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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Aug 13. 2018

30대 기업 경영진단  -LG그룹 2-

상상력을 발휘해야 경쟁력을 갖는다

우선 엘지전자에 대해서는 1편에서 충분히 다뤘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계열사들에 대해 알아보자. 사실 엘지그룹은 맥킨지 등에서 경영 컨설팅을 받아서 그룹 전반에 대해서 실정이나 방향을 나름대로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최근 성장이 정체되어있다면 그것은 컨설팅의 잘못이거나 방향 설정의 오류일 것이다.

LG그룹 CI

 지금 엘지그룹 계열사를 한번 보자. 자잘하거나 숨겨진 회사를 제외하고 회사 홈페이지에 나온 것만 보면

크게 전자, 화학, 통신으로 구성된다. 


 전자 계열사에는 엘지전자, 엘지이노텍, 엘지디스플레이, 실리콘웍스가 포함된다. 실리콘 웍스는 나도 처음 듣는 회사인데 시스템반도체 회사라고 한다. 이노텍이나 디스플레이는 모두 아는 바와 같고 특별할 것은 없다. 이번에 다시 조사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의외로 엘지그룹 계열사가 몇 개 안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보통 50개 정도 거느려야 그룹 소리를 들었는데 세월이 많이 변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실리콘웍스인데 디스플레이용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를 설계하여 위탁생산하는 업체이다. 즉 생산공장이 없고 설계만 하는 것인데 1편에서 말했듯이 엘지는 반도체 설계기술, 인력, 경험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관심이 가는 회사이다. 최근에는 이 회사가 생산공장을 인수한다는 설도 있다. 


 그렇다면 결국 반도체 사업에 관심이 있다는 얘기인데 이 대목에서 또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 있다. 엘지는 얼마 전 역시 반도체 소재 전문 계열사인 엘지실트론을 SK에 매각했다. 이건 앞뒤가 안 맞는 얘기인데 물론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할 건 아니라고 해도 반도체라는 큰 틀에서 보면 기술 공유(시너지)가 반드시 있을 텐데 한쪽에서는 투자를 하고 한쪽에서는 매각을 했다. 

반도체는 엘지그룹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엘지그룹은 반도체를 했어야 했고 지금도 해야 한다. 실리콘웍스를 키우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럴 거면 왜 하이닉스를 인수하지 않았을까? 하이닉스에도 비메모리 부문이 있다. 정말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다. 엘지가 만약 미친 척하고 ARM(세계 최대 모바일 CPU 설계회사)을 인수했다면 어떨까? 10조에 이르는 인수대금은 물론 부담이겠지만 현대차가 삼성동 부지를 인수하면서 쓴 돈보다 100배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ARM은 모바일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독보적인 회사이다. 이 회사도 생산공장 없이 설계만 하는데 만약 인수했다면 실리콘웍스와 결합해 일약 세계 최대의 시스템 반도체 회사가 되었을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가 밥(쌀)이라면 시스템 반도체는 숟가락과 젓가락이다. 밥만큼 많이 팔리지는 않지만 밥을 먹으려면 1세트는 있어야 된다. 최근 IoT가 강세를 보이면서 핵심적인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휴대폰의 성능을 좌우하는 것도 이런 칩셋이다. 


 화학부문을 보자. 엘지화학, 팜한농(구 동부팜한농, 농업바이오), 엘지하우시스, 엘지 생활건강, 코카콜라(판매), 해태 Htb(해태음료), 더 페이스샵, 엘지 TOSTEM(알루미늄 창호 개발 합작회사), 엘지 MMA(산업용 소재 생산 합작회사)등이 있다.  엘지화학은 위상이 많이 좋아졌다

.

 우리나라에서 화학을 전면에 내세운 기업이 없는데 이유는 워낙 기초과학이 뒤쳐진 현실과 기술집약산업이기 대문이다. 이런저런 화학회사는 많이 있지만 엘지처럼 순수한 의미의 화학회사는 없었다. 석유화학이나 특정분야의 화학업종을 하면서 화학이라는 이름을 붙인 회사들이 많았다. 화학은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선진국이 시장이 장악하고 있는 분야인데 여기에서 엘지그룹이 선전을 하고 있는 것은 의미가 크다. 화학부문은 전자와도 시너지가 크기 때문에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가야 할 것이다.


