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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횡설술설 Mar 20. 2022

서정성 채우기

풍요와 낭만은 덤

서정성을 잃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는 요즘이다. 갑자기 웬 서정성이냐고? 얼마 전 우연히 보게 된 책의 한 글귀에 갑자기 정신이 확 드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바로 김애란 작가의 <잊기 좋은 이름>이라는 책에 나오는 이 부분.


언젠가 두보가 쓴 <곡강>을 두고 학생들에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단순히 ‘꽃잎이 떨어진다’라고 생각하는 삶과 그렇게 떨어지는 꽃잎 때문에 ‘봄이 깎인다’라고 이해하는 삶은 다르다고. 문학은 우리에게 하나의 봄이 아닌 여러 개의 봄을 만들어주며 이 세계를 더 풍요롭게 감각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을 이 부분이 유독 마음에 들어왔던 건, 아무래도 요즘의 고민과 맞닿아있었기 때문이었을 것. 끝도 없이 지속되는 코로나와 재택근무 때문인지 요즘의 일상이 부쩍 메마르고 단조로운 느낌이었는데, 갑자기 이 부분을 보고 아! 싶었던 것이다. 매일 생각 없이 침대에 누워 유튜브만 보고 있다가, 내가 예전에 비해 소위 ‘예술 작품’을 들여다본 게 언젯적이었는지 생각해보게 됐다.


사실 예술적 감수성이 없어도 밥 먹고 사는데 큰 지장은 없다. 심지어 일할 때엔 사치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나마 감수성이 필요하다는 광고회사를 다니고 있으면서도, 일을 하다 보면 예술이고 뭐고 업무를 빠르게 쳐내기에 바쁘다. 아이디어를 낼 때도 디지털 트렌드에 맞는 아이템을 뽑아내야 하다 보니, 지긋이 들여다봐야 하는 책과 그림 대신 5초 내에 자극적인 비주얼을 선보이는 틱톡 콘텐츠만 주구장창 들여다보게 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최근에 내가 즐거웠던 때가 언제였지 떠올려 보는데, 친구들과 술 먹으며 각자 좋아하는 노래를 가져와 함께 들었던 날이 생각난 것이다. 주제에 맞게 음악을 골라 함께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런 순간을 떠올리며 문득 생각했다. 회사에서는 늘 새롭고 트렌디한 것을 좇고 있지만 결국 나는 두꺼운 책이나 느린 영화, 사진, 음악 같은 것을 보고 듣고 자랐고 또 그런 것이 좋아서 지금 일을 하자고 마음먹었던 사람인데. 이럴 때일수록 서정성을 놓치면 안 되겠다. 무말랭이처럼 더 메말라지기 전에.


눈앞의 일에만 치이지 말고 의식적으로라도 서정성을 채워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건조하고 단편적인 시선 대신 세상을  풍요롭게 느낄  있는 예술가들의 시선을 겪어내고 싶다. ‘꽃잎이 떨어진다 삶이 아닌 떨어지는 꽃잎 때문에 ‘봄이 깎인다 삶을 살아내고 싶다. 스쳐 지나가기 쉬운, 짧을 올해의 봄도 작고 소소한 감정들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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