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를 안아주는 날

스스로를 다정하게 돌보는 연습

by 히멜

사람을 기대하지 않으려 애쓰던 날들 끝에,
나는 나를 기대어야 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사람을 좋아하고, 잘 믿는 나는
언젠가부터 한 가지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
만약 내 인생에서 사람들이 모두 사라진다면,
나는 벼랑 끝으로 몰린 기분이 들 것 같았다.


쉬는 날마다 혼자 있는 것이 싫어서
억지로 약속을 잡아 집을 탈출하곤 했다.
집에 있는 동안 들려오는 백색소음이 견디기 힘들었고,
혼자 있는 방법을 잘 몰랐다.


학교를 다닐 때도, 본가를 나와 살 때도
나는 늘 누군가와 함께였다.
혼자보다는 함께가 편했던 사람.


그러나 사람을 좋아하는 만큼,
나는 사람에게 상처를 많이 받았다.
그리고 생각보다 그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다"는 말이 있지만
나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이별이 무서운 사람이었으니까.
끝까지 그 연을 놓지 않으려는 내 욕심 때문에.


언제부턴가, 나는 무작정 일을 많이 하게 되었다.
하루에 두 개, 세 개.
쉬는 날 없이 달리고, 또 달렸다.
일을 하면서 사람을 만날 수 있었기에,
생각보다 괜찮은 줄 알았다.


하지만 결국 내 몸은 서서히 망가져 갔다.
몸도 마음도, 버티고만 있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가만히 있기로 했다.
집에서 청소를 하고,
좋아하는 노래를 틀고,
밥을 해 먹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견뎠다.


물론 완전히 가만히 있지는 못했다.
하지만 적어도,
누군가에게 상처받지도 않고,
나 자신을 몰아치지도 않는 하루였다.


아마도, 한시라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나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휴식'이었을지도 모른다.


한국과 독일, 두 삶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이곳 베를린에서도 나는 여전히 바쁘게 살지만,
그 안에 여유가 있다. 숨 쉴 틈이 있다.


20살, 아니 어쩌면 그 이전부터
여유 없이 달려왔던 나에게
이곳은 처음으로 '온전한 나의 삶'을 허락해 주었다.


여기서도 일하고, 청소하고, 밥을 먹는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 시간을 통해
나는 조금씩 내 취향을 알아갔고,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들을 찾았다.
누군가에게 맞추기만 하던 내가 아니라,
나에게 나를 맞춰가며 살아가기 시작했다.


"넌 항상 상대방을 맞춰야 해"가 아니라
"히멜, 넌 뭘 좋아해?
네가 좋아하는 걸 하자."
라고 스스로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는 법을 배웠다.



조금씩,

나는 나를 안아주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