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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병내이팅게일 Apr 06. 2022

증명


잘하고 싶었다. 나는 그저 잘 해내고 싶었다. 내가 어떤 부분에서는 모자랄 수 있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잘 해내리라 입증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행동들이 비난의 현장으로 들어가고, 존재가 부정받는 느낌이 들 때 나는 그곳을 도망치고 싶었다. 그들 앞에서 당당하게 서있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상황을 회피하고 그저 좋게 좋게 무마하고 있었다. 나는 그저 잘하고 싶었다.


내가 여기서 잘 적응하고 또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열심히 하는 것이라도 인정받고 싶었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위해, 나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하지만 노력할수록 혼란스러웠고, 내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무기력해졌다. 점점 다른 사람들을 믿지 못하고 고립되었고, 동시에 길을 잃었다.


길을 잃고 방황하던 나는 비폭력대화 수업 중에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아, 나는 그저 잘하고 싶었구나. 잘 살고 싶었구나.'


나의 다양한 욕구 안에서 왈칵 눈물이 났다. 나는 그저 잘 해내고 싶었는데, 잘 해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내가 잘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함 속에서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내 안에 그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는 것을 마주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괜찮아, 그것들이 나의 존재를 증명해주는 것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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