 다만 회사가 커짐에 따라 다소 여유가 있는 만큼 기초과학 투자를 확대해서 다양한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기차용 전지에서 나오는 수익이 안정궤도에 올라가면 다양한 분야에 투자가 가능할 것이다.

잘되고 있는 기업은 더 말할 것이 없고 팜한농을 보자.


 동부그룹에서 인수한 것으로 엘지그룹이 최근 인수합병에 전향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은 매우 바람직하다. 현금 여력이 삼성보다 못한 상황에서 효율적인 투자를 생각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최근 인수기업들은 충분히 수긍이 가는 회사들이었다. 팜한농은 농업 및 바이오 분야인데 전통적으로 농업에서 강세였다. 바이오는 최근 강조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삼성이 바이오산업에 배를 띄운 것처럼 엘지도 그렇게 해야 한다. 

팜한농 CI

 바이오는 화학과도 시너지가 큰 산업이므로 이 분야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 가능하면 엘지 생활건강과 더불어 제약분야를 연계하여 키운다면 시너지가 클 것이다. 대규모 자본이 들어가는 제약산업은 엘지가 선제적으로 해볼 만한 사업이다. 개인적으로는 팜한농을 확대 개편해 엘지 바이오로 만들어 엘지 생활건강 바이오, 제약부문과 엘지화학 관련 인력을 통합하면 삼성 바이오로직스를 능가할 수 있는 기업이 된다고 본다.


 홈페이지에서 통신 부문으로 되어있는 계열사들을 보자. 엘지유플러스, 엘지씨엔에스, 엘지상사, Pantos, serveone, GIIR, Hs Ad, 엘지경제연구원, 엘지스포츠 등이 있다. 통신부문이 아닌 기업들이 많이 끼어있는데 홈페이지 분류가 세밀하지 못한 것 같다.


 유플러스는 앞날이 막막한 시절을 걷어내고 최근 잘 해내고 있다. 3위 사업자로서 생존이 불투명했지만 LTE로 넘어오면서 통신시장이 전체적으로 3위까지 과점 상태에 있는 것이 유리하게 작용했다. 통신시장은 첨단산업이지만 한편으로는 서비스 산업이므로 마케팅이 중요한데 에스케이와 케이티의 틈바구니에서도 치킨게임을 버텨냈다. 앞으로 유플러스는 케이티를 무너뜨리는 데 목표를 둬야 한다. 케이티는 공기업 성향이 강하고 통신시장의 기득권을 가지고 있었다. 특별히 서비스나 기술이 월등하지 않음에도 2위 사업자가 된 것은 그런 영향이 강했다고 생각한다. 


 유플러스가 추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과점시장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2위 사업자를 밀어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환경은 매우 유리하다. 케이티는 정부 영향을 많이 받는 데다 오너가 없다 보니 장기플랜을 세우는데도 불리하다. 

엘지유플러스 CI

 유플러스가 과점시장을 딛고 추가 시장을 먹기 위해서는 그나마 공략해볼 수 있는 상대가 케이티이다. 물론 이과정에서 유플러스는 혁신적인 서비스 정책을 더 펴야 한다. 최소한 아이폰 유저는 대부분 끌어들여야 한다. 혁신적인 성향이 강한 아이폰 유저 성향상 1위 사업자에 얽매이기보다는 혁신적인 서비스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비싸고 불친절한 아이폰은 디자인, 소프트웨어의 혁신성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제품이다. 


 누구나 배터리를 교체해서 쓰는 게 편하다고 생각할 때 아이폰은 일체형을 출시했다. 그것은 다소 불친절하다라도 디자인에서 유리하기 때문이고 소프트웨어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알루미늄 소재를 씀으로 단가는 올라간다. 그래도 아이폰은 밀어붙였다. 유플러스는 이렇게 혁신성에 점수를 주는 아이폰 이용자를 적극 흡수해야 한다. 케이티가 2위를 수성한 큰 원인도 아이폰을 적극적으로 도입, 서비스한 데 있다.


