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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Aug 26. 2018

30대 기업 경영진단 -현대자동차 1-

현대자동차

30대 기업 경영진단 오늘은 현대차에 대해 분석해보는 시간이다. 


 현대차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좋게 보는 사람은 값싸고 좋은 차 만드는 회사, 나쁘게 보는 사람은 국내 소비자 눈탱 이치는 회사 등등 상반되는 시각이 있을 것이다. 대체로 50대 이상 고령층에서는 좋은 시각이 그 이하 젊은 세대에서는 부정적 시각이 많이 존재한다고 본다. 


 여론조사로 나온 건 아니고 내가 만난 사람들이 그랬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의 시각이 이렇게 나눠질까? 국내에서 거의 독점적 시장 점유율을 보이는 현대차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이제 현대차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 답이 나올 것이다.


 분석 순서는 현대차의 현대의 현재 모습과 비전, 이슈, 그리고 예상되는 난관과 경영 조언까지 해보겠다.


 우선 현대차는 국내에서 2018년 2월 현재 점유율 82%라는 솔직히 개방 시장을 가진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성적을 올렸다. 국가의 지원, 소비자들의 인식, 편협한 시장이 요인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현대차는 이 성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회사일까?


 현대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7% 정도인데 이 또한 대단한 수치이다. 이렇게 보면 현대차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회사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차는 고 정주영 회장의 현대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회사로서 정몽구 회장이 뒤를 이어서 현재의 모습을 일궈냈고 3대째인 정의선 부회장으로 승계가 예상된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가 아니라 현대그룹의 어느 계열사를 맡아도 될 만큼 수완은 좋았다고 보인다. 그가 현대차를 맡을 때만 해도 현대는 국내에 특화된 저가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였다. 그러나 탑 5만 살아남는다는 세계 완성차 시장에서 5위까지 치고 올라갔고 이는 사실상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낸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코나, 출처 : 현대자동차 홈페이지

 동양의 저가 자동차 이미지가 있는 현대차에서 부족한 기술력, 좋지 않은 브랜드 이미지, 회사 인지도를 다 개선한다는 것이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그랬던 것처럼 글로벌화에 성공하면서 현재의 위치에 안착했다.


 어느 회사건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글로벌화를 이룩해야 하고 국내에서는 삼성그룹만이 이를 성공적으로 해냈고 LG가 그 뒤를 잇고 있으나 완전하지 못했다. 현대차는 독점적 국내 시장을 발판으로 쌓인 자본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미국 시장을 노크했고 도요타가 리콜 사태로 주춤한 사이 지속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사실 가성비로 따지면 전 세계에서 현대차만 한 회사가 없기는 하다. 현대차는 소형차부터 트럭까지 전차종을 만드는 회사이고 특별한 전문성은 없어도 모든 차종이 골고루 어느 정도 품질과 역사를 가지고 있다. 유럽과 같은 백 년 역사는 아니지만 각 차종별 최소한의 품질을 만족시킬 만한 역사는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브랜드가 없는 만큼 가격이 저렴하고 그것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했고 가격 공세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고급화 전략을 시도했다.


 만약 저가 전략에만 머물렀다면 중국차에 완전히 밀렸을 것이다. 현재 제네시스나 그랜저 등 중대형급 자동차들은 해외 경쟁 차종들에 비해 스펙과 가격에서 뒤처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보니 2000년을 넘어서면서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해 현재에 오게 된 것이다.


 어떤 면에서 현대는 운이 좋은 측면도 있었다. IMF로 국내 경쟁사인 대우와 기아차가 사라졌고 기아차를 싼값에 인수했으며 세계 공략을 하던 시점에 묘하게도 도요타 사태, 폭스바겐 사태가 벌어져 1위 사업자들이 나가떨어진 것이다. 게다가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미국 3사가 나가떨어졌고 유럽의 브랜드 가치가 높은 중소 알짜회사들도 다른 메이커 밑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되면서 국내에서 원톱이 된 현대차가 해외시장에서도 승승장구할 수 있는 대외적 요건이 마련된 것이다. 물론 아무리 요건이 충족되어도 현대차 자체의 경쟁력이 없으면 시장에서 환영받을 수 없다. 2010년을 넘어서면서 중국차의 경쟁력이 올라고 있는데 이것은 앞으로 주목할 대목이다. 현대차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중국차들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차들은 엄청난 내수시장까지 가지고 있어서 현대에겐 더욱 위협적이다. 현대는 고급화 전략에 성공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가격으로는 더 이상 중국차를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고성능 브랜드를 출시한 것은 시의적절한 것으로 평가한다. 타이밍이 곧 경영이다. 앞으로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


 현대차의 현재 모습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실적이 좋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주요 이슈는 뭐가 있을까?


