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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Oct 18. 2020

60대 기업경영진단 - 이랜드그룹 -

41. 이랜드그룹

소개

이랜드라는 이름은 아마도 나이가 좀 있는 분들은 당연히 아실 것이고 젊은 층도 언뜻 들어는 봤을 것이다. 이것은 이랜드라는 캐쥬얼패션 브랜드가 꽤 유명했기 때문이다. 국산제품이 장악하고 있던 80, 90년대 패션 시장에서 한창 이름을 날리던 브랜드들이 있었다. 브렌따노, 언더우드, 헌트, 뱅뱅, 이랜드, 카운트다운, 체이스 컬트 등등.


이들 중에 투톱이라고 할만 회사인 뱅뱅과 이랜드가 있었다. 이랜드는 대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뱅뱅은 매출이 계속 줄고 있다(출처 : 뉴스원, 20201001, https://www.news1.kr/articles/?4074633). 이랜드는 중저가 브랜드를 위주로 유통, 프랜차이즈 외식사업으로 업종을 확대하며 재계 41위까지 올랐다.


이랜드는 이야깃거리가 많은 회사이다. 공식적인 자료가 없어도 B2C 회사다 보니 이래저래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이 많기 때문이다. 1980년에 이대 앞 의류점에서 시작해 86년에 (주)이랜드가 시작했는데 대기업치고는 늦은 시기에 탄생했다. 우리나 경제의 최고 호황기에 시작한 만큼 패션의류기업으로는 좋은 시기에 출발했다. 이랜드그룹의 제품을 한 번도 안 사본 사람은 많지 않을 정도로 브랜드와 업종이 다양하다. 생활밀착형 업종이라 더 그렇게 느껴진다.


계열사로는 패션, 유통, 외식, 레저/엔터, 건설까지 41위에 걸맞지 않게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자체브랜드로 유통까지 하는 회사가 그리 많지 않은 상황에서 롯데, 현대, 신세계 등 굴지의 대기업에 밀리지 않고 살아남아 있다.


근황

이랜드는 두 남매가 경영하고 있었는데 2019년부터 경영에서 손을 떼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남매경영체제도 독특하지만 동생의 지분이 전혀 없는 것도 이례적이다. 창업주 박성수 회장과 부인은 지분이 있지만 동생 박성경 부회장은 경영에만 참여했을 뿐 지분은 보유하지 않았다(출처 : 서울신문, 20150329,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50330017009). 아직 2세들에 관해서는 알려진 정보가 없다. 만약 승계할 생각이었다면 벌써 사전작업이 있어야 맞는데 박 회장이 아직 회장직을 버린 것은 아닌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할듯하다.

이랜드가 운영중인 한강 크루즈(출처 : 이랜드그룹 홈페이지)

다른 대기업들의 경우 20대 후반에도 2세들이 임원직에 진출한 걸 보면 정말로 승계 없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갈 가능성도 있다. 박성수 회장이 회장 직함은 유지하고 지분도 그대로이므로 오너로서의 역할은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왜 승계를 포기했는지는 가족사를 알아야 파악이 가능한데 정보를 구할 수 없었다.


이랜드는 개신교 문화를 중심으로 오너의 강력한 카리스마로 지금까지 성장해왔다. 그런 상황에서 오너가 정말로 손을 뗀다면 이랜드의 앞날은 성장보다는 안정화에 무게를 둔다고 봐야 할 것이다. 최근 계열사 정리와 부채비율 낮추기에 열심인걸 보면 아무래도 지주회사 전환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닌가 한다. 알려진 계열사는 25개 내외로 많지는 않지만 자잘한 브랜드 회사들까지 하면 더 많다. 브랜드들은 쉽게 매각이 가능한 것도 특징이다.


유통계열사인 이랜드 리테일을 상장하려다 실패했는데 이것은 오너로서는 치명적이다. 개인적으로 회장이 이것까지 마치고 퇴진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계속되어온 자금 부족을 타게 할 방법이 상장이었는데 실패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쉽지 않은 길이란 것이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유통주는 인기주가 아니다. 카카오게임즈, SK바이오팜이 대박을 치는것은 창창한 미래가 보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코로나로 유통업이 된서리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이랜드 리테일의 앞날은 어둡다. 상장이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


진단

이랜드는 창업 후 꾸준히 성장해오다 최근 10년 동안 주춤하고 있다. 여러 사업을 매각해 부채비율을 낮추고 있는데 여기까지는 좋다. 그동안의 성장 과정에서 너무 넓게 진출한 사업스펙트럼을 핵심사업 위주로 줄일 필요가 있다. 특히 유통, 외식사업은 코로나 상황에서는 직접적인 타격을 맞을 수 밖에 없다.

