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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병내이팅게일 Apr 08. 2022

탄생

생일파티


생일 축하를 할 때면 항상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그 사랑받고 있지요.'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한 인격체로서 탄생은 무엇을 의미할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음에도 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사랑받을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걸까?라는 의문을 던진다. 탄생 철학과 관련된 책이 있다.



'삶의 선물을 주는 자는 바로 원인이 되는 자의 원리에 따라서 가장 포괄적이며 근본적으로 탄생한 자들의 실존의 근거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그는 탄생한 자들의 삶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그들이 좋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돌보아야 하며, 동시에 그들이 성숙한 사람으로서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의무를 부여받는 것이다.' - 탄생 철학 중에서



오늘 심리치료 수업에서 실존적 심리치료를 배웠다. 나의 인생 곡선을 그려보며 내가 살아온 행보에 의미를 부여해보기도 하고 죽음을 직면하며 묘비명을 작성해 보기도 했다. 실존주의를 배우며 실존적 조건 4가지 중 '무의미'에 대한 일화가 떠올랐다.



지난주 희수(가명)는 일기장에 자신의 스트레스 상황이 줄어들고 타인들의 모진 말과 행동들이 줄어들면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작성했다. 희수의 종교가 기독교라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천국은 네 마음속에 있다.'는 말씀을 전했다. 우리의 행복 또한 외부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따라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삶의 의미는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하고 발견하는 것이다.



더불어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의 한 일화를 말해주었다. 타인의 모진 말에 괴로워하고 있는 사람에게 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남이 한 말로 지금 내가 괴롭다면 그 말이 그 사람의 스트레스로 꽁꽁 뭉친 쓰레기라고 여겨보세요. 쓰레기는 받는 즉시 버려야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지금 엄마가 버린 쓰레기 봉지, 상사가 버린 쓰레기 봉지, 선생님이 버린 쓰레기 봉지를 끌어안고 삽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사람들이 나에게 쓰레기 봉지를 던져줄 때도 있습니다. 받자마자 그냥 버리면 될 텐데 그걸 다 끌어 모아 안고 다니면서 '엄마는 이런 쓰레기를 주었고 선생님은 이런 걸 주었잖아'하고 우는 게 우리 인생이에요. 남이 과거에 준 쓰레기 봉지를 안고 다니지 마세요. 남이 준 걸 가지고 시비하면 내 인생이 그 사람의 쓰레기통 밖에 되지 않아요.' 나는 이 이야기를 아이스크림을 먹는 희수에게 아이스크림 봉지를 건네며 말해주었다.



치료자라면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자신의 삶을 책임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특히나 기계론적 세계관과 물질주의적 가치관으로 인해 내면적인 공허감과 무의미감을 느끼기 쉬운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부모는 '하나의 자유로운 인격을 그의 동의 없이 이 세상에 등장시키는 생식 행위를 했기 때문에, '힘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해 그 인격이 자신의 상태에 만족할 수 있도록 양육과 돌봄을 해야 하는 구속성을 부과받는 것이다.' - 칸트의 탄생 철학과 부모의 의무



사실 이런 과정은 부모가 일차적으로 해야 하는 역할인 것 같다. 자녀들이 성장함에 있어 각각의 발달 과업에 맞는 자유와 책임을 알려주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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