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아수라장
평소보다 무거운 내용의 무전때문에 같이 무거워진 마음을 가지고 차에 올라탔다.
사막을 달려 장성에 도착하니 나에게 전달된 내용은 접촉사고로 인한 현지인 사망건이었다.
그것도 20대 초반의 젊은 애들이 우리 트럭에 받혀 현장즉사한 사건이었다. 피해자는 2명이었고, 우리 가까운 마을이었다.
기사는 바로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되었고 캠프에서 현지인 사망사고라는 사건의 엄중함에 분위기도 무거웠고, 나와 타일랜드 포맨할아버지 그리고 샤리프 알리 아저씨가 한 팀이 되어 기사가 갇혀있는 유치장으로 방문을 했다.
태국 포맨은 고국에서 교장선생님까지 했던분으로 마치 정치인 포스터에서 나올것 같은 인상으로 나름 중후한 느낌을 주셨다.
물론 대부분의 일은 샤리프 알리 아저씨와 내가 주도적으로하고 태국 기사와 우리의 통역역할을 해야했다.
태국기사가 진술한 내용을 가지고 우리끼리 최대한 유리한 내용으로 만들어야 했고 그 내용을 가지고 경찰서에서 리포트를 경찰과 함께 작성했다. 장성에서 물건을 싣고 순천으로 향하던 기사가 20대 청년이 난폭하게 몰던 차와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냥 들이받았다... 정도가 희미한 기억속에서도 꺼집어낸 기억이었다.
'리비아 청소년은 말을 타거나 낙타를 타기전에 운전부터 한다'는 리비아 기사 친구의 말이 있을만큼 그들은 운전에 진심이었고 거기서 뽑힌 애들로만 구성된 우리 기사들은 정말 운전을 잘했다.
그 청소년들이 어쩌다가 우리 트럭과 사고가 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좀 웃기는 것은 경찰서 유치장 면회실에서 나와 샤리프알리가 뭐라고 얘기를 하면 태국포맨 할배가 통역을 하고 기사가 뭐라 하면 포맨할배가 나에게 영어로 얘기하면 내가 동아랭귀지에 아랍어를 섞으면 샤리프 알리 아저씨가 또 받고, 이 내용을 거치고 거치고 또 거쳐서 경찰에게 최종 들어가는데, 샤리프 알리 아저씨가 이렇게 하면 불리하니 저렇게 하자라고 하면 그걸 듣고 태국 포맨할배는 고치고, 내가 들키니까 안보이게 몰래 해야 한다고 하니 그 연세많은 분이 또 그 말을 듣고 딴에 몰래 바꾼다고 마치 컨닝을 안당하려는 범생이같이 한껏 웅크리고 조심조심 고치고 앉아있고...
누가 보면 정말 진귀하고 희한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이상한 팀(?)은 경찰서 외에 관할 법원까지 가서도 이런 이상한 다중통역을 해야 했는데, 그 과정이 정말 눈물겹다.
굳이 내가 없어도 지들끼리 동아랭귀지를 해가며 하면 안통할일은 없었을텐데 그래도 회사에서 한국인이 이 일에 관여되어 있는것을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었나보다.
진술은 태국어-영어&동아랭귀지 -동아랭귀지 &아랍어 몇단어 떠듬이-아랍어 - 판사,
판사로부터 질의는 그 반대, 또 똑같은 절차를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일들을 했고, 내가 아랍어를 하는것을 눈여겨 본 판사가 직접 묻기도 하여 리비아 현지 사투리 아랍어 - 표준아랍어 & 동아랭귀지 순서의 반복등 그 좁은 법정이 아랍어, 태국어, 영어, 듣도보도못한 이상한 언어등으로 가득차 있었다.
기다리는 다른 사건 관련자들은 신기한듯 다 쳐다보고 나는 그 와중에 나는 엄청 쪽팔려하고 이런 상황을 첫 공판에서 맞고 있었다.
사고를 내고 빵에 갇혀있는 기사는 얼마나 무섭고 괴롭고 미안하고 고향이 그리웠을까 라는 그에 대한 감정이입은 잠깐이었다.
내 코가 석자라는 말처럼 리비아와 법원의 낯선 세계가 나에게 던진 감당하기 버거운 책임과 실시간의 쪽팔림 사이에서 나는 나대로 힘겹고 어려운 투쟁을 해야만 했었다.
어찌저찌 경찰조서작성과 법원진술까지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뭐가됐건 사망사고 이기 때문에 태국기사가 분명 유죄일것이 분명하고 중요한것은 유족과의 합의과정을 거쳐야 실형을 살기전에 귀국처리로 끝낼 수 있다고 했다. 아마 대수로 공사 관련 양국간 합의사항인것으로 보인다.
그럼 합의는 누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