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에 대하여_나희덕]
계산을 하지 말고 살아야겠다
모든 계산은
부정확하지는 않아도
불가능한 거라는 생각이 든다
계산을 하는 동안에도
자본은 운동을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구좌에선가 이자가 올라가고 있고
수수료와 세금과 연체료가 빠져나가고 있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재산은 불어 가거나 녹아 가고 있다
모든 존재는
언덕 아래로 굴러내리는 눈덩이와 같으니
모든 계산은
그 눈덩이의 지름을 재는 일과도 같다
계산을 한다는 것은
순간을 환산할 수 있다는 장담처럼
영원을 측량할 수 있다는 믿음처럼
어리석은 일, 계산을 마치는 순간
그 수치는 돌덩이가 되어 나를 누르고
구르는 동안 욕망의 옷을 입기 시작할 것이다
부디 계산을 마치지 말자
그래도 우리는 그 위에 꽃 피우며 잘도 산다
돌 위에 뿌리 내린 풍란처럼
아슬아슬하게, 그러나 제법 향기롭게
.
바보처럼 살지 말자고 다짐했다. 손실이 많은 삶을 살지 말자고 다짐했다. 내가 피해를 보는 것 같고, 내가 손해보는 삶은 살지 말자고. 살다보니 모든 것을 계산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내가 조금이라도 더 취하려고 이를 갈곤 하지만 조금은 내려놓아야 할 것 같다. 가끔은 내가 조금 손해보는 것 같아도 더 취할 때가 있고 내어주는 것이 주는 이득이 있기도 하다. 이제는 계산을 마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