하나씩 살펴보겠다.


1. 패션. 

이랜드 월드가 담당하고 있다. 이랜드의 본류이자 강점이 있는 분야이다. 우리나라에서 패션은 그다지 강점이 없는 사업임에도 이랜드는 여기서 어느 정도 수익을 내고 있다. 패션 중심 기업으로도 거의 유일하다. 문제는 수익구조이다.  패션사업은 국내와 해외로 나뉘는데 국내사업에선 뉴발란스가 실적을 이끌고 있다. 패션은 계열사 이랜드월드에서 하는데 이랜드의 브랜드는 대부분 중저가 메이커이다. 실제로 이랜드의 상품들은 가성비가 좋기로 유명하다. SPAO를 비롯해 MIXXO등 저렴한 브랜드가 많다. 후아유, 로엠 같은 중견 메이커도 있다.


이랜드 브랜드의 특징은 광고를 하지 않고 가장 노른자 땅에 매장을 여는 것이다. 이게 영업노하우인지 모르겠지만 저가임에도 그다지 저가 느낌은 나지 않는다. 중저가 브랜드가 10년 20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이유이다. 뱅뱅이 몰락한 것은 해외 브랜드와 경쟁에서 밀린 데다 곳곳에 보이는 아웃렛으로 인해 브랜드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랜드의 브랜드는 적절히 신선함을 유지하면서 무난한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보통 중저가 브랜드는 비싼 상권에 안 들어가는데 강남 한복판에 이랜드 브랜드들이 있는 걸 보면 확실히 의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랜드의 SPA브랜드 스파오(출처 : 이랜드그룹 홈페이지)

중저가 브랜드에서 이랜드의 영업노하우는 인정해야 할 것이다. 완전한 레드오션에서 쟁쟁한 대기업들을 제치고 살아남았으니까 말이다. 어찌 보면 유통과 협업을 통해서 시너지를 일으킨 것이 힘이 된 것도 사실이다. NC백화점을 계열사로 갖고 있으므로 외식, 패션 사업들이 10대 기업들과 맨손으로 경쟁하지 않아도 되었다.

롯데, 신세계 등이 계속 고급을 외치고 명품을 지향하는 반면 이랜드는 중저가 브랜드에서 입지를 구축함으로써 가성비를 중시하는 최근 소비 트렌드와도 맞아가고 있다.


패션사업은 뉴발란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뉴발란스 같은 대중적 브랜드를 만드는데 주력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프로스펙스가 LS그룹으로 간 것은 의외였다. 별다른 시너지도 없는 곳에 갔기 때문이다. 프로스펙스 같은 중저가 브랜드를 인수해 자체 영업력으로 키워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디자인, 판매 노하우는 충분히 있기 때문에 브랜드 가치를 올리고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이다.


다른 기업들에는 명품 위주로 진출하라고 했지만 이랜드는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중저가 브랜드도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만 중저가 브랜드는 브랜드의 신선도를 꾸준히 유지하는 게 어렵다. 브랜드의 신선도란 고객의 기대감 정도를 말한다. 브랜드가 너무 흔해지면 신선도가 떨어진다. 그래서 품질이나 디자인 문제가 아니더라도 브랜드가 오래되면 점점 올드한 느낌이 있다. 한때 인기 있었던 인터크루, 엘레세, 슬레진저, 이스트팩 등은 제품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브랜드의 신선도를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추억의 브랜드가 된 것이다.

 

중저가 브랜드는 무조건 싸게 많이 팔면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중저가일수록 브랜드 가치를 유지해줘야 한다. 오늘 내가 산 옷이 얼마 뒤 아웃렛에서 50% 할인한다면 그 브랜드는 끝장이다. 특별한 디자인이 없고 대중적인 중저가 브랜드는 더욱더 그렇다. 고급브랜드는 저가 브랜드로 내려오는데도 시간이 걸리지만 중저가 브랜드는 바로 폐기처분된다.


선진국 사례를 볼 때 우리나라에서도 명품보다는 가성비 위주의 소비가 늘 것으로 보여 이랜드에겐 유리한 환경이다. 다만 코로나 등으로 언택트 시대가 열리고 온라인 시장이 강화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매장 위주의 사업은 점차 줄이고 온라인 판매를 늘려야 한다. 이것은 유통계열사 분석에서 다시 언급하겠다.


