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7:2021.07.16 보통날>

god '보통날'이 듣고 싶어졌다

by IMMM

I. 꿈과 해몽 사이 내 기분의 아이러니


그의 심장에 칼을 찔러 넣는 순간, 새빨간 피가 나의 얼굴을 뜨겁게 적시었다.


눈을 번쩍 떴다. 아마 영화나 드라마로 치면 새빨간 피로 뒤덮인 나의 얼굴 클로즈업이 이 꿈의 엔딩 장면이었겠지만, 아쉽게도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어두운 방안의 천장이었다. 눈을 떠 시계를 보니, 아침 8시. 창 밖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이상, 아침형 인간으로 살아 본 적이 없으니, 나름 이른(?), 이 아침은 나에게 낯섦으로 다가온다. 가끔 오늘처럼, 현실보다 더 진짜 같은, 리얼리티 넘치는 꿈들과 함께 말이다. 몸을 일으켜 가만히 눈을 감았다. 너무 리얼했던 꿈의 스토리와 장면들을 곱씹어본다. 그렇지, 당연히 기억이 날 리가 없다. 뜨겁고 끈적했던... 얼굴을 적신 피를 뒤집어쓴 나의 모습만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찾아, 검색창에 '사람 죽이는 꿈', '피 보는 꿈'을 검색했다. 꿈을 자주 꾸지 않기에 가끔 이렇게 인상 깊은 장면으로 끝나는 꿈들은 해몽을 찾아보곤 한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게 한 가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기분이 나빴던 꿈들은 보통 '좋은 꿈', '길몽'이라는 것이다. 꿈은 반대라는 말이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 기분이 이렇게 나쁜데, 꿈은 좋은 꿈이라니, 가끔 이런 아이러니함과 보통날을 시작하기도 한다.


II. 강제로 주어진 자유가 만들어 낸 나의 1시간 루틴

원치 않았거나, 예상치 못한 강제적 자유가 주어지면 사람의 뇌는 멈춘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해본 적이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나만의 간단한 루틴을 만들어 따른다.


1. 혈압약과 비타민을 챙겨 먹는다.

2. 스트레칭을 한다. 귀찮으면 방 문에 설치해 둔 철봉에 그냥 매달린다.

3. 창 밖에 놓은 화분들에 물을 준다.

4. 책상에 앉는다. 시, 소설, 에세이, 자기 개발서 등 정해 놓은 각 책들의 한 챕터씩을 읽는다.

5. 영어와 중국어 한 챕터씩을 공부한다.


다 해봤자 1시간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이다. 태생의 게으름을 알기에, 스스로 부담스럽지 않게 매일 지켜보자고 만든 나만의 루틴이다. 이렇게 1시간을 보내고 나면 '이제 뭐 하지?'라는 불안한 자유가 찾아온다. 프로젝트가 없는 시기에는 참을 수 없는 무기력함과 불안함이 나를 짓누르고는 한다. 아무리 콘텐츠 산업이 '기다림의 직업'이라지만, 불규칙한 일상, 불규칙한 수입, 40을 바라보는 나이에 내가 이루어낸 것은 무엇인가?라는 원초적 질문 앞에, 스스로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특히 모든 것을 잃고 강제로 리셋당한 지금, 무책임하게 주어진 이 자유로움은 그저 불안함 그 자체였다.


III.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나의 '보통날'

어렸을 적 꿈꾸어온 내 모습과, 지금 나의 현실은 같으면서 많이 다르다. 제작자가 되었고, 연출자가 되었지만, 내가 생각했던 안정감은 따라오지 않았다. 앞만 보고 달려오다 무너져버린 나의 보통날은, 강제로 주어진 넘치는 시간과 불안감만 남아있었다. 그러니 내 무의식으로 가득한 꿈 속에서 누군가를 죽이거나, 누군가에게 쫓기거나 하는 이 행위들이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눈을 떴을 때, 해몽이 무엇이든 내 기분이 좋을 수는 없었나 보다. 꿈이나, 지금 내 현실이나, 별반 다를 바 없으니까. 결국 이 불안감은 나를 다시 눕게 만들었다. 할 일 없어서 누웠다는 한 마디를 위한 거창한 여정이었다. god의 '보통날'을 듣는다.


아침이면 일어나 창을 열고

상쾌한 공기에 나갈 준비를 하고

한 손엔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든 채

만원 버스에 내 몸을 싣고

귀에 꽂은 익숙한 라디오에서

사람들의 세상 사는 즐거운 사연

들으면서 하루가 또 시작되죠


누군가는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반복되는 보통날이 부러웠다. 정신없이 바쁘게 흘러가며 반복되는 나의 보통날들에 분명 나도 지루함을 느꼈던 순간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야 그 보통날들에 고마워졌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새로운 보통날들을 만들어가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불안함의 보통날이 아닌, 간단한 루틴들이 쌓이고, 다른 경험들이 채워져 내일의 더 나은 나의 보통날을 기다리며.


새롭게 반복될 나의 보통날 위해 사부작사부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