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맛있었어요."
"저도요."
잔을 비우는 동안
29를 아우른 빛이 꼭꼭 숨었다.
"형, 우리 걸을까요?"
우리.
'처음 만난 형'에서 '서로의 우리'가 되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과 사건이 필요할까?
그는 슬쩍 과속하려는 자신의 감정을 감지한다.
"그럴까요?"
그는 해 지는 시간을 좋아했다.
신발 바닥과 합체해
떨쳐낼 수 없는 껌 조각 같은
하루의 고통이 주홍빛 속으로 사라지는 그 시간을.
오랫동안 혼자 보낸 그 시간에
누군가 초대된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둘은
지는 해를 따라서
연희동을 거닐었다.
익숙한 동네가 낯선 좋은 기분을 안겼다.
동네 놀이터는 그의 애창곡에
머물던 장소로 둔갑했다.
메아리로 멀리 퍼져가는,
꼬마들이 숨바꼭질하는 그곳으로.
"오래 살았어요?"
"6년 됐어요. 다른 동네로 갈까 생각 중이에요."
"어디로요?"
"알아보려고요."
"닮았어요."
"어떤 게요?"
"이 동네랑."
"형이요."
그는 구석으로
연희동을 벗어나지 못할 거라고
약 올리는 자신을 밀어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