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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Feb 21. 2024

60대 기업 경영진단 -다우키움-

#55. 다우키움

소개

오늘 소개할 회사는 다우키움그룹이다.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도 키움증권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다. 키움 히어로즈라는 야구단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 기업의 역사는 생각보다 깊다. 다우기술에서 시작된 기업이 키움증권을 설립하고 이 회사가 주력사가 되는 바람에 금융과 IT로 다소 다른 업종끼리 연합하고 있는 중이다. 


 공시대상 기업집단 자산 순위 51위의 이 회사는 우리나라 1세대 닷컴기업으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회사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름만으로도 향수가 있다. 86년도에 설립된 다우기술은 버블이 아니라 정말 기술적 알맹이를 가진 기업이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가리지 않고 개발했고 VGA보드나 RDBMS(Relational Database Management System)등을 개발했다. 이 당시는 IT기술이 꽃 피는 시기라 닥치는 대로 개발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아무튼 한국에도 이런 회사가 있어서 당시 닷컴기업들과 기술경쟁을 촉발한 것은 사실이다. 이때의 인재들이 지금 한국 IT의 밑거름이 되었음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아무튼 이런 벤처기업시절을 지나 나중에 키움증권을 설립하게 되는데 이것이 회사의 운명을 바꾸게 된다. 지점 없이 인터넷전용 증권거래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개인 트레이더들에게 폭발적인 지지를 얻게 된다. 아무래도 수수료나 운영면에서 자율성이 있고 대응도 더 빨랐기 때문이다. 산업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조직이 금융계인데 마치 요즘 카카오뱅크가 잘 나가는 것처럼 키움증권도 새 바람을 일으켰다. 여담으로 이때 나는 이트레이드 증권을 이용했었는데 항상 언더독을 좋아하는 성향이 작용했다.

다우키움그룹 CI

 키움증권의 성공으로 그룹은 사실상 금융회사로 바뀌게 되었는데 그룹의 뼈대가 IT기업이다 보니 다소 이중적인 모습으로 남게 되었다. 그래서 다른 대기업처럼 완전히 중앙집권화된 모습보다는 장성한 자식이 나가지 않고 동거하는 것 같은 어정쩡한 상태가 되었다. 그룹의 지주회사격은 다우데이터가 하고 있다.

그룹의 모태가 된 큐닉스 컴퓨터

 이 회사의 특징은 쏠쏠한 계열사를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키움증권이 그렇고 여기에 인증서 서비스를 하는 한국정보인증, 구직사이트 사람인,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 콘텐츠 기업 키다리스튜디오 등을 보유하고 있다. 다우기술이 큐닉스컴퓨터에서 시작되었고 키다리스튜디오가 엘렉스컴퓨터(애플컴퓨터 총판)에서 시작된 걸 생각하면 다우키움이야 말로 한국 IT의 산증인이자 뼈대 같은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옛날 PC통신 사업자인 유니텔을 계열사로 가진 적도 있었다. 그러고 보면 8,90년대 IT붐의 과실을 복제 컴퓨터나 만들어 팔던 대기업들이 다 가져가버린 것 같아서 아쉬움이 든다.


근황

SG증권에서 대규모 매도물량이 터지면서 8개 종목에 대한 주가가 급락하는 사건이 있었는데 다우키움의 회장인 김익래 회장이 폭락직전 주식을 매각해 차익을 얻었다는 뉴스가 있었다(출처: 뉴스핌, 2023.04.27,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30427000750). 금융사로서는 치명적인 뉴스인데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니 결과를 보면 알 것이다.


 아무튼 이 사건으로 인해 키움증권이 주가조작에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뿌리와도 같았던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지탄을 받으며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김익래 회장은 사퇴했고 이에 따라 경영권 승계 이슈까지 불거졌다. 국내 IT의 산증인으로서는 불명예스러운 퇴장이다.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금융업을 하면서 어떻게 이런 과오를 저지를 수 있는지 안타깝다. 아마도 그 자신이 금융업이 아닌 IT업에 가깝기 때문에 신용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 같은데 금융업에서 신용은 IT에서 기술과 같다. 신용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 특히나 중간에서 거래를 중개하는 증권사는 신용 없이 굴러갈 수 있는 업종이 아니다.