현재는 수면 아래에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경영권 승계이다. 내가 보기엔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 비슷한 조건에서 무리 없이 승계가 이뤄지리라 본다. 경쟁자가 없고 이미 오랜 기간 승계 작업을 거쳤기 때문에 문제 발생의 소지가 적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자동차,  출처:현대자동차 홈페이지

 그렇다면 과연 정의선 회장의 경영 수완은 어떨까? 재계에서는 정의선 회장이 최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에 비해 크게 알려진 것은 없다. 언론 기사에는 그를 따뜻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글쎄다. 재벌가 자제들이 대체로 소탈하고 따뜻하다고 묘사되는데 거짓말은 아니겠지만 다분히 의미 없는 립서비스로 보인다.


 내가 보기에 정의선 회장은 아직 베일에 싸인 점이 많다. 경력면에서 볼 때 미국에서 유학하고 일본 회사에서 일했던 점은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일본 회사에서 쌓은 경험은 비슷한 경영환경을 가진 한국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아버지 정몽구 회장의 경영방식을 옆에서 본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차기 경영자로서는 이재용 부회장과 아주 비슷한 케이스이다. 경쟁자가 없고 아버지가 할아버지보다 더 크게 회사를 키웠다는 점에서 말이다. 


 하지만 세계 환경이 도와줬던 아버지와 달리 그에게는 넘어야 할 산들이 있다. 우선은 경영승계 자체를 깔끔하게 마무리해야 한다. 큰 난관은 예상되지 않지만 시민단체나 정부의 압박을 받을 경우 승계가 지연되어 현대차 경영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삼성처럼 총수가 1년 동안 구속되면 영향을 안 받을 수 없지 않겠는가?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 수완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는 것처럼 경영능력 자체를 검증받아야 한다는 점도 있다. 기아차에서 좋은 실적을 냈다고 하지만 그것이 정말 그의 능력이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정말 그가 경영능력이 있다면 최소한 완성차 업체 순위 5위를 지켜내고 나아가 Top 3안에 들 수 있다면 가장 완벽할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고 몇 개 업체를 인수해야겠지만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그리고 중국차 회사들의 견제를 이겨내야 한다. 가격경쟁력, 자본, 규모를 모두 갖춘 중국차 회사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앞에서 말했듯이 고급화가 필수적이다. 가격을 올리더라도 고급화 전략이 필수다. 현대차처럼 큰 규모의 회사에서 저가 물량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브랜드를 분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제네시스는 바람직한 시도인데 전 세계를 상대로 인식될 수 있는 '렉서스'같은 고급 브랜드를 키워내야 한다.


 현대차는 미국식 자동차 네이밍을 하고 있는데 차마다 개별적인 이름을 붙이는 방식이다. 이것은 현대차가 미국에서 많은 영향을 받아서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고급차로 갈수록 이런 네이밍은 불리하다. 왜냐하면 기함으로 불리는 최고급 차종을 내놓고 그 브랜드 이미지를 전차종으로 확대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유럽차들은 모두 이런 방식으로 하고 있다. 현대차도 제네시스의 경우 그런 방식을 보이고 있는데 앞으로 전차종으로 확대하고 통일성 있는 네이밍 체계를 갖춰야 한다. 고성능 브랜드 'N'을 출시한 것은 BMW M 시리즈를 의식한 것 같아 아쉽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기함과 고성능 브랜드는 판매량에서는 큰 도움이 안돼도 회사 브랜드 이미지를 올려주기 때문에 무형적 이익이 훨씬 크다.


 앞으로의 차 개발도 최고급 차, 컨셉트카를 먼저 개발하고 하위 차종으로 내려오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전륜, 소형차가 주력인 현대차지만 그렇게 해서는 르노, 혼다 같은 회사들의 전처를 밟을 수밖에 없다. 폭스바겐이 지금처럼 커지게 된 것은 끊임없이 브랜드를 먹어치우면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추었기 때문이다. 상품적 포트폴리오도 있지만 기술적 포트폴리오도 있다. 고급차, 슈퍼카 등도 만들 수 있는 범용의 회사가 되어야 한다.