2. 유통.

이랜드 리테일이 담당하고 있으며 전국 48개 지점이 있다. 여기엔 NC백화점, 킴스클럽이 모두 포함된다. NC백화점은 중저가 백화점으로서 이름은 백화점이지만 아웃렛 분위기가 많이 난다. 이랜드의 수십 개 브랜드들을 위한 전위부대로써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대기업 3사(현대, 신세계, 롯데)가 장악한 유통의 틈새시장을 이 정도로 지켜낸 것만 해도 경영진의 사업수완이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유통에서 중점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은 첫 번째가 온라인사업 강화이고 두 번째는 브랜드난립에 대한 조정이다. 이랜드는 작은 기업이고 중저가 브랜드 위주로 승부하다보니 오프라인 매장에서 전통적인 방식의 유통을 고수하고 있다. 이랜드는 2018년 이미 온라인쇼핑몰 통합작업을 했다(출처 : 뉴스핌, 20200615, http://www.newspim.com/news/view/ 20200611001177). 그러나 온라인사이트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몰의 매출은 2018년 기준 1300억 수준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였다.

이랜드의 통합온라인몰 이랜드몰(출처 : 홈페이지 캡쳐)

이랜드몰은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통합몰인 SSG닷컴과 유사한데 마트와 백화점, 온라인몰이 통합되어 있다. 이랜드몰도 성장하고 있지만, SSG닷컴이 언택트 시대의 최대수혜자라고 평가받는 것에 비하면 부족하다. 이런 차이는 이랜드몰에서는 아무래도 자사 브랜드가 끼어있다 보니 공평한 마케팅을 보장하기 힘들다. 당장 이랜드몰에 들어가 봐도 자사 브랜드가 메인을 장식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타사 브랜드의 참여가 줄어들고 온라인몰의 경쟁력지표라 할 수 있는 품목 수에서 열세가 될 수밖에 없다. 어떤 회사가 물건을 팔 때 SSG닷컴에 올리고 싶을까 이랜드몰에 올리고 싶을까? 이건 답이 뻔한 이야기이다.


SSG닷컴은 품목 수를 늘리기 위해 오픈마켓 전환을 검토 중(출처 : 비지니스포스트, 20200925, http://m.businesspost.co.kr/BP?command=mobile_view&num=197792)이라는데 이랜드몰도 여기에 대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자사 브랜드 중심의 통합성에 중점을 둘 것이냐 아니면 품목 수를 늘린 독립적 쇼핑몰 기능에 중점을 둘 것이냐이다. 이것이 왜 중요하냐면 결국 고객은 품목 수가 많은 곳에 몰릴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품목 수가 곧 소비자가의 선택권을 늘려주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품목 수가 많은 곳이 가격대까지 다양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이익으로 연결된다. 보통 쇼핑몰 내에서 경쟁이 발생하기 때문에 품목 수가 작은 곳에서 사는 소비자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랜드몰의 경쟁상대 SSG닷컴(출처 : 홈페이지 캡쳐)

이것은 근본적인 문제와도 연관되는데 이랜드 브랜드 자체가 자사의 지원에 많이 기대고 있다는 것이다. 이랜드몰이나 NC백화점 안에서는 좋은 브랜드이지만 과연 SSG닷컴에서도 그럴까? 오프라인 위주의 영업에서는 이것이 통해도 온라인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최대한 더 많은 품목을 비교해보고 결정하고자 하는 게 온라인 소비자이다.

이랜드몰 가장 상단의 8개중 7개가 자사상품으로 진열되어있다.(출처: 홈페이지 캡처)

이것이 이랜드의 딜레마로 만약 이랜드몰이 품목 수를 늘리고 오픈마켓식으로 전환되면 이랜드 브랜드들의 실적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저가 이랜드 브랜드에겐 최근 트렌드인 오프라인 축소, 온라인마켓 품목 수 증가가 모두 안 좋은 소식인 것이다.


그래서 여기에 대한 해결책을 생각해봤는데 역발상을 해보면 어떨까 한다. 신세계 그룹과 물량 싸움을 하면 이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품목 수 증가보다는 자사 브랜드 위주로 운영하되 고객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은 온라인몰의 마케팅에 특별한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 모든 메이커가 50% 이상 할인하니 특징이 없다. 차라리 일정 기간씩 타사의 고가상품을 특가할인하고 여기에 참여한 고객들을 상대로 자사 브랜드를 집중적으로 마케팅하면 어떨까 한다. 그럼 중저가 브랜드를 어떻게 그들에게 판매할 것이냐가 문제인데 할인행사로 고가제품을 산 고객은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쇼핑몰을 관찰할 것이다.

