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그러니까'에 담긴 화자의 개입

by 괜찮은 작가 imkylim

‘오토바이와 부딪혔어요. 그러니까 넘어졌어요.’


본인이 당했던 사고 경험에 관해 쓴 학생의 문장입니다. 한국인이라면 ‘그러니까’ 대신 ‘그래서’를 쓰는 게 자연스럽다는 걸 압니다. ‘그래서’와 ‘그러니까’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보통은 몇몇 예를 살펴보며 이유를 찾아보다가 답을 밝히는데, 분위기를 좀 바꿔보고 싶으니까 이번에는 서두에 답부터 말해보겠습니다. 학생의 문장이 어색한 것은 ‘오토바이와 부딪혔다’는 사건과 ‘넘어졌다’는 결과 사이에는 설득할 필요도, 의견을 내세울 필요도 없어서입니다.


내가 늦게 일어났잖아. 그러니까/그래서 밥 먹을 시간이 없었지.

어제 잠을 조금밖에 못 잤어. 그러니까/그래서 오늘은 많이 잘 거야.

저 아이는 키가 작아. 그러니까/그래서 저 놀이기구를 탈 수 없어.

위의 예와 같이 ‘그러니까/그래서’ 둘 다 자연스러운 문장도 있습니다. 다만 ‘그러니까’에는 화자의 판단이 섞여 있고, ‘그래서’는 결과를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느낌입니다.


오늘 날씨 추워. 그러니까 목도리 두르고 나가.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어. 그러니까 야근하자.


위의 문장에서 ‘그러니까’ 대신에 ‘그래서’를 쓰면 어색합니다. ‘그러니까’는 화자가 앞의 사실을 근거로 이렇게 해야 하는 거야, 라는 재확인 및 결론 유도의 어감을 담을 수 있어서입니다. ‘그래서’는 이유를 표현하는 문법인 ‘~아서/어서’와 비슷해요. ‘~아서/어서’는 명령(~어라)이나 청유(~하자)에 쓰지 않는데, ‘그래서’도 마찬가지죠.


‘그러니까’가 맛깔나게 들어간 문장을 소개해 볼게요. 작가 박형서의 단편 소설 ‘개기일식’입니다.

「혼자 맥주를 마시다 텔레비전을 틀었더니 야구가 나와서, 나름 해외 원정 경기라 하니, 그래 어쩌나 보자 내버려둔 것이다. 그러니까 ‘야구 중계방송을 보았다’보다는 ‘야구 중계방송이 눈에 들어오도록 내버려두었다’가 정확하다.」


여기에 쓴 ‘그러니까’는 강조, 내지는 재확인의 ‘그러니까’라고 할 수 있어요. 주인공 성범수는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잠든 아내를 깨워 설명하지만, 아내는 묻습니다. 도대체 뭐가 이상하다는 거죠? 성범수는 구체적으로 설명을 시작하기 전, 이런 문장을 내놓습니다.


「뭐냐 하면, 그러니까 바로 이런 것이다.」

앞의 ‘뭐냐 하면’이 말을 꺼내겠다는 예고라면, ‘바로 이런 것이다’는 이제 요지를 제시하겠다는 신호지요. 여기에서 ‘그러니까’를 빼고 뭐냐 하면, 바로 이런 것이다. 이렇게 써도 무리는 없어요. 하지만 ‘그러니까’를 넣음으로써 성범수가 생각을 정리하면서 설명을 해 보려는 느낌이 더해졌지요.


‘그러니까’는 단독으로 쓰일 때도 비슷한 성격을 띱니다. 상대가 한 말에 맞아, 그렇지, 하고 판단 및 동의하거나 대화의 흐름을 정리해요.


가: 저 사람 너무 잘 생겼다.

나: 그러니까! (내 말이!)


그러니까, 결론이 뭐야?

그러니까, 너는 볶음밥을 먹고 싶다는 말이지?


한편 단독으로 쓰이는 ‘그래서’는 상대방에게 더 말하라고 재촉하거나 상대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음을 나타내요.


가: 영심이와 철이가 어제 심하게 다퉜대.

나: 그래서? (그 결과 어떻게 되었는데?) → 정보 요구

나: 그래서. (어쩌라고) → 대화 방향 전환 희망 혹은 무관심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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