다우기술본사(출처: 키움 ENS홈페이지)

 승계문제는 생각보다 거의 완료되어 있는 상태인데 장남인 김동준 키움 인베스트먼트 대표가 그룹의 지주사인 다우데이터의 지분과 다우데이터를 지배하는 (주)이머니의 지분을 합쳐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원래 비상장 회사를 만들어 이 회사가 그룹 지주사 지분을 취득하게 하고 그 비상장회사를 2세가 싸게 인수하게 하는 게 재벌들의 공통된 수법인데 비슷한 모양새인 것 같다.


 그룹이  IT기술의 선두주자였던 걸 생각하면 경영행태는 매우 후진적인 모습이다. 2세 승계도 그렇고 승계방법도 세련되지가 않다. 소위 전통적 재벌이 아닌 카카오, 네이버, 넥슨, NC 등 닷컴기업들 중에서 경영권 2세 승계를 한 곳이 없다는 점에서 이점은 매우 아쉽다. 특히나 IT기업에서 2세 승계라니.


진단

<문제점 및 과제>

당면한 과제는 물론 오너의 주가조작 수사겠지만 여기서는 그것보다 경영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 다우키움의 계열사 포트폴리오는 매우 좋은 편이다. 특히 사람인과 키다리스튜디오 같은 강소기업들을 통해 신종사업을 잘 펼치고 있는 것은 미래가 밝다는 것이고 어느 정도 깨어있다는 증거도 된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어디까지나 김익래 회장의 눈이었고 2세로 넘어가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다우데이터의 2022년도 연결기준(계열사 포함) 영업이익은 7,767억 원 정도 된다. 키움증권의 영업이익만 6,457억에 달하니 그룹의 명운이 키움증권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이 가장 큰 약점인데 나름 사업확장을 통해 리스크분산을 하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사람인이나 키다리스튜디오 등을 계열사로 둔 걸 보면 콘텐츠 서비스업에 관심이 있는 것 같은데 사람인의 영업이익이 406억이니 성공한 투자이다. 다만 키다리스튜디오는 2022년 43억 흑자였으나 2023년에는 3분기까지 60억 적자였다. 


 다우키움은 탄탄한 자금기반이 있으므로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한데 지금까지 사업확장은 선 굵은 투자보다는 벤처투자 같은 느낌이 강하다. 이 정도 자금이면 대어를 한둘정도 낚을 정도가 되는데 아무래도 닷컴 기반 기업이다 보니 벤처투자 쪽에 치우쳐져 있는 것 같다. 다우키움이 인수에 참여한 기업들은 골프웨어 핑, 팬텀등을 유통하고 있는 크리스애프앤씨, 명함관리앱 리멤버를 개발한 드라마앤컴퍼니, 웹툰 레진코믹스 등이다(출처; 톱데일리, 2021.12.28, https://www.topdaily.kr/articles/89413). 

키움증권빌딩(출처 키움 ENS 홈페이지)

 그러나 내가 보기에 자금 규모에 맞지 않는 인수작업으로 보인다. 다우키움은 현금이 많고 영업실적이 좋기 때문에 더 큰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하림이 HMM에 투자한 것 같은 투자가 키움에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오히려 하림보다는 키움의 투자가 자금면에서는 더 안정적이라고 보인다. 다우키움은 무엇보다 수익구조가 안정적이다. 증권사의 수익은 어지간히 미친 짓만 안 하면 망할 일이 없고 다우데이터에서 하고 있는 PG, VAN 같은 결제수수료 사업도 매우 안정적이다.


 자잘한 기업 인수보다는 키움증권에 치중된 무게중심을 한 번에 분산할 수 있는 대어를 노려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55개의 기업을 분석하면서 대체로 안정적인 투자를 주문했지만 다우키움은 현금창출능력이 충분하므로 다소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해법>

그럼 어떤 곳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까? 다우키움은 IT기술과 금융이라는 좋은 기반을 가지고 있다. 이것과 시너지를 내면서 대형 사업을 하는 곳이 어디일까? 두 가지 길이 있는데 금융업을 좀 더 넓히는 방향이 있고 아니면 제조업 등으로 완전히 새로운 영역에 발을 딛는 것이다. 다른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보통 다우키움정도 덩치에선 금융업에서 더 넓히는 방향을 선택한다. 대표적인 것인 미래에셋이나 한국투자증권이다. 두 회사모두 증권사 기반으로 발전해서 참고할 점이 있다.


