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횡설술설 Apr 10. 2022

오늘도 중간 어딘가에 끼어서 산다

평범하지 않은 나의 평범한 하루를 위해

엄마의 친한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딸이 두 번째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이었다. 어릴 때부터 봐온 그 딸은 나와 동갑내기지만 늘 나보다 어른스럽고 뛰어났다. 세계적인 명문대에 진학하고 유명한 회사에 들어가 특진하다가 하고 싶은걸 하겠다며 퇴사해서 사업을 차렸고 이 또한 승승장구. 뭔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화려하게 질주하는 그를 보고 있자면 질투가 날 새도 없이 그저 나와 다른 세계의 이야기 같은 느낌이 들곤 했다.


주위를 둘러보면 참 뛰어나거나 특별난 사람들이 많다. 재능이 특출나거나, 개성이 뚜렷하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굉장한 집요함으로 자신만의 무언가를 성취해낸 사람들. 예시를 들자면 한도 끝도 없다. 인스타그램에는 모래사장 속 모래마냥 널린 느낌이며 (그런 사람들을 팔로우하니 더 그렇지) 멀리 갈 것도 없이 회사에서만 돌아봐도 많다. 일머리가 엄청 좋거나, 반짝 하는 아이디어를 잘 내거나,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거나 등등.


이에 비하면 나는 중간 어딘가에 끼어있는 듯하다.  나쁘진 않지만 뛰어나진 않은 애매하고 어중간한 곳 어딘가에. 일을 못하진 않지만 특출나게 잘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서 하지만 관심이 산발적이라 깊이가 깊진 않다. 어딜 가든 앞장서서 빠릿빠릿 이끄는 스타일도 아니다. 그런데 심지어 비범하게 살아가는 것에 대한 욕심과 야망도 딱히 없다. 어릴 적 엄마가 학교에 가면 꼭 듣던 말이 애가 크게 욕심이 없다는 것이었으니. 이러한 성향까지 더해진 탓에 ‘뛰어나고 특별한 사람’이라는 사회적 이상을 바라보기엔 내 스스로가 답답해져 오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이석원 작가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말, 이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이 수백수천이 있어도, 그래서 내가 이 지구 위에서 숨 쉬며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 중 그저 하나의 개체일 뿐이라 해도, 그런 평범성을 두려워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담담함이 내게 있었으면 좋겠다.
나의 화단이 그저 평범한 꽃들로 채워진다 해도, 남들 것만큼 화려하지 않아도, 그게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나를 위한 것이라면 족한 마음.
그게 더 중요하다.
- <2인조>



언젠가부터 평범한 게 가장 어렵다는 말에 공감하고 있다. ‘평범’이라는 것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평범하게, 적어도 어느 것 하나 크게 모자람 없는 상태로 하루를 날 수 있다는 것도 이제 얼마나 유지하기 어렵고 귀한 일인지. 날고 기는 특출난 선배와 후배들 사이에서 우리는 중간에 지긋이 잘 끼어서 가늘고 길게 가자며 친구와 킬킬댔다. 이 말이 이상하게 힘이 된다. 반짝 하는 화려함도 좋지만 뭉근하게 오래 유지되는 것들에 더 마음이 가는 요즘이라 그런가보다.


오늘 하루의 안온함이라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오늘도 용기 있고 담담하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내며 사는 평범한 어른이 되는 것. 이것이 나의 이상이다.




*평범치 않은 초상화 작품으로 유명한 화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도 그저 이웃의 평범한 사람들을 그렸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별 것 아닌 별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