 모바일 통신사업은 과점이자 성장이 정체된 시장이다. 새로운 캐시카우는 찾기 쉽지 않다. 결국 서로 고객 뺏기를 해야 하는데 덩치에 비해 누가 신속하게 시장에 대응하느냐 소비자의 욕구를 자극하느냐에 달려있다. 엘지는 통신장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데(에릭슨엘지) 이 부분은 조금 키워볼 만하다. 왜냐하면 통신분야 원천기술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유플러스도 물론 이런 일을 하지만 최근 에릭슨이 지분을 늘려가는 것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엘지 CNS는 삼성 SDS와 마찬가지로 SI사업을 하는 회사인데 엘지그룹 뿐만아니라 대기업마다 1개씩 존재한다. 그래도 삼성과 엘지는 자체 경쟁력이 있는 회사로 전산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라는 데 의미가 있다. 엘지답게 합작법인으로 설립했는데 큰 수익이 나지 않는 분야지만 엘지 내부의 소프트웨어적인 경쟁력을 일부나마 갖게 해 주고 있어서 시너지가 큰 기업이다. 개인적으로는 엘지 CNS를 개편해서 그룹 내 소프트웨어 중에서 원천기술이 필요한 부문을 이쪽에서 전담해서 개발하면 어떨까 한다. 


 엘지전자의 가전, 휴대폰을 비롯해 전장사업도 앞으로는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모든 분야에 반도체가 들어가고 그에 따라 소프트웨어도 필요하다. 원천 소프트웨어를 가지면 가장 좋을 것이다. 엘지그룹의 경우 소프트웨어 개발이 여러 곳에 분산되어있어 시너지가 매우 부족한 편이라고 생각된다. 원천이 되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한 곳에 뭉치면 좋은 시너지를 낼 것이다. 자금력이 있는 엘지가 게임산업에 진출하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예전에 비슷한 사업을 한 것으로 아는데 유통이나 이런 것보다 유망한 게임사를 인수해서 적극적으로 키워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엘지상사(무역), Pantos(물류), seveone(MRO사업), GIIR(광고 지주회사),  Hs Ad(광고회사)등은 통신이 아니고 주로 그룹사 일을 하는 회사들인데 나름 독자적인 경쟁력도 있다. 이중 일부는 구본준 부회장이 계열 분리할 때 같이 분리될 것으로 보인다. 엘지그룹 실적에 큰 영향을 주는 회사들은 아니다. 


 그 외에도 엘지경제연구원, 엘지스포츠가 있는데 마찬가지 회사들이다. 그런데 여기서 엘지스포츠라는 회사는 향후 매각을 권하고 싶다. 현재 엘지가 B2C 사업을 하다 보니 홍보효과가 중요했는데 실제로 삼성에 비해서는 성적면에서나 홍보효과면에서 큰 이익을 봤다고 할 수 없다. 삼성도 스포츠 부문을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는데 어차피 글로벌 시장에 나가야 할 엘지그룹 입장에서는 시대에 맞게 해외 유명 구단에 스폰서를 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지금도 엘지그룹은 스폰서를 많이 하고 있지만 그 대상이 삼성에 비해 네임밸류가 많이 떨어진다. 


 우리나라 국민도 해외 스포츠를 많이 보는 시대가 되었으므로 해외 스폰서를 강화하고 국내 스포츠 부문에서는 투자를 줄이는 것이 현명하다. 성적도 그렇고 투자 대비 효과가 별로 없다. 또 자칫하면 이런저런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이제 엘지그룹 전반에 대한 분석이 끝났다. 일개 개인이 큰 대기업을 진단하고 분석한다는 것이 어리석은 짓인지는 안다. 그 안의 천재급 인재들이 하지 못한 일을 내가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창의적으로 눈으로 보면 또 다른 차원의 진단과 처방이 나올 수 있다. 경영에도 상상력이 필요하다. 고 정주영 회장은 조선업 계약을 따내기 위해 거북선을 제시했다고 하지 않는가? 대기업 창업주들에게는 그런 창의력이 있었다. 


 지금도 경기침체와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기회는 없는 게 아니라 숨어있을 뿐이다. 구광모 상무가 앞으로 엘지그룹을 어떻게 이끌고 나갈지 모르지만 녹록지 않은 그룹의 현실 앞에서 가야 할 길이 멀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선대를 따라가려 하지 말고 젊은 시각으로 새로운 시대에 맞춘 전략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상상력이 필요하다. 


 엘지그룹이 어떤 전략을 펴가는지 어떻게 성장하는지 독자들과 함께 관심 있게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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