 다만 여기에는 금산분리법이 걸린다. 지금이야 과도기 상태로 어느 정도 법의 적용을 피하고 있지만 금산분리는 앞으로 강해지면 강해졌지 완화되기는 힘들 것이다. 그리고 다우키움의 덩치가 커지면 적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롯데그룹이 피눈물을 흘리며 카드와 보험을 내놓는 것을 우리 모두 목도했다.


 그 법을 이제 와서 완화하면 롯데만 바보가 되는 것이고 이것은 국가상대 손해배상 청구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규제라는 것은 일단 생기면 점점 세밀해지고 강해지지 약해지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규제가 있어야 정부와 공무원의 힘이 강해지고 그것은 권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규제를 폐지했을 때 10가지 혜택이 있어도 1가지의 폐해만 생기면 모든 책임을 규제폐지한 쪽이 짊어져야 하는데 굳이 그런 일을 하겠는가?


 다우키움은 여기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10대 그룹을 목표로 더 성장할 것인가. 규제의 선을 넘지 않고 이대로 안주하면서 중견기업으로서 잘 먹고 잘 살 것인가? 만약 성장을 택한다면 금산분리의 허들을 넘어야 한다.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그룹을 분사하거나 해야 할 것이다. 사실 이걸 생각했으면 2세 승계 시 IT부문은 다른 자녀에게 물려주고 금융부분만 떼어서 장남에게 물려줬어야 했다. 그렇게 하려면 지배구조를 다우데이터를 정점으로 해서는 안되고 키움증권이나 별도의 지주사를 정점으로 해야 한다. 한 가지 가능성은 다우데이터를 지배하는데 이용되고 있는 (주)이머니를 지주사로 전환하는 것이다. 물론 IT계열사는 포기해야 한다. 그런데 그룹의 모태와 같은 IT계열사를 포기할 수 있을까? 


 이것도 사례가 있다. 바로 동원그룹이다. 동원은 장남이 금융회사를 떼어서 나간 뒤 더 큰 기업으로 성장시킨 경우이다. 그게 바로 한국투자증권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증권업종인데 이걸 보면 모태가 큰 의미는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애초에 장남은 회계학 전공이고 현재도 금융 쪽에서 일하고 있으니 그게 더 자연스럽다.

다우키움그룹 본사의 판교 사옥 조감도(출처 키움)

 만약 성장하지 않고 이대로 중견기업의 양식장에서 잘 먹고 잘 살겠다고 하면 진단이나 분석을 할 이유도 없어진다. 그렇지 않다는 가정으로 분석해 보겠다. 그러면 금융사만 떼어서 분사한다는 것인데 이럴 경우 당연히 금융업종으로 분야를 넓혀야 한다. 현재 매물로 나와있는 것은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인데 카드는 공산품 소매유통이 없는 다우키움에서 크게 메리트가 없고 보험은 해볼 만하다. 큰 위험성이 없이 수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몸값은 3조 원대로 예상된다고 하는데(출처: 비지니스포스트, 2023.11.20, 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3623) 롯데손보는 영업이익이 3.5천 억대, 순이익이 2.6천 억대로 알짜기업이다. 몸값이 다소 높지만 실적으로 회수가 가능하므로 문제가 없다고 본다. 



전망

분석에서는 금융업 확장을 권고했지만 다우키움의 지금 모습으로 볼 때 막다른 골목에 몰리지 않는 이상 지주사 전환이나 금융부문 분리 등 환골탈태를 통한 성장보다는 현상태에서 작은 회사들을 인수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동원그룹이 좀 특이한 경우이지 보통의 재벌들은 버티는 데까지 버텨본다. 그리고 규제를 넘어서 성장하겠다는 욕심보다는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안주하는 것이 보통이다.


 게다가 경영권 승계의 과정에 있다 보니 어느 때보다 안정이 필요한 시기이다. 주가조작 수사로 위기이기도 하니 확장에 대한 생각은 당분간 하지 못할 것이다. 창업주의 원맨쇼로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부터는 2세가 그 바통을 이어받아 어디까지 해낼지 볼 일이다. 장남의 경영실적에 대해서는 큰 성과가 없다(출처: 딜사이트, 2023.05.10, https://dealsite.co.kr/articles/103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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