이랜드의 엑세서리 브랜드 클루(출처 : 이랜드 홈페이지)

물론 그들의 소비 지향점과 꼭 맞지 않을 수 있지만 할인행사에 왔다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가격에 대한 민감성을 가진 고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다면 중저가가 통할 여지는 충분하다. 타사 상품을 미끼 브랜드로 이용하고 실제 마케팅은 자사 브랜드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브랜드 난립을 정리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거의 유일한 패션 전문 기업으로서 이랜드의 입지는 충분히 인정한다. 브랜드 마케팅을 하는 곳도 사실 이랜드뿐이다.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 이랜드의 브랜드는 너무 많다. 유통 부문에 있는 브랜드만 백화점, 킴스클럽 빼고 47개이다. 그런데 이 브랜드들이 정말 정체성이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물품을 세분화시켜 각각 브랜드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신발은 SHOOPEN, 양말류는 LEGLIG, 가죽슈즈는 BEYOND로 했다. 여기서 더 세분화해서 여성 잡화는 BeALL, 아동 전문 잡화는 VIANNI KIDS로 나눠진다. 이런 식이면 브랜드 1,000개도 만들 수 있다.

정체성이 구분되지 않는 비슷한 브랜드도 너무 많은 것 같다. 아동복 브랜드만 16개가 넘는다. 일찍부터 브랜드의 가치에 눈을 떠서 키우려는 것은 좋지만 확실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품목별로 구분하는 것보다는 디자인 감성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 더 좋아 보인다. 어차피 패션은 전체적인 조화이기 때문에 신발, 셔츠, 가방 따로 거는 것보다 통합적인 것이 훨씬 유리하다.


 3. 외식

외식 부문은 할 말이 참 많은데 프랜차이즈의 종말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업종별로 다르긴 하겠지만 프랜차이즈의 시대도 이제 많이 저물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사람들은 균일한 품질과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만 기대하지 않는다. 그런 시대가 지났다. 이제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요구하는 시대이다. 즉 김밥천국에서 무난한 음식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식 수준의 개성 있는 음식을 기대한다.


이것은 국민의 생활 수준이 올라감에 따라 자연히 오게 되는 소비패턴의 변화이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패밀리레스토랑이 전성기였던 시절이 있었다. 데이트 필수 코스였고 동네마다 하나씩 있을 정도로 번성했다. 그런데 그 전성기 시절에 미국의 베니건스는 사업 악화로 우리나라 회사에서 그것을 인수하는 상황이 있었다. 그때는 모두 베니건스 같은 좋은 브랜드가 왜 망할까 의문을 가졌다.

이랜드의 외식사업 브랜드 자연별곡(출처 : 이랜드 홈페이지)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그것에 이의를 가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잘나가던 패밀리레스토랑들이 전부 추억 속의 식당으로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 프랜차이즈라는 건 기본적으로 해당 품목의 시장 품질이 열악할 때 성공한다. 예를 들어 시중에 판매되는 빵의 품질이 열악할 때 파리바게뜨 같은 프랜차이즈가 성공하는 것이다. 예전엔 동네빵집들의 품질이 그야말로 천차만별이고 위생도 보장이 안 되었다. 거기서 등장한 파리바게뜨는 대기업의 체계적인 품질관리와 균일한 맛을 보장해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생활 수준 향상으로 이제는 사람들이 빵에 대해 많이 알고 기대치가 올라간 상황에서 프랜차이즈의 강점은 줄어들었다.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든 빵을 먹고 싶어 하는 사람이 줄어든 것이다. 오히려 사람들이 바라는 최소 품질이 프랜차이즈가 되어버렸다.


 이렇게 되면 동네빵집이 오히려 더 높은 가치를 가지게 된다. 예전엔 대기업만큼의 지식과 서비스마인드가 없어서 프랜차이즈에 밀렸지만 생활 수준 향상으로 동네빵집도 상당한 노하우와 품질을 보유하게 되었다. 직접 외국에서 빵을 배워오는 사람도 있고 숨어있는 고수들도 무척 많아졌다. 여기에 프랜차이즈가 할 수 없는 독자적인 빵 개발도 가능하니 특색있는 빵을 먹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대량생산된 빵을 먹고 싶은 소비자는 점점 줄고 있다.


