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삶다’와 ‘끓이다’는 뭐가 달라요?”
한국어 강사로 강단에 서기 전에는 외국인의 질문쯤이야 뭐든 0.1초 안에 답해줄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한국어는 제 모국어니까요. 맹랑한 착각이었습니다. 뇌 회로가 잠시 멈추는 느낌이었어요. 스무 명도 넘는 외국인이 저도 궁금해요, 하는 표정으로 제 얼굴을 쳐다보고 있는데 말이지요.
우리는 행주는 삶고 미역국은 끓입니다. 비빔국수용 소면은 삶아서 건져내고, 칼국수면은 육수와 함께 끓여요. 한국인이라면 무엇을 삶고 무엇을 끓이는지 감각적으로 알아서 굳이 구분해 설명할 필요도 없어요. 하지만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에게는 궁금할 법한 내용이더군요. 끓인 물도 먹느냐, 건더기만 먹느냐(쓰느냐)로 구분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줘야 고개를 끄덕이지요.
제가 사회통합프로그램 강사로서 성인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것은 2021년 하반기부터입니다. 손가락으로 가나다를 짚어 가르치는 기초부터, 한국의 선거와 교육제도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중급 2까지 두루 가르치며 외국인의 다양한 질문을 접했어요. 낯선 질문으로 인해 아무렇지도 않게 쓰던 한국어 어휘가 갑자기 외계어처럼 느껴지는 순간은 당혹스러우면서도 즐거웠습니다. 수업에 들어갈 때마다 오늘은 과연 어떤 근사한 질문을 받게 될까, 하고 기대할 정도였어요.
외국인의 질문에 답하는 게 언제나 수월했던 건 아닙니다. 분명 차이가 있음에도 사전에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은 예를 보면서는 오히려 더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한국어의 어감 차이라든가 특징을 깨닫는 순간, 뇌의 어떤 구석에 불이 켜지는 듯한 희열을 느낍니다. 알쏭달쏭한 어휘와 문법을 들여다보다 우리 한국어와 한국 사회가 담고 있는 결을 읽기도 합니다. 한국어 억양은 평평하다고 여겨지곤 하지만 마냥 그런 것도 아니었어요. 발음에도 우리의 모습이 담겨 있더군요. 어쩌다 보니 이제는 아직 질문받지 않았지만 외국인이 궁금해할 법한 어휘를 혼자 고민할 때도 있어요.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이 아니라 다시 배우는 학생이 된 듯한 기분으로 말입니다.
여기서 다룬 주제 대부분은 법무부에서 이민자의 한국 적응을 도와주기 위해 만든 교재,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서 뽑았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정말 많이 듣고 쓰는 어휘와 문법입니다. 하지만 어휘나 문법에 대한 설명서는 아닙니다. 한국어 수업 중에 받은 외국인 학생의 질문에서 출발한, 우리가 이미 아는데 막상 누가 물어보면 설명하지 못하던 것들에 관한 책입니다. 너무 익숙해서 다 알 법한 내용인데도 읽다 보면 때때로 고개를 끄덕이며 아하! 하실 거예요. 모국어로서 한국어를 쓰는 사람 대개가 무의식적으로 파악해서 쓰고 있는 언어 특징을 끄집어내어 펼쳐놓았으니까요.
외국인의 시선을 통해 만난 낯선 질문들이, 그리고 그에 답하기 위해 애쓴 한국어 강사의 기록이 여러분의 가슴에 기분 좋은 파장을 일으키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