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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병내이팅게일 Apr 16. 2022

먼 훗날

미래에서 온 감사


비폭력대화 수업을 듣기 시작한 지도 6개월 정도 지났다. 그동안 1단계, 2단계, 3단계를 거치면서 각 단계별로 각자 다른 감사를 배웠다. 3단계의 마지막 시간에는 '감사, 미래에서 온 편지'라는 활동을 했다. 이 활동은 내가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더 멋지게 만드는데 기여한 것에 대해 100년 뒤 혹은 200년 뒤의 한 사람이 감사하고 있다고 상상해보고 나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이었다.



"편안하게 앉아 눈을 감으며 상상의 여행을 떠나봅니다. 다음 세대를 향해서 시간 여행을 합니다. 100년 뒤 혹은 200년 뒤 그곳에 살고 있는 한 사람을 떠올려 봅니다. 구체적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 그 사람이 현재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을 바라보고 있다고 상상해봅니다.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좀 더 멋지게 만드는데 내가 기여한 것에 대해서 감사를 하고 있다고 상상해봅니다. 그 존재가 나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그 말이 포함되어 있는 글을 적어봅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선생님 덕분에 제가 태어났습니다. 저희 할머니가 선생님 덕분에 삶을 포기하지 않으셨고, 지금의 제가 있게 되었습니다. 저희 가족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선생님 덕분입니다. 열악한 시스템 속에서도 부단히 노력하고 애쓰셨습니다. 선생님의 수고가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아셨으면 좋겠네요. 더불어 선생님 덕분에 많은 생명들이 살아가고 있고, 그 파급력은 몇 세대에 거쳐서 더욱 커져가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포기하지 않고 그 자리를 버텨주세요. 어디에서 일하시던지 그 선한 영향력을 계속해서 흘려보내 주세요. 감사합니다.'



직업에 대한 의미를 탐색하고 성찰하는 것은 끊임없이 해왔다고 느꼈는데 이번 활동은 신선했고 그동안 내가 느껴보지 못한 감정들을 불러일으켰다. 이 활동을 함께 한 선생님께서는 12년 동안 간호사로 일을 하셨다고 말씀하셨다. 선생님께서는 일을 하면서 죽음 앞에서 좌절을 겪기만 했지 병을 이겨내고 퇴원한 환자들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못하셨다고 말씀하시며 눈물을 흘리셨다.



병원에 있다 보면 수많은 죽음 앞에서 무너지고 눈물 흘릴 때가 많다. 내가 잘 못했던 것들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병원에서 일을 하는 간호사 이외의 직종 누구든지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나의 무너짐이 누군가를 일으키기도 했고, 나의 눈물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알기를 바란다. 항상 자기 스스로에게 손뼉 쳐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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