우리나라 식품은 이런 면에서 프렌차이즈가 저물고 다시 동네 빵집의 시대로 가고 있다. 이제는 동네빵집도 대기업 못지않게 빵에 대한 전문가이다. 예전처럼 소보로빵과 식빵만 쌓아놓고 파는 가게가 아니란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랜드의 외식사업 부문은 장래가 어둡다. 애슐리 같은 곳도 살아는 남았지만 자신만이 특성을 살리지 못하면 곳곳에 들어서는 특색있는 식당들에 밀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뭘까? 결국 앞서 얘기했던 프렌차이즈의 속성을 되살리는 수밖에 없다. 아직 품질의 편차가 크고 전반적으로 불만족이 큰 시장을 찾아 공략하는 것이다. 죽이나 비빔밥을 프랜차이즈로 할 생각은 예전에 아무도 못 했다. 지금이야 자연스럽지만 가장 편차가 큰 음식을 균일화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 세상의 수천 가지 다양한 음식 중에 아직 그런 시장은 많이 남아있다.

이랜드의 간편식 브랜드 오프라이스(출처 : 이랜드홈페이지)

외식사업은 NC백화점 안에서 마케팅이 가능하므로 이것이 강점이지만 향후에 유통업은 온라인중심이 강화되면서 이런 강점도 약화될 것이다. 외식 부문은 새로운 식품 분야를 찾아야 하고 1인 가구-언택트 시대에 간편식, 온라인 판매의 길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 사태로 최대의 피해를 보는 곳이 외식 부문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CJ가 투썸플레이스, 뚜레쥬르 등을 매각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투썸플레이스는 토종 커피점 브랜드로는 매출 1위였는데 매각되었다. 꼬박꼬박 수익을 내는 프랜차이즈를 왜 매각했을까? CJ는 프랜차이즈 부문을 계속 줄이는 것으로 보이는데 오프라인 판매보다는 온라인 판매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 CJ는 이랜드처럼 외식업과 유통업을 같이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므로 참고할 만하다. CJ는 외식사업 대신 간편식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랜드는 NC백화점이 있으니 백화점을 위해서라도 외식사업을 당장 줄이긴 어렵겠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CJ가 간 길을 무시해선 안 된다.


4. 기타

그다음으로 레저/엔터, 건설 등이 있는데 큰 영향을 주는 사업부는 아니므로 넘어가도록 한다. 중요한 건 포트폴리오인데 유통과 패션은 연관성이 높은 사업이니까 함께 가는 것이 맞다. 여기서 추가로 필요한 사업을 생각해보면 경기에 민감한 계열사가 많으므로 안정적인 분야의 계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유나 금융 쪽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시너지를 생각하면 금융이 더 낫다고 보인다. 카드사나 보험사 정도를 보유하면 그룹 전체의 리스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카드사는 쇼핑과 바로 연계가 가능하므로 나쁘지 않다. 다만 인수가액이 높으므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해야 한다.

이랜드 호텔 체인 켄싱턴(출처 : 이랜드그룹)

 보험사는 영업 시너지는 적지만 안정적 수익 창출이 가능해서 계열사로 두면 좋다. 보통 보험사는 건물이 있으므로 그 건물에서 유통사업을 같이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 NC백화점 등에서 보험사 가입 영업을 한다면 보험사 고객 확장의 기회도 될 것이다. 금융사가 있으면 두면 B2C 사업의 거대한 고리가 형성되므로 이걸 가지고 이랜드패밀리를 구성할 수 있다. 고객은 이랜드 영업망 안에서 먹고 입고 금융서비스를 받는 것이 가능하다. 이것이 대기업 영업방식이다.


전망

이랜드는 패션/유통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이라 현재와 같은 코로나/언택트 시대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포트폴리오 변화를 주문하는 것이다. 너무 경기를 많이 타는 업종에 사업이 집중되어있다. 그나마 몇 년 전부터 부채비율을 줄이고 있었던 것은 다행이다. 사실 티니위니 같은 브랜드를 지금 매각한다면 과연 그 가격(최소 8천억 대)에 팔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있다.


이랜드는 중국 사업도 크게 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불안은 있다. 이제 중국특수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폐쇄적인 사회구조 때문에 자유시장 경제가 말라 죽고 있다. 중국 사업을 축소하고 차라리 민주주의를 채택한 아시아 국가를 노려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이랜드는 일단 전문경영인 체제를 안착시키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재계 30위권 내도 바라볼 수 있다. 유통만 가지고는 롯데/신세계의 틈바구니에서 성장하기가 무척 어렵다.


새로운 CEO가 어떻게 해나갈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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