는 뒷면에 있었던 것 같은 영양 정보가 앞면에 있다. 그럼 뒷면에는 뭐가 있느냐, 과자의 특징과 소소한 정보가 적혀 있다. 이를테면 꿀꽈배기는 국내산 아카시아꿀을 사용했다. 벌꿀의 종류를 색깔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물처럼 맑은 색인 아카시아, 사과꿀이 있고, 다음으로는 유채, 해바라기, 잡화꿀 순이다. 특히 메밀, 밤나무 등의 잡화꿀이 가장 짙은 암갈색이라고 한다. 또한 꿀꽈배기 한 봉지(90g 기준)에 들어있는 아카시아꿀은 꿀벌 한 마리가 약 70회에 걸쳐 모은 거라고. 후덜덜. 꿀꽈배기 아닌 자갈치 한 봉지를 해치우기는 했지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광고용 그림을 보면 고개를 갸웃하곤 한다. 자갈치는 문어 모양 캐릭터가 과자를 들고 있고, 감자깡은 감자가 호탕하게 웃고 있다. 고구마깡은 고구마가 고구마스틱을 먹고 있다. 많은 치킨과 족발 광고도 그렇다. 어쩐지 블랙코미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