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괜찮은 날
고정된 패턴의 생활
일, 집, 일 집
추가적으로는 약간의 운동과 취미생활
항상 평범하고 별일 없이 흘러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곳에 정착한 이후로,
한국에서 살 때보다 마음이 너무 편안하다.
아직까지 해낸 것도 없고,
대단하게 한 일도 없다.
그냥, 괜찮다.
예전의 나는
늘 무언가를 해야만 했고,
이뤄야만, 혹은 증명해야만 마음이 놓였다.
속히 말해 ‘갓생’이라는 말에
스스로를 억압시켰고,
멈춰 있는 나를 늘 못 견뎌했다.
휴일이면 더 바빠야 했고,
할 일이 없어도 무언가 해야 했다.
쉬는 날에도 나를 몰아붙였다.
‘그래도 뭐라도 하나는 해야지.’
그런 생각이 머리를 붙잡고 있었고,
몸은 가만히 있어도 마음은 늘 조급했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달라졌다.
조용한 하루도 나쁘지 않다는 걸
배워가는 중이다.
유튜브를 보며 밥을 먹는 시간,
자전거를 타고 가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
말없이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속에서
묘하게 마음이 안정되어 있는 걸 느낀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이제는 조금씩,
나를 다시 채워주는 시간이 되었다.
나는 이곳에 와서
한 가지 질문을 자주 하게 되었다.
‘나, 잘 살고 있나?’
별 탈 없이 흘러가는 하루들이
어쩌면 불안해서.
그저 지나가는 나날들이
어쩌면 무의미해 보일까 봐.
자꾸 나에게 확인받고 싶었다.
그런데 이젠 믿어보기로 했다.
이렇게 조용히 살아내는 것도
충분히 잘 살고 있는 거라고.
누구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내 하루를 내가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고요함은 처음엔 낯설었다.
그 조용함이 마치
내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고요함이
오히려 나를 안아주는 감정이 되었다.
오늘도 별일 없이 하루가 끝났다.
뉴스에 나올 만한 일도 없었고,
SNS에 올릴 멋진 사진도 없었지만
나는 여전히 살아 있고,
나름대로 따뜻한 하루를 잘 지나왔다.
그게 요즘의 나에겐
작고 단단한 기쁨이다.
그리고 나는 그걸
놓치지 않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