 현대 경제에서는 덩치를 키우고 규모의 경제가 완성된 다음에는 브랜드 가치를 올리고 아이덴티티를 세워야 한다. 현대차는 규모의 경제가 되었다. 브랜드 가치를 올리고 현대차만의 아이덴티티를 세우는 단계인 것이다. 이것을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에 따라 중국차의 견제를 이겨낼 수 있는가 없는가가 결정될 것이다.

하이브리드 승용차, 출처: 현대자동차 홈페이지

 중국차는 내수시장에서 이미 덩치를 키웠고 각종 해외 브랜드를 먹어치우면서 포트폴리오까지 구성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현대가 10년 동안 이룩하지 못한 것을 몇 년 만에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는 바짝 긴장하고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나오고 있는 FCA 인수설은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사실 FCA에서 건질만한 브랜드는 마세라티와 지프 정도인데 마세라티도 판매량이 적고 하향세에 접어든 회사이고 지프는 마니아들을 위한 랭글러 외에는 SUV 시장에서도 별 볼 일이 없다. 언론에서는 매우 희망적으로 보고 있는데 내 생각엔 조금 다르다.


 현대도 우리나라 대기업으로서 인수합병에 인색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일단 기업문화 자체가 그렇고 과거의 영화만 남은 FCA라는 종이호랑이를 얼마나 높이 쳐줄지도 의문이다. 내가 보기엔 좀 더 있으면 FCA를 헐값에 얻을 기회도 있을 것 같다. 현재의 하향곡선이 이어진다면 말이다. FCA는 브랜드 가치 때문이 아니라 크라이슬러라는 미국 거점을 놓치기 아깝기 때문에 인수가치가 있긴 하다.


 현대는 결국 미국 시장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그러려면 크라이슬러를 등에 업고 자연스럽게 미국 속으로 녹아들어 갈 수 있다. 내가 인수해라 마라 할 수는 없지만 나는 좀 더 기다리다가 회사가치가 훨씬 떨어진 다음에 인수할 것을 추천한다. 회사가치가 바닥까지 가면 마세라티 같은 브랜드는 따로 떼서 팔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현대는 힘 안 들이고 고급 브랜드를 인수할 수 있게 된다.


 현대차의 이익률이 좀 줄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급한 상황도 아니고 현금 보유량도 충분하기 때문에 2,3년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언론에서 떠든다고 패닉 바이(Panic-buy) 할 일은 분명 아니다.

지금 현대차가 인수할 자동차 회사는 따로 있다. 성사될지 모르겠지만 테슬라에 지분투자라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지금 테슬라는 자금에 목말라 있는데 일론 머스크가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에어백, 출처 : 현대자동차 홈페이지

 정치도 그렇고 경영도 어떻게 보면 상상력의 게임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두 회사가 손을 잡는다면 전기차에서는 테슬라가 살아남고 현대차는 협력관계 구축은 물론 회사의 이미지도 한층 쇄신될 것이다. 당장 미국 소비자가 보는 현대차에 대한 생각 자체가 바뀔 것이다. 정의선 회장이 일론 머스크보다 1살 위인데 나이도 비슷한 두 사람이 미래를 향해 손을 잡는다면 나중에 다시 경쟁자로 돌아서더라도 둘 다 손해 볼 것 없는 게임이 될 것이다.


 현대차에게 한 가지 더 요구하고 싶은 것은 글로벌 화이다. 내가 삼성, LG에도 요구했던 것이다. 이것은 매출 100조를 넘어서는 회사들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이다. 그래야 지속성장이 가능하다. 현대차는 어차피 공장과 시장이 전 세계에 있으므로 반강제적으로 글로벌 화가 되었지만 앞으로 각국의 브랜드 인수까지 하면서 그나라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아직도 한국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 가능하면 CI까지 바꾸는 것을 추천한다. 너무 저가 이미지가 강하게 씌워져 있다.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고 미국에 폭스바겐 자동차 공원과 같은 테마파크를 만드는 것도 좋을 것이다. 현대는 더 이상 한국 회사가 아니라 세계적 회사라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오늘은 현대차에 대해 살펴봤는데 현대차 그룹 전체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현대차는 국내 30대 기업 중에 가장 보수적이라는 현대그룹 중에 그나마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기업이다. 보수적인 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세계가 변하고 있으므로 그것을 선도해야 할 기업이 보수적이라는 것은 좋은 의미는 분명 아니다.


앞으로 그 행보가 무척 주목되는 기업이고 잘만하면 국내 기업 중에 가장 큰 성장을 기록할 여지도 있다. 자동차 시장이라는 것이 그렇게 큰 시장이다. 3대로 이어지는 현대차의 미래를 관심 있게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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