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만에 등장한 변명
일주일에 한 개씩 뭐든 쓰자고 친구들과 약속한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3주 연속이나 글을 못썼다. 그간 써온 글의 퀄리티는 차치하고서라도, 지구력이 약한 내가 꾸준히 정기적으로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었고 심지어 반년 이상 지속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함을 느꼈었는데. 친구들과의 약속임과 동시에 스스로와의 약속이었음에도 이를 저버렸다는 것에 마음 한켠이 소화가 안된 듯 메슥거렸다.
주말 내내 약속이 잡힌 탓에 체력이 고갈된 이유도 있었지만, 최근 들어 글 소재를 찾기가 어려웠던 것도 글쓰기를 미루는 데에 한몫을 했다. 몇 달 전 나는 내 이야기를 쉽사리 꺼내지 않는 스스로가 '겨우' 투명해지기 위해 배설하듯 글을 쓰는 것 같다고 했었는데, 요즘의 나는 안에 쌓인 이야기가 비교적 많지 않은 걸 보면 평소에 별 복잡한 생각 없이 꽤나 투명도 높게 살아가고 있다는 반증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한편으로는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고?
그렇다면 속에 쌓여서 풀어내야 할 이야기도 크게 없고 오히려 일주일에 한 개씩 무언가를 토해내야 한다는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도 받고 있으면서도 내가 굳이 굳이 글을 쓰려고 하는 이유는 뭘까. 이럴 거면 차라리 아무것도 안 쓰는 게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다시 생각해보던 차에 이런 문장을 보게 됐다. 내가 어떤 대상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알게 된다고. 그래서 나는 내가 왜 글을 써야 하는지 다시금 깨닫는다. 여전히 나는 좋은 글을, 좋은 문장을 보면 마음이 마구 꿈틀댄다. 나도 저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울렁거린다. 어떻게 이런 표현을 생각해낼 수 있었는지, 내가 그냥 스쳐지나가버린 생각을 어떻게 이렇게 발전시켰는지 질투가 난다. 이런 나의 꿈틀거림이 계속해서 글을 써야겠다고 자연스레 다짐하게끔 만든다.
해가 갈수록 내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일들이 조금씩 적어지는 와중에 글에 있어서만큼은 변함없는 나의 반응들은 새삼스럽고 또 소중하다. 생각해보면 요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었던 건 별생각 없이 사는 게 건강하다는 핑계 뒤에 숨어서 많은 것들을 모래가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듯 그저 흘려보내버린 수동적인 사고방식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손가락을 촘촘하게 움켜쥐자.