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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병내이팅게일 May 02. 2022

권위

warm and firm


소아 정신과에서 일을 하다 보니 아이들 앞에서 적당한 권위가 필요했다. 나는 ‘권위’라는 단어와 참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수용적이고 허용적인 나에게 권위란 참 어려운 단어였다. 권위주의적인 것과 권위를 갖는 것 사이에서 방황을 하던 중 나는 <부모의 권위>, <권위>, <권위와 권력>, <십 대, 권위는 나의 힘!>을 구매했다. 갑자기 내가 권위에 꽂힌 것은 아니었다. 이전부터 오랜 기간 나의 행동을 타인의 입장에서 바라보거나 병동의 특성과 비교를 해보기도 하며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이 있었다. 싸우거나 갈등이 생기는 것이 싫었고 항상 좋게좋게만 넘어가려고 했었다.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상황을 무마하기 바빴고, 보통은 나 한 사람의 희생으로 끝이 났지만 시간이 지나고 이러한 경험이 축적될수록 집단이나 타인에게 전가되는 상황이 발생하곤 했다. 균형은 긴장감과 이완이라고 했던가, 나는 긴장을 더 가질 필요가 있었다.


책들을 읽으면서 권위를 가지는 것과 권위주의적인 것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아이들 앞에서 이상하리만큼 화를 내지 않거나 아니면 과도하게 화를 내고 있었다. 카리스마는 침묵을 지킨다고 해서 혹은 큰 소리를 낸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부드러움과 유연함을 가지되 적당한 선을 지켜야 했다. 나는 그저 편한 선생님이고 싶었지만 그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었다. <부모의 권위> 책의 표지에는 친구 같은 부모와 친구처럼 만만한 부모는 다르다는 글을 보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나는 친구 같은 치료자인가 친구처럼 만만한 치료자인가 고민하게 되었다.


<권위와 권력>이라는 책을 통해 권위라고 하는 것이 단순히 내가 노력한다고 얻을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나와 마주하는 대상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한 해석으로서 권위를 가지게 된다고 했다. 권위 체계가 무너진 환아들에게 이를 바라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보통 상대방이 권위를 느끼지 못할  권력이나 다른 권위에서  힘을 빌려 와서 권위를 발휘한다. 나는 어디에서 이것들을 가지고  것인지 대해 막막한 마음이었다. 그러다 문득 정신간호학이나 치료적 의사소통 과목에서 나오는 따뜻하지만 사무적인 태도라는 표현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런 치료자의 모습을 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역시나  속에서 따뜻하면서도 단호하게 행동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책의 내용을 삶의 모습으로 드러내기 위해 나는 오늘도 부단히 노력한다.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태도를 갖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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