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새해에 복을 빌어줄까.

by 괜찮은 작가 imkylim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우리가 연말과 연초에 많이 주고받는 인사말이지요. 이 인사말을 가르칠 적에, 외국인으로부터 복이 뭐냐는, 행복과 뭐가 다르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 행복(幸福): 복된 좋은 운수,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

* 복(福): 삶에서 누리는 좋고 만족할 만한 행운. 또는 거기서 얻는 행복. 배당되는 몫이 많은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만 깨끗한 팬티가 잔뜩 쌓여 있는 것, 청결한 면 냄새가 퐁퐁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을 인생에 있어 작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의 예로 들었어요. 좋기야 하겠지만 행복까지? 싶지만 하루키는 속옷을 일종의 취미로 모은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겠습니다. 참,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이야기가 나올 때도 있는데 아마 속옷 부분만으로는 모든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듯해 누군가가 추가한 듯합니다. 하루키가 예로 든 소확행에 빵 이야기는 없거든요. 우리는 보통 아이를 안고 있을 때나 따뜻한 차 한잔을 양손에 쥐고 있을 때 행복을 느낍니다. 하지만 상황이나 심리 상태에 따라서는 아무렇지도 않거나 짜증이 나기도 할 거예요. 이렇듯 행복은 주관적입니다.


복은 재물복, 건강복, 조상복, 부모 복, 배우자 복, 인복, 복코 등에서 쓰입니다. 관상이나 사주를 보면서 판단하기도 하는 걸 봐서 복은 타고나거나 초월적 존재, 외적 조건에 의해 주어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복을 상징하는 동물로 문양이나 부적을 만들고 인테리어를 할 때도 복이 들어오려면 현관 정면에 거울을 두지 말라는 등의 말을 해요. 복스럽게 먹는다, 웃으면 복이 온다, 다리를 떨면 복이 나간다, 이런 말과 함께 복은 불러들일 수 있으며 우리가 잘 지키고 다스려야 하는 것으로 보는 듯합니다.

복을 말하다 보니 운이라는 낱말도 이어 떠오르네요.


* 운(運): 이미 정하여져 있어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천운과 기수.

어떤 일이 잘 이루어지는 운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운은 이미 정해진 것입니다. 모든 일이 운수 탓이라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다는 뜻의 운수소관(運數所關)이란 말도 있어요. 우리가 관리하고 불러들일 수도 있는 복에 비해, 운은 더 멀리 있는 힘입니다. 운이라는 말을 쓰는 예로는 합격운, 재물운, 문운, 관운, 운이 따르다 등이 있어요. 물론 운때가 좋다는 말처럼 운이란 어떤 조건에 실력이나 노력이 더해질 때 크게 빛을 발하곤 합니다. 성공한 사람이 운이 좋았다고 겸손하게 하는 말에는 그런 맥락이 더해진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쨌든 운은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을지라도 복은 불러들일 수 있다면, 우리는 복을 빌어주는 게 좋을 겁니다. 삶에 복이 선물처럼 오면 노력이 성과로 이어진다든가 행복을 느끼기가 한결 쉬워질 테니까요. 그러고 보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에는 삶이 상대에게 조금 더 다정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네요. 앞으로는 ‘복’의 뜻을 유념하며 더욱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인사를 건네야겠습니다. 독자분께도 복이 넉넉하게 머물기를 소망하며 이번 꼭지를 마무리합니다.


“늘 복이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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