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는 손을 뻗어 싱크대 찬장을 열어 식기를 꺼냈다.
"원래 남의 집에 오면 뭐라도 하는 거예요."
작은 공간에 키 큰 남자 둘이 나란히 서있으니
자연스레 열기가 피었다.
"그릇이 다 무채색이네요."
"응, 화려한 걸 안 좋아해서."
"형 닮았어요."
"나, 무채색 같아?"
"네."
"어떤 뜻이야?"
"느낌이죠."
"느낌?"
"네, 느낌."
"좋은 뜻은 아닌 것 같은데."
"나쁜 뜻도 아니에요."
'선명한 주홍빛 같아, 넌.'
말을 삼킨 그는 만든 음식을 탁자에 놓았다.
"먹자."
"드디어 먹네요."
"먹을만했으면 좋겠다."
배가 무척 고팠는지 29는 부지런히 먹었다.
"긴장했어요?"
"응?"
"형은 안 먹고 나 먹는 것만 보는 거 같아서요."
"아, 누군가에게 요리해 준 게 처음이라서"
"정말요?"
"응, 보통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으니까"
"형"
"응?"
"다음에 또 만들어줄 수 있어요?"
"아"
"맛있어서요."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